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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음악공부 제대로 해봅시다 '친절한 음악책'

요즘 뒤늦게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샘솟고 있는중이다. 음악과 미술에.

학창시절에도 그다지 별 관심이 없었던 음악시간. 노래는 좋아했는데 그 관심은 온통 대중음악과 팝에 쏠려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이란 온통 이론과 고전음악 중심이었으니 지루하고 땨분하기만 했던 것이다. 미술은 또 어떤가.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이 생생한 칼라로 미술책을 도배하고 있었지만 이 역시도 별 관심이 없었다. 당시의 개똥철학으로 '예술은 관객이 우선이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기에,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무리 고상하고, 심도가 있다 하더라도 일반 관객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작품은 가치가 떨어질수 밖에 없다는 나름의 소신이 있었다. 그래서 유명화가가 그린 유명 작품을 보며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면 그 관객의 무지를 탓할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지 못한 작가를 탓해야 한다는 생각이었기에 그나마 시선이 한번씩 가던 작품들은 극사실주의 작품들 뿐이었다. 마치 사진처럼 내가 보는 모습을 똑같이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작품을 보면 와~ 정말 잘 그렸다! 하고 감탄했고, 추상파, 인상파, 낭만파 화가들의 작품은 저런거 나도 그리겠다 하면서 폄하했었다. 무지의 소치지 뭐. 아는만큼 보인다고 예술에 대해 지식과 조예가 없으니 딱 그만큼만 보인거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조금씩 음악이나 미술같은 예술쪽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뜬금없이 중학교, 고등학교 미술교과서를 어디서 구해볼수 없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내 기억에 교과서에 주옥같은 명화들이 수두룩하게 수록되어 있었기에 미술 교과서를 구해다가 그림을 오려내서 눈에 잘 띄는곳에 두고 감상하고픈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음악에 관해서도 어렵게만 느껴지던 오페라, 뮤지컬같은 공연도 보고싶고, 또 상식이 부족함을 느꼈기에 오케스트라 구성이랄지, 용어들이랄지, 거장들의 작품 이름이랄지 이런것들을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러던 차에 알게 된 책이 '친절한 음악책'이다. 어떤가~ 제목이 아주 딱이지 않는가? 마치 내 마음이라도 읽은듯이 친절하게 음악에 대해 가르쳐 준단다. 어떤 책인지 살펴보자.

  

 

'맨땅에 헤팅하는 유쾌한 음악시간', '어렵다? 근엄하다? 따분하다?', '쉽고 즐겁게 떠나는 편안한 음악여행', '지루하고 부담스러운 클래식과 허물없이 친해질 수 있는 마법의 책' 등등 내가 원하던 모든 어구들이 책 표지에 다 들어있었다. 그래 바로 이런 책을 원했어!

 

 

 이름처럼 예쁜 저자의 사진에 눈길이 간다. 보아하니 나처럼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문외한들도 쉽게 클래식과 친해질수 있도록 쉽고, 재밌게 음악 전반에 관한 소개를 해주는 책인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게 뭥미.. 책을 펼친지 두세장 넘기면서부터 급격히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1장 어렵다? 로 시작하는 서두 부분은 그간 우리가 어렵게 느껴왔던 음악상식들을 쉽게 이해시켜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어려웠다. 계이름과 음이름의 소개, 화음과 화성, 키, 옥타브 같은 용어들, 음악의 3요소, 음악활동의 3요소, 악보 보는법 등이 주욱 소개되는데 마치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으로 돌아간것 같고 여전히 어렵고, 지루하고, 따분해서 책을 읽는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처음부터 죽 순서대로 읽어나가려던 계획을 수정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음악 이론들은 쓱 건너뛰고 흥미가 가는 부분만 읽기로 했다.

 

 

바로 흥미로운 부분을 만날수 있었다. 바로 2장 근엄하다? 부분인데 음악가들 소개하는 대목부터 읽을만 하다. 음악의 아버지라는 바흐가 왜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는지, 그렇다면 음악의 어머니는 누구이고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 바흐, 헨델로 대표되는 바로크 시대 음악가와 곧이어 등장하는 고전파 음악가들, 음악의 신동 모짜르트,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악성 베토벤 등을 소개하는 대목은 적절한 유머와 함께 지루하지 않게 음악가들의 생을 돌아볼수 있었다. 모짜르트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살리에리. 모짜르트의 재능을 시기하는 바람에 독살했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음악사의 정설에서는 살리에리가 모짜르트를 독살했다는 이야기는 소설로 치부한다고 한다. 그리고 살리에리는 베토벤의 스승이기도 했다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곡가인 모짜르트와 베토벤, 하이든, 브람스, 말러 등의 이야기는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그리고 말미에는 잊지않고 우리나라 작곡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안익태, 윤이상이 그들인데 여기서 애국가의 작곡가인 안익태 편이 최근 통합진보당의 종북논란을 야기한 이석기의 발언과 맞물려 인상적이었다. 이석기는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라고 발언해서 홍역을 치루고 있는데 그 본의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행한 친일사전에 친일파로 등재되어 있고, 애국가 부르기를 강요하는 것은 전제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일면 맞는말 같기도 하지만 국가는 어느나라나 자국을 상징하는 연주곡이 있고, 우리나라 애국가는 임시정부 시절부터 사용되어 왔다는 기록도 있을뿐 아니라 안익태가 애국가가 포함되어 있는 <한국 환상곡>을 작곡하던 시기는 친일이 아니라 반일의 행보를 보이던 시절이라는걸 감안하면 애국가를 국가로서 부정하는 생각은 옳다고 할수 없겠다.

 

물론 이런 내용도 책의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인지 모르지만 안익태는 평양 숭실중학교에 다니다 3.1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하고, 일본과 미국에서 음악공부를 하다 1936년에 <한국 환상곡>을 작곡했다. 1940년까지 슈트라우스의 보조지휘자로 있다가 독립해서 세게적인 지휘자로 이름을 떨쳤는데 지휘봉을 잡을때마다 한국환상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에서도 <한국 환상곡>을 연주하려다 일본정부의 압력을 받은 이탈리아로 부터 추방을 당하기도 했다. 훗날 변절하여 일본이 만주에 세운 괴뢰국 '만주국'의 국가를 작곡하고 일본을 찬양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3장 따분하다? 로 넘어가면 따분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학창시절 딴짓하느라 못배웠던 음악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게된다. 여기까지 읽어왔다면 이 책의 엑기스를 잘 소화한 셈이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책 구성에 있어 앞부분에 다소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으로 시작하다보니 독자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위험이 높아 보인다. 차라리 맨 뒤로 돌리는게 읽기에 더 친근할듯 싶은데... 삼일동안 책을 읽었는데 마치 3년동안 고교시절에 배운 음악과목을 다 배운것 같아서 뿌듯하다. 그런데 기억나는건 하나도 없다. 컥... 어쩌란 말이냐. 다시 한번 더 읽어봐야 할라나?

 

 

친절한 음악책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김드리
출판 : 돋을새김 201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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