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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명계남이 회상하는 노무현과 참여정부, '봉하로 간다'

노사모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둘 있다. 문성근과 명계남. 이 중 문성근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에 당선되어 활발히 정치활동을 하고있고, 명계남은? 근황이 궁금했는데 그가 이 책을 들고 나타났다. <봉하로 간다>.





제목에서 말한대로 고 노무현 대통령을 기리는 사모곡이다. 문성근이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한국 민주화세력의 구심점이 될수밖에 없는, 정치를 벗어나 살수없는 운명을 가진 이라면 명계남은 본인말에 의하면 정치와는 상관없는 소시민일 뿐이란다. 그런 그가 고 노무현 대통령 자살이후로 이나라 떠날 생각도 했다고 밝힌다. 도대체가 이런 놈의 나라, 정내미가 떨어졌다고...노무현 전대통령을 기리는 글들로 가득찬 이 사모곡은 그러나, 여인의 감성적이고 애절한 사모곡이 아니라 마초남의 터프한 사모곡이다. 글 속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을 사지로 몰아세운 이명박 대통령과 그 하수인들, 정치검찰, 찌라시 언론, 새누리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아주 작정한듯 책에서 그간 참아왔던, 아니 하고싶었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 각오가 프롤로그에 잘 나타나 있다.

"나야 뭐 정치할 것도 아니니 점잖을 필요도 없고, -중략-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그저 내 성질대로 쓸거다. 나쁜 놈한텐 육두문자 욕도 한바가지씩 퍼부어가면서 말 안사리고 속 시원하게 풀어내려 한다. 욕 얻어먹었다고, 비아냥 당했다고 명예훼손이니 뭐니 고소할 자는 얼마든지 하시라. 노짱 죽고나서는 세상 두려운 것도 없고 니코틴낀 이빨과 주먹에 힘만 잔뜩 들어가 있으니까."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 폐인처럼 살아가는 어떤 이가 세상을 향해 적개심을 표출하는 분위기다. 나 지금 열받아 있으니까 건들지마. 누구든지 걸리기만 해봐... 이뿐만이 아니다.

"봉하마을 묘역에는 그가 누워계신 너럭바위까지 1만8천여 국민이 애도의 마음을 담아 기부한 1만 5천여개의 박석이 있다. 나는 그 박석에다 이렇게 새겼다. "반드시 되갚아 주겠습니다" 내겐 그 무엇보다, 내 아들이 잘되고 딸내미가 애를 낳고 행복하고, 내가 다시 영화를 제작해서 승승장구하고...그런 기대치보다, 내겐 더 강렬한 인생의 어젠다가 있다. 그건 복수다. -중략-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 참혹한 역사면 역사, 비루하고 악한 인물이면 인물에게 아주 똑같이, 더 아프게 돌려주고 싶다. 가능한 합법적으로, 그게 안될땐 아랍의 자폭 전사를 내속에 심어서라도."


얼마나 강렬한 복수심과 적개심인가.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몰고간 세력들과 이 시대에 대해 끝까지 복수하고 싶다니.. 노무현 대통령은 유언에서 모두 용서하라고 하셨지만, 그게 안되는 평범한 촌부도 있는 법이다. 어쩌면 우리가 하고싶은 말을 명계남이 대신해서 하고 있는듯 하다.

명계남은 초대 노사모 대표일꾼이다. 회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표일꾼이라 했으니 흔히 초대회장인 셈이다. 그는 인생에서 젊은시절, 영화배우라 활동하던 시절의 기억은 그리 뚜렷하지 않다고 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2000년대 이후의 삶만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단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고 그에게 반해 노사모를 결성하고,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던 그 행복했던 시기.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 정부 10년과 억울한 죽음이후 오늘까지 분노의 시간들이 기억의 대부분이라고. 책을 읽다보면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과 맹목적인 추종이 놀랍기만 하다. 절대적인 믿음과 지지. 그 밑바탕에는 "어쩜 이런 사람이 있을수 있을까?" "어떻게 자신의 이득보다 나라와 국민들을 위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을까?" 하는 경외감이 깔려있다. 우연히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알게되고, 그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매력에 빠져들고, 또 그의 곁에서 지켜보며 그사람의 진심이 명계남을 자발적 골수 노빠로 만들어 버렸다. 아니 자발적 골수 노빠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 노빠들이 대부분 자발적으로 형성되었고, 그들은 또 대부분 골수였으니...




사람들이 궁금해 해서 자신을 만날때마다 물어보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노사모 활동을 하고,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으니 참여정부 탄생후 문성근과 함께 한자리 할줄 알았다는. 무슨 위원장, 또는 장관, 그것도 아니면 관변단체 수장 노릇이라도 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 감투도 쓰지 못했으니 이용만 당했다거나, 그게 아니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이득을 보지 않았겠냐는 의심이다. 거기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대답을 내놓았다. 노사모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활동을 했고, 순수한 마음으로 결성된 정치인 팬클럽이다. 따라서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하면 거기까지만 황동을 하기로 했고, 반대급부를 바라지 말자는 다짐이 있었다고 한다. 문성근과 명계남도 공개적으로 참여정부에서 아무런 명함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었다고. 또 노무현 대통령 스타일이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능력없는 인물들을 관직에 앉히는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요직에서 배제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쯤되면 울분을 토하거나 배신감을 느끼거나 할 법도 한데 문성근이나 명계남이나 다른 노사모 회원들 모두 아무 이의제기도 없고, 불만을 갖지도 않았다고. 그들 스스로가 원한 일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명계남 본인은 또 스스로 정치인의 길을 걸을 생각도 없고, 그럴 그릇도 아니라고 평한다. 하지만 함께 했던 동지 문성근에 대해서는 극찬의 평가를 하고있다. 앞으로 크게 될 정치인이라는 것. 참여정부 하에서 관직을 맡지 않았던 것은 본인이 고사했기 때문이지 입각의 권유도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노무현 전대통령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꿔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재야 진보세력과 민주당의 대통합을 이뤄내 한나라당과 맞서 싸우는 길을 숙명으로 받아 들였다고.

책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노짱의 인간적인 모습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 그리고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이 노사모의 시각으로 소개된다. 또한 왜 그렇게 명계남이 노무현에 매료될수 밖에 없었는지 너무 훌륭한 노무현 대통령의 인품에 대해서도 잘 소개되고 있다. 다시한번 그리운 이름을 떠올리며 눈물짓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봉하로 간다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명계남
출판 : 모루와정 201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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