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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순혈주의의 폐쇄성을 고발한 소설 '네가지 비밀과 한가지 거짓말'



<네가지 비밀과 한가지 거짓말> 묘하게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 그리고 뭔가 으시시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풍기는 표지 디자인에 끌려 책을 읽게됐다. 방현희라는 여성작가의 장편소설. 모르는게 많은 나에게 역시나 방현희란 이름이 새롭기만 하다. 






언제 받아도 기분 좋은 작가의 친필 사인.
'뜨거운 여름 앞으로 한걸음, 뜨거운 사랑 앞으로 열걸음' ? 몇번을 읽어봐도 의미파악이 안된다. 독자에게 전하는 인삿말이니 얼마나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고른 자신만의 문구였겠나를 생각하면 역시 이해력 부족한 나를 탓할수 밖에! 아무래도 액면 그대로 이 무더운 여름 잘 보내고,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시라~ 뭐 이런 덕담이겠거니 생각하고 만다. 뭔가 그 이면에 더 대단한게 있으면 좋겠지만..




이 소설은 네사람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프랑스인 마르셀, 한국인 정과 장, 그리고 일본인 마쓰코. 아~ 그런데 첫장을 넘기자마자 실망감이 불쑥 찾아든다. 예전 이곳 블로그에서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여성작가들의 지나친 성애주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바 있다. 자주 찾는 이웃분들은 기억하실터. 많고 많은 소재들과 다양한 사회현상중 굳이 꼭 성과 섹스에 탐닉하는 여성작가들은 그 한계를 못 벗어나는걸까? 그렇게 함으로서 마치 자신들이 억압받는 여성과 성에 수동적 자세를 강요받는 사회의 금기를 깨는 운동가임을 보여주고 싶은걸까? 하는 불편함.. 이젠 그럴때가 지나지 않았는가. 좀 더 스케일 큰 작품도 내놓고, 여성이라는 성을 넘어서 공지영 작가처럼 사회의 부정을 고발하는 강력한 작품들도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인지 알수없지만 첫장을 펴자마자 나오는 성기, 섹스 이런 단어들이 기대감을 주기는 커녕 역시나...하며 실망감을 안겨준다.

이런~ 반전있는 소설 같으니라구! 
소설을 읽는동안 내 느낌에 반전이 찾아왔다. 실망감을 안고 읽어 내려가며 몇장을 넘긴 다음 찾아온 느낌은 당혹감, 그리고 난해함이다. 일단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한글로 씌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주인공이 프랑스 여성이라는 이질감과 함께 문장을 간단 명료하게 풀어쓰지 않고, 배배 꼬아 복잡하게 만드는 의도가 엿보인다. 헌데 근래 소설들을 읽다보면 이는 영미권 문학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기조다. 근래 유행하는 작문형태인가 보다. 그래서 마치 번역서를 읽는듯 난해하고 이런 분위기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번엔 긍정적으로 얘기해보자. 흔히 볼수있는 서술형의 전개가 아니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표지에서 풍기는 알수없는 매력과 일치한다. 현실인지 꿈인지 독자들을 혼란하게 만들지만 소설속 주인공 역시 현실인지 꿈인지 알수없이 독자들과 똑같은 혼란을 겪는다. 절로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에 감정이입 하는 효과가 있다.

마르셀로 시작한 이야기는 마르셀이 장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찾아가는 정신과 의사 닥터정의 이야기로 옮겨진다. 이번엔 장의 이야기, 그리고 세사람의 이야기 동안 계속해서 등장하는 또 한사람의 존재 마쓰코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자... 책의 후반부에 이르렀다. 처음 느꼈던 혼란스러움은 여기까지 이어져온다. 달라진게 있다면 처음에는 마냥 당혹스러웠다면 지금쯤은 소설속에 몰입된 채 혼란스러워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지금 내 모습은 완전히 매료되어 독서에 몰입하고 있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책을 놓을수 없다... 마치 추리소설처럼 이어지던 궁금함은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비밀이 밝혀지고 엔딩을 맞게된다. 드디어 끝났다. 그런데 좀 허무하긴 하다. 아니 좀 시시하다. 실컷 궁금증을 자아내놓고 결말이 반전을 주지 못하니. 그런데 뭐 지금까지의 이상한 이야기가 알고보니 다 꿈이었다~ 뭐 이런식으로 결말을 맺었으면 더 황당할뻔 했다. 작가로선 최선을 다한 엔딩이었겠지. 그런데 그렇게 이해해 주자니 전개가 너무 오버스러웠다. 판타지 소설도 아닌데 뭐..

그럼에도 처음 느꼈던 실망감이나 이질감은 사라졌다. 기대 이상의 재미와 몰입감을 주는 소설이다. 그리고 처음에 불평했던 성과 섹스가 소설내내 자주 등장하는 주요 소재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적절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순혈주의와 타민족에 대한 폐쇄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유난히 순혈주의 이데올로기에 묻혀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타 인종에 대한 배척과 경계, 그리고 낯선 피에 대한 매혹을 은밀하게 이루려는 의뭉스런 민족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민족성을 탓하는 듯 읽히기도 하지만 소설을 읽고나면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건 쉽게 알수있다. 독자들은 작가가 의도한대로 순혈주의의 폐혜에 대해 잠시나마 -본인이 의도하지 못한 사이에- 생각할 시간을 갖게되겠지. 특히나 요즘처럼 단일민족 국가에서 다민족 국가로 전환되어 가는 시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그런데 작가의 이력이 놀랍다. 꽤 글쓰는 재주가 좋다고 느꼈는데 문학을 전공한게 아니라 뜻밖에도 간호학을 전공하고 간호사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 2001년에 등단하기 바로 전까지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문학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는 얘기다. 어쩔수 없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적성에 맞지않는 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귀감이 될만한 케이스다. 저서중에 <달을 쫒는 스파이>, <바빌론 특급우편> 이란 작품들이 유명하다고 한다.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국내도서>소설
저자 : 방현희
출판 : 자음과모음 20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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