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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가슴 뭉클한 아빠의 사랑, 최문정 신작 '아빠의 별'

이 책은 읽기전부터 기대가 컷다. 요즘 잘나가는 '핫'한 작가, 최문정의 신간인데다 전작 <바보엄마>가 엄마와 딸의 관계를 토대로 씌어졌다면, 이번 <아빠의 별>은 아빠와 딸의 말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을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이었기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어느 시댄들 딸들을 사랑하지 않는 아빠가 있었겠냐만은 특히 요즘 시대는 유독 딸바보라 칭해지는 아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딸들은 어릴때부터 애정표현이 적극적이고 자연스럽다. 게다가 아빠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애교도 술술~ 이쯤되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아내를 쳐다보는 시간보다 딸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다섯살 딸에게 남편을 뺏겼다고 질투 느끼는 아내들도 많다잖는가. 그런데 희한한 일이다. 딸아이가 어릴땐 그렇게 자연스럽던 애정표현과 과도한 사랑이, 딸아이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약해진다. 아이는 아빠랑 노는 시간보다 밖에서 친구들과 있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같은 관심사에 감정 교류가 자연스런 친구들에 비해 아빠들은 고리타분하다고 느낀다. 가족여행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좋고, 아빠에게는 점점 비밀이 많아진다. 그러다 고약한 사춘기를 겪기라도 할라치면 말수도 없고, 집에 있는 시간도 적고, 보수적이고, 공통된 화제도 없는 아빠와 딸은 서서히 멀어져 가는것 같다. 어릴때와 다름없이 똑같이 사랑하지만 딸에게 다가서기 힘든 아빠, 이해하려해도 이해되지 않는 고집스럽고 보수적인 아빠가 부담스러운 딸. 이렇게 부녀지간은 미묘한 애증의 감정이 싹터간다. 소설속 얘기가 아니다. 아마 많은 집들에서 겪게되는 아빠와 딸의 관계가 이러지 않을까? 물론 그중에는 딸이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빠와 사이좋게 잘 지내는 집들도 있다. 진심으로 그런 아빠들이 부럽다. 나 역시 두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어느 누구보다 더 딸바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소설 얘기를 해보자.





요즘 SBS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바보엄마>. 이 작품의 원작이 최문정 작가의 소설이라는건 잘 아실터이다. 3대에 걸친 엄마와 딸들의 애증을 그린 작품이기도 하고, 시대별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의 지위, 환경을 은근이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문정 작가의 대표소설이라고도 할수 있겠다.  아쉽게도 나는 이 책은 읽지 못했다. 두번째 소설은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라는 일본의 태양신이 사실은 백제에서 건너간 여성이라는 내용의 팩션소설 <태양의 여신>이 있다. 작가가 2006년에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던 소설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바보엄마>의 인기를 등에업고 제목을 바꿔 재발행한 소설이다. 언젠가 블로그를 통해 이 책의 리뷰를 남긴 적이 있다. 다만 그리 큰 감명은 받지 못했다. 말이 백제계의 여성이 일본을 지배했다는 거지 소설의 내용은 그게 핵심이 아니라 미천한 출신의 평범한 여성이 온갖 역경을 거치면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사랑도 포기하고, 마침내 일본 최고 지위에 올라섰다~는 내용이다. 감명은 커녕 살짝 반감도 들었다. 그냥 한국작가가 쓴 일본 역사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이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최문정의 세번째 소설 <아빠의 별>. 이 작품은 단연 최고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겠다.





성공한 발레리나의 삶을 살고있는 딸과, 아픈 가족사를 안고있는 군인아빠. 딸을 사랑하지만 표현이 서툴렀던 옛날 아빠들의 모습과 그런 아빠를 이해하려기 보다 아픈 가족사의 책임이 아빠에게 있다고만 믿고 서먹하게 멀어지는 딸의 모습이 소설의 주된 뼈대를 이루고있고, 누구나 짐작할수 있다시피 감동을 주고있다. 그러나 그와 함께 몇가지 재밌는 포인트들이 몇개 눈에 띈다. 첫번째는 소위 성공한 여성들의 일과 사랑 사이에서의 갈등을 다룬 부분이다.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우뚝선 주인공이 그자리에 올라서기까지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남들이 하는 모든 일들을 포기하고 발레에만 매진했어야 했겠지.. 이때 사랑이 찾아온다면?


두번째는 말로만 듣던 재벌가의 결혼풍속을 묘사한 부분이다. 입이 쩍 벌어지는 상황들이 묘사되고 있다. 정말 이럴까? 싶을 정도로. 물론 소설이다 보니 작가의 상상력이 추가된 부분도 있겠지만 어느정도는 사실을 기반으로 씌여졌지 않나 생각된다. 결혼전 재벌가에 시집오는 신부가 받게되는 신부수업. 외국어 회화부터, 요리, 교양수업, 피부미용, 승마와 골프, 심지어 성교육 및 실습까지 신부수업 시간표에 짜여있다. 또 자기네들끼리 안에서 진골, 성골, 육품 서열을 매겨 끼리끼리 어울리는 부분의 표현이 생생하게 씌여진다. 일반인들은 평민, 재벌가는 귀족이라는 신분 등급을 나누고 살아가는 그네들에게 분개하게 되지만 사실, 명문화 되어있지 않다뿐이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매겨지는 신분과 계급은 엄연히 존재한다는걸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


소설은 아빠와 딸을 표면에 내세우지만 사실은 여자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꿈과 목표, 일과 사랑, 임신과 출산, 결혼과 이혼, 그리고 가족의 사랑. 뻔한 내용임을 짐작했고, 역시 그렇게 흘러갔지만 그래도 감동을 준다는게 대단했다.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하나의 사건과 진행을 놓고 딸의 입장에서 서술한 대목, 죽은 아내에게 쓰는 편지 형식을 통해 아빠의 내면을 독자에게 전달함으로서 아빠와 딸간의 갈등과 오해로 인한 안타까움을 생생히 느끼게 한다. 지금 시대의 많은, 아니 대부분의 아빠들과 딸들이 소설속 주인공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맺음 한것도 맘에 든다. 소설속 아빠의 모습이 바로 독자 여러분의 아빠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걸 느끼고 아빠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의 별
국내도서>소설
저자 : 최문정
출판 : 다차원북스 201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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