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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안철수 사퇴는 최선의 선택이고, 현명한 판단이다!

어느 한순간도 의심치 않았다.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 1997년 김대중, 김영삼 후보의 단일화는 시대적인 의무였지만 대권을 향한 두사람의 욕심이 지나쳤기에 실패했던 것인 반면 이번 문재인, 안철수의 경우는 두사람 모두 권력욕이 없다는데 희망을 가질수 있었다. 때문에 시기가 문제지 분명 투표일 전까지 한사람으로 단일화가 될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고, 가능하면 그 한사람이 문재인 후보이길 바랬다. 결과적으로 23일 저녁 8시 20분, 전격적인 안철수의 후보 사퇴 기자회견으로 내 바램은 이루어졌지만 쉽지 않았을 그의 결정에 인간적인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안철수 개인으로서는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대권 도전의 기회였다고 판단했을수도, 그래서 더더욱 사퇴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었을 수도 있다. 서울시장 후보 불출마에 이어 대선 후보 사퇴까지 연이어 들러리만 섰다는 주위의 비아냥과, 그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을 터이다. 이번 기회에 그가 꿈꾸던 정치혁신, 경제 개혁, 부패 척결 의지등을 모두 시도하지도 못하고  힘없이 물러선다고 괴로웠을 터이다. 무엇보다도 서울시장 불출마때와는 규모면에서, 인물면에서 비대해진 캠프내 인사들 때문에 혼자일때와는 달리 사퇴 결정을 표현하지 못했을 터이다. 하지만 결국 그는 소신껏 판단했고, 그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는 백번 옳은 선택이고, 이 모든 어려움을 뚫고 내린 결정이라는데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번 일로 전국민들에게 그의 진정성을 확인시켜 주는 소득을 얻었다. 이번 전격적인 후보 사퇴의 배경을 좀더 심도있게 살펴보자.


전날 박선숙 선대본부장이 긴급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무례한 태도와 '최후통첩' 발언은 후보단일화를 열망하는 수많은 지지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인터넷에서는 "박선숙은 이성을 잃었고, 안철수는 국민을 잃었다"는 네티즌의 성토가 빗발쳤다. 그동안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시민사회단체와 진중권등 진보 논객들마저 안철수 캠프를 향해 실망과 비난을 퍼붓기 시작한다. 하루 아침에 우호적이었던 여론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은 모두 단일화를 결정할 설문조사 방법에서 지지도를 물을 것이냐, 적합도를 물을 것이냐로 문재인 캠프와 지리한 협상이 계속되자 지지도로 관철시키기 위해 박선숙 선대본부장이 강하게 나간것에 대한 후폭풍이었다. 



지지도와 적합도가 무엇이 다를까? 지지도는 말그대로 '문재인, 안철수 두사람중 누구를 더 지지하는가?' 하고 묻는 것이고, 적합도는 '야권 단일후보로 문재인과 안철수 중 누가 더 적합한가?'라고 묻는 것이다. 비슷한것 같지만 질문 유형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는게 핵심이다. 국민들의 지지를 폭넓게 받고있는 지지도 측면에서는 안철수가 유리하지만, 민주통합당이라는 제1야당의 후보인 문재인이 무소속 안철수보다 단일후보로 적합하다는 기존 조사결과 때문이다. 그러기에 안철수 캠프 쪽에서는 줄곧 지지도를 주장했고, 문재인 캠프 쪽에서는 적합도를 주장했다. 하지만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일부 부동층 및 안철수 지지자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문재인 쪽으로 이동하는 기류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안철수 캠프로서는 그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지도를 관철시키는데 사활을 걸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주위 흐름은 안철수 캠프의 바램과는 멀어져갔다. 일단 이번 단일화 싸움의 최대승부처였떤 전날의 티비토론 결과 문재인이 더 잘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유일하게 문재인을 상대로 앞서던 지지도마저 역전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와 JTBC가 21~22일 이틀간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일일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후보 지지율은 문 후보가 직전 조사보다 0.7%포인트 상승한 44.9%, 안 후보는 1.1%포인트 하락한 35.3%로 문 후보가 안 후보에 9.6%포인트 앞섰다. 게다가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하며 막혀있자 문화예술계 원로인사들이 앞장서 '양자대결 50%, 적합도 50%' 안을 제시했는데 이를 문재인 캠프는 수용했고, 안철수 캠프는 거부한 것이 단일화를 갈망하는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안철수 캠프로서는 벼랑끝에 몰리고 만 것이다. 여기서 안철수가 선택할 수 있는 안은 두가지다.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지지도를 주장하며 독자출마 불사론을 들고나와 문재인쪽의 양보를 얻어내든지, 실제로 독자출마를 하든지. 여기서 절묘하게 23일까지 단일화를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이유로 후보사퇴를 선언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절묘한 수라고 보인다.


