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권교체를 위해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를 성사시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항하고자 대선후보를 사퇴한 심상정과는 달리 이번 대선을, 티비토론을 통해 그간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발언들을 직격탄 쏟아내듯 퍼부을 거라고 예상했던 바대로 이정희의 발언은 거칠게 없었다. 특히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향한 직설적인 비난은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는데 이정희로서는 천금같은 이런 토론 기회에 점잔빼고 있을 이유가 없었기에 일면 이해가 되는 전략으로 보인다. 덕분에 이번 대선후보 티비토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없이 할말은 하는 이정희와 그에 대립되는 박근혜의 존재감만 부각되는 토론이었다. 이번 토론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내는 귀신같은 한 네티즌의 촌철살인,
이정희 : "나는 잃을게 없다"
박근혜 : "나는 읽을게 없다"
문재인 : "나는 낄데가 없다"
문재인 후보를 평가하자면 좋게 말해 두 여성 후보들 사이에서 예의를 지키면서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나쁘게 보자면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 안철수의 말대로 서로 물고뜯는 후진정치, 네거티브 정책을 지양하고, 정책대결로 가면 바람직하기야 하겠지만, 솔직히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박근혜와 문재인의 정책이 뭐가 다른지 구별하기가 쉽지않다. 사실 두 후보의 정책이야 이름만 다르지 대동소이하지 않은가. 앞서고 있는 박근혜와 새누리당 입장에선 서로가 별 차이도 없는 정책을 앞세워 점잖게 토론하는게 좋겠지만 뒤지고있는 문재인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차별화와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해야 하는것이 옳다. 정당정치에서 집권세력이 정치를 잘못하면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 해야 하는것이 순리 아닌가! 참여정부의 실책으로 민심이 떠나고 준엄한 심판의 결과가 MB정권의 탄생이었다. 이명박 정권 5년이 살기 좋았다면 당연히 정권을 연장시켜 박근혜에 표가 몰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새누리당을 심판하고 문재인에게 표가 와야한다. 따라서 문재인 측에서는 이명박 정부 5년간의 실정을 낱낱이 파헤치고 새누리당과 박근혜에게 책임을 물어야 했다. 정치검찰, 4대강 사업, 한미FTA 날치기, 언론장악, 대북관계 단절, 서민경제 파탄, 정치 보복, 독도외교 실패 등등 공격거리가 얼마나 많은가! 이를 언급하고 공격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 네거티브로 보일수도 있지만 야당후보로서 가질수 있는 유일한 프리미엄이다. 봐라, 너네 정권잡고 일 못했지 않느냐, 나는 더 잘할수 있다 하는.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너무 신사적으로 토론에 임했고, 공수처 신설, 정치검찰 개혁, 한미FTA 재협상 등등 뜬구름 잡는 정책들을 나열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공수처를 만들면 왜 만들려고 하는지, 새누리당 정권하에서 그간 고위공직자, 대통령 친인척들이 얼마나 많은 비리를 저질러왔고, 정치검찰의 폐헤가 어떠했는지 세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동안 숱하게 언급됐으니 국민들이 다 알고 있을거라고 판단했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정치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이렇게 한마디 하고 넘어가는 것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며 검찰의 행태를 비난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검찰을 어떤식으로 개혁할 것인지를 설명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런면에서 문재인 보다는 이정희의 토론이 훨씬 다가왔다. 속사포 같은 빠른 말로 두 후보가 한마디 할 시간에 두마디를 하며 적절한 사례 인용과, 날카로운 지적까지. 워낙에 이정희가 박근혜 저격수 입장을 취해서 상대적으로 문재인이 낄 데가 없었다는 네티즌의 지적이 정확했다.
토론을 지켜본 진중권 교수는 이정희 80점, 문재인 60점, 박근혜 40점으로 평가했다. 아빠소가 보기에도 비슷하다. 이정희 90점, 문재인 60점, 박근혜 50점 주련다. 다음번 토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좀더 공세적이고 강한 인상을 주길 바란다.그러면서도 감정적으로 흐르는 이정희 후보와는 다른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해본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새누리당 표와 민주통합당 지지표는 티비토론 누가 잘했다고 바뀌거나 하지 않는다. 움직이는 표는 부동층과 안철수 지지자들인데 그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대안정치의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토론이 끝나고 오히려 이정희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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