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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혼자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혼자살기 5년차'

별게 다 궁금하다... 혼자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옷차림으로 지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점이 제일 불편한 점이고, 또 어떤 점이 편안한지, 어떤 놀이를 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이 책의 제목은 <혼자살기 5년차>, 내용은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5년째 집을 떠나 도쿄에서 혼자 살고있는 저자가 자신의 일상 생활을 만화로 표현해 놓은 책이다. 책 내용이 살짝 궁금하기도 했지만 -젊은 여자들이 혼자 사는 방은 어떤방일까, 혼자 있을땐 뭘하고 지낼까? - 그보다는 이런 주제를 가지고도 책을 낸다는것 자체가 신기해서 보게 된 책이다. 타카기 나오코 지음 <혼자살기 5년차>



특별한 내용은 없다.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 그게 다다. 처음에 자유로운 생활을 동경해서 부모님 집을 뛰쳐나와 혼자살게 된 여자가 맘껏 자유를 즐기다가도 몸이 아프거나, 외롭거나, 반찬이 떨어져서 집에 먹을게 없다거나 할때면 괜히 집을 나왔다고 궁상스레 감상에 젖어있다가 엄마가 보고싶어 집엘 들르고, 또 아무일 없듯 돌아와 계속 혼자살아 간다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내용들로 책은 꾸며저 있다. 확실히 일본의 출판문화가 한국과 비교해서 다양하고, 세부적이며 작은 소재 하나라도 그 속에서 재미와 교훈을 찾아 책으로 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어찌보면 말이다, 이런 내용을 가지고 책을 펴낸다는것 자체가 놀랍지 않은가? 책이 부실하다거나 형편없다는 뜻이 아니다. 혼자서 5년째 살고있는 여자가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책으로 펴내겠다는 발상도 놀랍고, 또 그 책을 읽으면서 맞아맞아 하며 공감하고, 또는 아~ 혼자살면 이럴때 이렇게 생각하는거야? 하고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는 것도 나로서는 놀랍기만 하다.


나 역시 혼자서 9년동안 살았던 적이 있었다. 군대 제대후 대학 3학년으로 복학을 했는데 그때부터 기숙사, 자취생활을 하며 대학원까지 마쳤고, 이후 첫직장 생활을 서울에서 하며 1년간 방을 얻어 생활했다. 그랬다가 직장을 옮기면서 전남 목포로 집을 옮겼고 그곳에서 3년을 더 있었다. 그러기에 책의 저자 타카기 나오코가 풀어놓은 '혼자살기 5년차'의 일상 모습에 참 많은 공감을 하게된다.




별 생각없이 낮에 봤던 공포영화가 자꾸 떠올라 머리를 감으면서도, 자려고 침대에 누워 불을 끄고서도, 무서움에 고생한 에피소드다. 이거 싱크로 100% 내 얘기다. 아니 혼자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하지 않을까?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98년인지 99년인지 일본 공포영화 '링'이 흥행하던 때 일이다. 대학원 시험실에 간이 침대를 갖다놓고 생활하던 때였는데 한 친구가 영화를 구해와서 시디로 보고 있을때였다. 영화내용상 전화가 울리면 절대 받으면 안되고, 만일 그 전화를 받으면 죽게된다는 설정이었는데 세명이서 심취해 보고있던 도중 갑자기 시험실 전화기가 울리는거다! 그때가 밤 11시쯤이었는데 그시간에 전화올 일이 없었다. 순간 세친구가 눈이 마주쳤고, 아무도 전화를 받을 생각을 못했다. 너무너무 무서웠던 영화가 끝나고 두 친구들은 각기 자기들 방으로 돌아갔고 당시 혼자 생활하던 나는 시험실 문을 잠그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참을 누워서 멀뚱멀뚱 잠을 못이루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나 벌떡 일어나서 컴퓨터 모니터 전기코드를 모두 뽑기 시작했다. 영화속에서 꺼진 티비가 갑자기 켜지고 화면속에 우물이 나타나며 사다코가 우물속에서 기어나와 화면 밖으로 나오지 않는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거다.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


이때의 무서웠던 기억은 그후로도 한참을 지속됐고 머리를 감다가도 왠지 거품을 걷어내고 눈을 떠보면 귀신이 쳐다보고 있을것만 같고, 한국영화 '거울속으로'에서 나온 장면처럼 욕실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려고 허리를 숙이면 거울속에 또다른 귀신이 나를 내려다볼것만 같고... 그래서 내가 이후로 공포영화를 절대 보지 않게됐다. 지금이야 같이 살고 있으니 덜 무섭겠지만 혼자살땐 가위도 제법 눌렸었다.



저자는 여자라서 식당에 갈때 혼자가기가 영 뻘쭘하다고 한다. 그나마 혼자먹기 좋은 식당을 알아두고 가끔 가게될땐 사람들이 없을때 잽싸게 들어가서 먹고 나오곤 하고, 특히 남자들이 많을땐 여자 혼자 그속에서 식사하게 될까봐 안가지게 되는데, 본의아니게 밥먹는 속도가 느려서 먹다보면 주위에 온통 남자들로 둘러싸일때가 있다고~


마트에서 장보기, 혼자 식사하기, 아플때 꼭 준비해야 할것, 방범에 관한 경험담 등등 혼자사는 사람들에겐 공감대를 형성하고, 혼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혼자사는게 그리 좋은것만은 아니라는 정보를 주기도 하는 아~주 평범한 보통 여자의 '혼자살기 5년차' 이야기였다. 참, 술안주로 한국 김이 맛있다는 대목도 인상적 ^^;



혼자살기 5년차
국내도서>만화
저자 : 타카기 나오코 / 박솔,백혜영역
출판 : 매경출판(매일경제신문사) 20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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