                                  11월 23일 안철수 사퇴전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개인적으로 왜 나는 문재인을 지지하는가에 대해 답을 할 차례다. 정치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꿈과 이상이 아무리 좋아도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지지기반이 있어야하고 정적들과 싸워 이길수 있는 배경이 있어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10년간 국정을 밑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안철수는 정치 경험도, 행정 경험도 전무하다. 이번 대통령이 첫 도전인 셈이다. 하지만 정치, 행정 초보자에게 맡기기엔 대통령이란 자리는 너무 버겁고 중대한 자리다. 차라리 서울시장직을 수행하고 도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제도권 밖에서 볼때는 기성 정치가 답답하고 화가 날테지만 본인의 의지와 국민의 지지만으로 바꿀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야당이 자신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고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의회민주주의 국가다. 대통령과 국회, 사법부가 3권을 분립하고 서로 견제토록 되어있는데 -현재는 3권을 모두 새누리당이 행사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안철수는 기존 정당에 입당하지도, 그렇다고 신당을 창당하지도 않겠다고 한다. 오로지 국민을 믿고 여론의 힘으로 저 거대한 조,중,동과 새누리당등 친일 보수세력과 맞서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이상일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라는 다수당을 가지고 있었고, 정치개혁 의지 역시 안철수 못지않게 강했지만 저들과의 상대에서 매번 실패했었다. 안철수 후보 스스로도 잘 알고 있겠지만 국민의 지지율은 아이돌 스타의 인기와도 같은 것이다. 매번 지지율이 높을수 만은 없다. 대통령이 되고나서 말한마디 잘못하면, 혹은 정책 한번 잘못 내놓으면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지는게 국민들의 지지율이다. 국민들 편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에 따라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소신있는 정치를 할수가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안철수 후보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거나, 연구소에서 일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민주당에 입당하든(그럴 일은 없다고 본다) 혹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신당을 창당하든 정당정치 내로 들어와서 활동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대선 출마 선언후 지금껏 말로만 본인의 생각을 얘기했지 현실정치에서 보여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정당안에서 그가 그토록 주장했던 정당개혁과 쇄신을 직접 보여줬으면 좋겠다. 아마도 한국 정당 역사상 최초의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정당이 탄생할것이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꿈이 아니라 할수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수도 있다. 그렇게 5년간의 정치 경험을 쌓고, 이번처럼 언행일치를 보여주고, 차기에 다시한번 독자출마를 통해 대선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오늘 보여준 그의 진정성과 국민을 향한 애정을 간직한다면 다음 대통령은 안철수가 되지 않을까?



이제 남은 몫은 두 후보 지지자들이 똘똘뭉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맞서 싸워 이기는 일이다. 심지어 문재인,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을 이간질 하기위해 문재인을 찍을바에 차라리 박근혜에 투표하겠다는 일부 안철수 지지자들의 모습이 방송을 타기도 한다. -물론 이는 당연히 새누리당의 전략이고 이를 지지하는 언론의 꼼수다- 그런 사람이 애초에 안철수 지지자였다는 것도 믿을수가 없을뿐더러 설령 정말 안철수를 지지했다가 박근혜로 갈아탔다면 이런 분들은 애초에 안철수가 꿈꾸는 세상이 어떤건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고 안철수를 지지했다고 밖에 볼수 없다. 그토록 그가 바랬던건, 후보를 사퇴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었던건 우리나라 정치의 쇄신이고, 이는 새누리당 정권에서는 절대 이뤄질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새누리당의 집권을 막고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게 안철수의 꿈이었는데 안철수가 물러났으니 박근혜를 지지하겠다? 소가 웃겠다. 더이상 언론의 꼼수에 휘둘리지 않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간절하다. 


올 연말 '상식'을 갖고있는 국민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게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