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하나, 딸 하나, 두 자녀를 둔 평범한 가정의 아빠가 아들과 함께 전국을 일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아들이 너무 어리다. 언제 첫발을 뗄수 있을까 고민하다 우리나이로 다섯살, 만 세살때 국토대장정의 첫걸음을 실행에 옮겼다. 에이~ 설마, 아이가 그렇게 어린데 무슨! 어른도 하기힘든 국토순례를 어린이집도 다니지 않는 어린아이에게 시켰다고? 아동학대 아냐? 이렇게 생각하실 분들은 잠깐! 끝까지 읽어주시기 바란다. 이 책 <아빠와 아들 대한민국을 걷다>는 2001년 8월 26일부터 시작된 아빠 박종관과 아들 박진석의 10년에 걸친 국토대장정의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아빠 박종관은 결혼전부터 등산과 여행을 좋아했다. 그리고 결혼후 아들을 낳으면 꼭 함께 걸어서 대한민국을 한바퀴 돌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큰아들이 태어나고 3년 8개월이 됐을때 문득 더이상 기다릴것 없이 놀이 개념으로 국토순례를 시작하면 어떨까 해서 첫걸음을 떼게 됐다. 춘천에 살고 있었는데 집에서 약 7키로미터 떨어진 외갓집을 목적지로 삼았다. 그냥 동네 슈퍼가듯 걷다가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힘들면 한참동안 쉬면서, 놀면서, 걷다보니 마을을 벗어났고 그렇게 천천히 걸어 목적지에 도달했다. 7키로를 7시간에 걸쳐 걸었다. 하지만 너무 어리다보니 혹여 무리한 걷기가 성장판이라도 손상될까 염려스러워 당분간은 1년에 한번 걷는것으로 계획을 수정하게 된다.
국토대장정의 첫발을 내딛은 2001년 8월 26일, 아빠와 아들의 기념촬영 사진.
1차걷기에서 집을 출발해 죽림동 외갓집까지 걸었으니, 2차걷기때는 죽림동 외갓집에서부터 걷기가 시작된다. 팔미교차로까지 5시간 걷기를 마치고 차를 이용해 집으로~. 3차걷기는 그로부터 다시 1년뒤 팔미교차로에서 강촌대교까지 또 다섯시간여를 걸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차를 타고 집으로~ 이처럼 철저하게 아이의 체력에 맞는 코스와 거리를 계획하고, 1년에 한차례씩 걷기여행을 하던 아빠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점점 거리를 늘리기 시작했다. 5시간이 6시간, 7시간으로 늘어나더니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때 처음으로 텐트를 들고 1박2일 여행을 했다.
그 뒤로는 놀토에 맞춰 한달에 두번도 다니고, 방학때는 3박4일 일정으로 걷기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강원도 춘천에서 시작한 국토대장정은 서쪽으로 서울을 거쳐 인천으로 가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전라남도 목포에 이른다. 마침내 2011년 6월 6일, 집을 출발한지 10년이 되던때 비로소 경상남도를 거쳐 부산에 도착했다. 이제 2/3를 걸은 셈이다. 진로를 북으로 바꿔 경상북도, 강원도를 거쳐 춘천 집으로 향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고보면 이 책은 계획을 달성한 후 쓰는 책이 아니다. 지금도 그 과정에 있는 셈이다. 1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아이도 점점 자라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됐다. 아장아장 걷던 다섯살 꼬마가 이젠 아빠와 키가 같아지고, 베낭의 무게도 같아졌다.
서울을 통과하던 초등학교 3학년 아들 박진석
부산을 향해 걷던 중학교 2학년때의 아들, 이때는 이미 아빠와 같은 키에 같은 무게의 베낭을 메고 아빠보다 앞서서 걷게 되었다.
아빠는 왜 그렇게나 어린 아들을 데리고 국토대장정이라는 거창한 일을 실행에 옮겼을까. 이 일을 통해 아들이 무얼 배우고 깨닫게 되기를 바랬을까. 같은 길을 차를 타고 수십번 다닐때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들이, 걷기여행을 하면서는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 동네가, 내가 사는 춘천시가, 그리고 우리나라가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걷기 싫어 울기도 하고, 짜증도 내던 아들은 이제는 게을러지는 아빠를 독촉하며 앞장서 걷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그냥 걸어야 하니까 걷는다는데 의미를 두지만, 춘천에 도착할때쯤 아들이 국토순례를 통해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인내심, 끈기를 배울수 있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함께 걸으며 남자로서 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소통하고 싶었던 목적도 진행중이다. 아직까진 너무 다른 생각을 갖고 살고 있다는것만 확인했을뿐이지만 이 긴 여행이 끝날때쯤엔 덤으로 두터워지는 가족애를 보너스로 얻을수 있지 않겠는가.
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칭찬해 줬다. 칭찬에 더 힘을 얻어 아들은 포기하지 않고 걸을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결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걷기 시작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저자 박종관씨는 얘기한다.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이라고. 다만 결심을 안해서 그렇지. 또 각 지방을 다니다보니 어느 지역이든 한국사람의 인심은 다 똑같더란다. 그런데도 서로 지역을 갈라 험담하고 지역색을 만들어 가는게 안타깝다는 마음도 전한다.
걷기여행 도중 위암에 걸리고, 수술을 하고서도 포기하지 않고 걷고있는 박종관씨. 혹시 지금도 어느 강원도 마을길을 함께 걷고 있을지 모를 이 두 부자를 향해 힘껏 응원을 해주고 싶다. 꼭 완주해서 큰 성취감을 느낄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바랬던 목표가 다 이루어져서 다른 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줄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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