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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R2B, 리턴 투 베이스, 한국영화의 진일보

이번 휴가기간 동안 줄곧 영화만 봤다. 휴가철 성수기를 피해 일부러 느즈막이 휴가 계획을 잡아놨는데 하필이면 휴가기간 내내 쏟아지는 비 때문에 아무데도 못가고 방콕 할수밖에 없었으니 이것도 참 복걸복인가 보다. 그 덕에 그동안 섬생활 하면서 못봤던 영화관람 실컷 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을수 밖에... 첫날 도둑들을 시작으로 토탈리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리턴투 베이스, 이웃사람, 레드라이트까지. 내리 여섯편의 영화를 봤다. 짧게나마 영화평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어본다. 가장 먼저 R2B, 리턴 투 베이스 편이다.



김동원 감독, 정지훈(비), 신세경, 유준상 주연의 공군영화다. 나는 영화를 보기전 철저히 사전에 영화에 관한 정보에 귀를 닫는 편이다. 아내 같은 경우는 관심있는 영화가 개봉하면 치밀하게 주연배우부터 감독, 스토리, 예고편, 관객평까지 싹 훑어본 후에 영화를 선택하는 스타일인데 반해 나는 조금이라도 영화의 줄거리를 예측하게 하는 것들을 피한다. 오로지 배우와 감독, 그리고 포스터를 통해 기대작들을 선별한다. 이유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줄거리를 알고보는 영화는 재미도 반감되기 때문에... 그런면에서 R2B를 보기전 내 예상치는 두가지였다. 첫째는 전투기들의 공중전을 소재로 한다기에 옛 영화 '탑건'과 같은 현란한 전투기들의 전투신을 기대하며 한국영화의 한단계 발전된 기술을 기대하는 편이었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뻔한 스토리에 심형래의 '디 워'가 그러했듯이 어설픈 전투신 흉내만 대충 내는 실망스러운 예상도 한 편으론 하고 있었다. 결과는?



아쉬운대로 합격점을 줄만하다. 두가지 예측이 모두 맞아 떨어졌다. 일단 스토리, 극의 전개는 유치할 정도로 뻔한 스토리다. 전투기 조종사들간의 의리와 질투, 명예와 실리, 어설픈 애국심 마케팅과 남북대결, 거기다 주변인물의 필연적인 죽음과 억지스러운 감동모드까지...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3류급을 지향하는 모든 요소는 다 갖추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감독은 저렇게 이야기를 끌고가면 관객들이 감동받고, 다음 장면을 궁금해하며 손에 땀을 쥘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정말로? 딱 90년대 연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점을 줄수 있다고 말한건 첫번째 긍정적인 기대처럼 전투기들의 공중전을 그려낸 촬영기법이 신선하고 놀라웠기 때문이다. 21세기, 그것도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북한 전투기가 서울 상공에 침투해 아군 전투기들과 공중전을 벌인다는 신선한 아이디어는 칭찬할만하다. 게다가 쫒고 쫒기는 추격신과 전투신들이 마치 헐리웃 영화를 보는것처럼 긴박하고 스릴 넘친다. 아~ 우리나라 영화도 이정도까지 촬영이 가능하구나! 하는 감격을 맛보았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끌게 하는 또하나의 히든카드, 바로 정지훈, 비의 캐스팅이다. 지금은 공군에서 군생활을 하고있지만, 입대전 대한민국 언니들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들었던 말근육과 귀여운 얼굴, 순진한 미소는 영화에서 여전히 살아있었다. 정비사로 등장하는 신세경과 알콩달콩 러브라인, 그리고 장난스런 미소 뒤에 유준상과의 대립각을 세울땐 이처럼 남성스런 매력을 풍기니 어찌 언니들이 외면할수 있겠는가!





화려한 전투기들의 추격신과 더불어 비의 능청스럽고, 매력적인 연기는 영화 런닝타임 내내 단연 돋보인다. 이 두가지 요인만으로 허접한 스토리라인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동시에 남성과 여성관객을 모두 극장으로 끌어 들일만한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이 영화를 봤던게 토요일 심야시간이었는데 좌석은 모두 매진이더라. 조만간 흥행에 가속도를 붙일 기세다. 이러다보니 진부한 스토리와 억지스런 90년대식 연출이 더 아쉽게 느껴진다. '도둑들'에서 보여주듯 좀 더 감각적이고 세련된 스토리였으면 더 좋았을 것을...


ps. 비가 공군에 근무하고 있다는건 착오였네요. 국방부 홍보지원단에 근무중이라고 검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