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고 하면 일단 어렵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어렵다. 무겁다. 특별한 사람이 하는 학문이다. 가끔 또라이들이 많다 등등...밝고, 가볍고, 유쾌하고, 재미있는 것들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듯한 난해한 학문. 그 어렵다는 철학을 직접 한번 경험해 보고 싶으신 분은 바로 이 책을 집어들고 책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하기 바란다. 제목은 '일상에서 철학하기'. 제목 그대로다. 철학책이라고 해서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되는 고대 철학자들의 족보를 외우는 책도 아니고, 철학이란 무엇인가 부터 시작하는 개론서는 더더욱 아니다. 말 그대로 일상에서, 집에서, 길거리에서 짧게는 1~2분, 길게는 20~30분 투자만 하면 된다. 그럼 정말로 그럴듯한 철학자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나도 해봤다. 진짜진짜 쉬운 철학하기가 여기 있었다.
저자는 프랑스인 로제 폴 드르와라는 분이다. 프랑스 국제철학학교 교수,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르몽드지 고정 칼럼니스트도 했다. 많은 책을 썼는데 <그리스 로마 철학자들의 삶과 죽음의 명장면>, <사물들과 철학하기>, <철학자들과 붓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철학이야기>, <간단하게 보는 철학의 역사>, <사유의 스승들>이라는 책을 펴냈다. 제목들을 살펴보면 지금 소개하는 책 <일상에서 철학하기>와 일맥상통하는 책들이다. 철학의 대중화? 쉬운 철학 체험하기? 등이 저자의 모토인가 보다. 덕분에 어렵게만 느껴지던 철학이 한결 친근하게 다가오게 됐다. 다음 목차에서 소개하는 몇가지 실천철학을 당장이라도 따라해보길 바란다.
목차만 봐도 엉뚱하지 않은가? '내 이름 불러보기'라~ 이게 무슨 철학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본문을 들여다보면 그리 만만한 과정은 아니다. 먼저 소요시간이 약 20분,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이 필요하다. 처음 얼마동안은 방안의 고요함을 느끼다가 내가 말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듣는 사람이라는걸 인식해야 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내 이름을 불러본다. 큰 소리로. 처음엔 어색하고 이상하다. 그러나 내 이름 부르기가 반복될수록 어색함은 사라지고, 마침내 나를 부르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느껴질때까지 반복한다.
"당신 이름을 부르는 자는 분명 당신인데, 당신은 그 목소리의 진짜 주인공이 누군지 모른다. 그러나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은 당신이 그 둘 다인 것을 너무나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 '두개의 당신'이 결국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당신도 그걸 알고있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허황된 말장난 같은가? 그건 이 '철학 체험하기'를 실제로 따라해보지 않고 눈으로만 읽어서 그렇다. 여기서 저자가 말한 말장난 같은 얘기를 사실이라고 그대로 믿고 따라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사색과 철학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재미있는 체험이 많이 있다. '반짝이는 별 내려다보기', '순간적인 고통 유발하기', '낯섦의 틈새로 전화걸기', '오줌누면서 물마시기', '버스 기다리며 무서운 상상하기', '상상으로 사과 깎아보기' 어떤가? 이 정도면 따라할만 하지 않을까? 어렵거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딱 하나 걸리는거라곤 남들 시선이 의식된다는 건데 그래서 이런 철학체험은 아무도 없는 나만의 공간, 내 방에서 하는게 많다.
책에서 언급하는 철학놀이(철학체험인데 사실 놀이에 가깝다)를 다 해봤다면 이번엔 창의력을 발휘해서 -너만 이런 엉뚱한 상상할줄 아냐? 나도 기발한 상상력이 있다구! - 내가 개발한 나만의 철학체험을 만들어서 실행해 볼수도 있다. 뭐 예를들어 이런거?
'1인2역 연극하기', '취조실의 형사 되보기', '타임머신 타고 10년후의 나를 만나보기', '노팬티로 외출하기', '사람들 관찰하기'...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이런 행동들이나 생각들이 모두 철학의 틀 안에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철학이란 무엇일까? 바로 우리 삶과 생각 그 자체다. 우리가 하는 말, 행동, 생각 모두 철학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책에서 백번 철학에 대해 설명을 해놔도 이해되지 않던 낯섬과 어려움이 이런 철학체험, 철학놀이를 통해 금새 이해되버리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 나도 당신도 이젠 철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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