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네이버, 그리고 숨겨진 진짜 모습

2009년에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때는 블로그 운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때라 내가 좋아하던 프로야구에 대한 이야기, 읽은 책에 대한 서평 위주로 글을 올렸는데, 메타사이트 등록같은 기본적인 블로그 운영법도 모를때였다. 당연히 이웃관리도 안되고 있었고... 그런데 한달여가 지날때쯤 하루 방문객이 평균 천여명을 웃돌았고, 시사문제에 관한 글이라도 올릴라치면 순식간에 만여명이 들어올 때도 있었다. 그래서 원래 그정도 방문객은 다 들어오는줄로만 알았다... ㅡㅡ;  

그러다 남들 다하는 구글 애드센스가 네이버에는 달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옮겼는데 - 당시에는 블로그 한 귀퉁이에서 반짝거리며 시선을 끄는 애드센스가 그렇게 부러울수 없었다 - 방문객은 300~400명 수준으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그제서야 메타사이트 등록하고, 답글, 답방 두세시간씩 하면서 관리를 했고, 다시 천여명으로 올리는데 1년이 걸렸다. 지금도 하루 방문객 천여명 수준인데 잠시라도 관심을 갖지 못하면 다시 눈에띄게 떨어져 버린다. 결국 이 얘기는 네이버의 독보적인 위치를 증명해주고 있다.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네이버 블로그가 우선 검색된다.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하면 글만 잘쓰면 트래픽 폭탄을 수시로 맞게 되어있다. 인터넷 검색 경로 압도적인 1위 업체, 아니 검색뿐만 아니라 뉴스, 카페, 메일등 우리가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면서 누리는 거의 모든 주소가 네이버로 통한다. 이런 압도적인 네이버의 시장점유율 속 감춰진 이면에 추악한 내면을 들여다 보는 책이 <두 얼굴의 네이버>다. 방금 추악하다는 표현을 했다. 응? 네이버가 시장주도적 사업체로 다소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일을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추악하다는 표현은 너무 심한거 아냐? 하시는 분들 많을거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도 그런말을 할 수 있을지...

 

네이버에서 노출되는 뉴스기사, 혹은 검색순위에 조작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네이버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로 네이버에서 광우병, 촛불집회, 이명박 탄핵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부와 새누리당 입장에서 민감한- 검색어는 노출되지 않는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급등한 검색어라 할지라도 어느순간 순식간에 검색순위에서 사라져버리는 현상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촛불시위때인데 네이버를 제외한 모든 검색창들이 이명박 탄핵, 광우병 등으로 도배되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고 있을때 유독 네이버만 인기검색어에서 광우병과 이명박, 탄핵 같은 검색어들이 순위에서 사라져 버렸다. 또한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과 한명숙이 맞붙었을때 네이버에서는 일방적으로 오세훈에 관한 긍정적인 기사와 자료들을 검색결과로 보여준 반면 한명숙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검색결과 위주로 보여주기도 했다. 검색창의 자동 완성기능에서도 꼼수가 보인다. 자동완성기능은 검색어를 입력시 인기검색어 순으로 단어를 자동 완성시켜 주는 기능인데 서울시장 선거 당시 <오>자만 쳐도 오세훈이 일순위로 검색됐던데 반해 한명숙을 검색하기 위해서는 <한명ㅅ>까지 쳐야 비로소 한명숙이 검색되는 식이었다. 

단순히 검색 결과에 약간의 인위적인 의도가 들어가는게 무슨 큰 일인지 아직도 의아해 하시는 분이 계시는가? 가장 중요한 점은 첫째, 누구나 실시간급등 검색어나 인기 검색어들이 공정한 집계를 통해 보여진다고 알고있지만 사실은 네이버 직원의 주관적인 입김으로 변경, 삭제 된다는 점이다. 둘째, 그와 더불어 실시간 급등검색어에 특정 인물이나 사건이 검색되도록 얼마든지 유도하고 조작도 가능하다. 심지어 네이버 메인화면에 노출되는 특정 언론사들의 기사에 대한 편집권까지 네이버가 휘두르고 있다는걸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람들은 관심있는 것을 검색해보고 검색결과에 나온 여론을 믿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를 악용하여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나 문재인으로 검색했을때 부정적인 자료들이 검색되고, 박근혜를 검색했을때 유리한 자료들이 검색된다면, 정치의식이 뚜렷하지 못한 부동층들은 네이버의 의도대로 보수우익화 될 우려도 있다. 예를들어 안철수를 검색하면 '안철수, 다운계약서 작성이 뭐가 문제냐', '안철수, 부인도 부동산 투기', '안철수 논문베껴놓고 관행이었다?' 이런 기사들이 줄줄이 뜨고, 박근혜를 검색하면 '설문조사 결과 경제민주화를 잘 할것 같은 정치인에 박근혜', '박근혜, 정치쇄신 칼을 빼다', '여론조사 결과 1위 유지' 이런 기사들이 줄줄이 뜬다면 부동층의 표심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자명한 일이다. 더군다나 이 검색 사이트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네이버 아니냐...

                                자료출처 : 네이버 책, (원문은 인터넷 교보문고)

실제로 전세계에 막강한 검색 기능을 가지고 있는 구글에서는 지난 미국 대선때 개표도 되기전에 정확히 오바마의 당선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일화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날자별, 지역별 검색어 순위를 통해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관심도를 엄밀히 분석한 결과 오바마의 인기가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상승하고 있다는것을 가장 먼저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공식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기간동안 지지율의 변화추이를 검색어를 통해 유추할 수 있고, - 이 방법은 상당히 정확하다 - 그렇게 얻은 정보를 상대 후보 모르게 네이버가 지지하는 후보에게만 보여준다면 이 후보는 자신의 열세지역과 우세지역, 어떤 공약을 냈을때 사람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끄는지 등등을 정확히 파악할수 있게된다. 우리나라에서, 이번 대선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거라고 어찌 장담할수 있을까.

                                 자료출처 : 네이버 책(원문은 인터넷 교보문고)

네이버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해 오고 있는지, 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네이버가 조종하는대로 따라가게 되는지 이 책은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다. 내리와 인성이라는 두 웹툰 작가가 그린 만화로 되어있어서 읽기에 어렵지 않고, 실제 있었던 사례 위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편이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있지만 다음과 네이버에서 보여주는 뉴스도 다르고, 이슈도 다르다. 모르고 끌려가는 사람이 될지, 알고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버릴건 버리는 균형있는 네티즌이 될지 이 책을 보고 결심하길 바란다... 강추 도서 되겠다.

두 얼굴의 네이버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김인성 출판 : 에코포인트 2012.09.10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