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본영화,읽은책

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을까?

책 제목은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이 책을 접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이지 난 아프리카에 대해 아는게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별로 알고싶지도 않았다. 그냥 흑인들이 사는 미개한 대륙, 분쟁이 끊이지 않아서 부족간에, 종교간에, 군벌들 간에 수시로 살육이 진행되는 곳. 가고싶지도, 살고싶지도 않은 어둠의 땅... 이게 내가 알고있는 아프리카의 모습이고, 또 실제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현재 보여지는 모습일뿐이다. 왜 지금의 아프리카가 이런 모습이 됐는지, 언제부터 아프리카는 이렇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오늘날 학자들은 최초의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고 모두 인정하고 있다. 1974년 11월 에티오피아에서 오늘날 인간형태의 화석이 발견됐고, 그 이름을 '루시'라고 붙였다. 짐승과 다름없던 유인원이 처음 인간으로 진화했던 생명의 땅 아프리카. 그런데 왜 오늘날 아프리카는 온갖 부정적인 모습으로 존재하는걸까? 이에 대한 의문은 이 책 한권으로 시원히 해결된다. 그리고 괜스레 가슴이 무거워진다. 동시대에 살고있는 같은 인간으로서 아프리카인들에게 미안해지는 까닭이다.

 

 

저자는 윤상욱이다. 서울대에서 서양사를 전공하고, 코넬대학교에서 공공정책학을 공부한 다음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부 내에서 중남미국, 지역통상국, 외교안보연구원, 아시아태평양국, 다자통상국, FTA국에서 일했고, 한-미 FTA, 한-EU FTA 협상에 참여했다. 2008년부터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WTO 도하라운드 협상과 개도국 개발 문제를 담당했는데 개도국과 선진국의 이해가 교차되는 국제회의를 통해 아프리카 경제, 사회 개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현재는 주세네갈 한국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느낀 문제의식을 단순히 아프리카에 대한 혐오감이나 무시, 적대감으로 접근하지 않고, 전공을 살려 역사적으로 고찰함으로서 아프리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의 일환으로 이 책을 펴냈다. 내가 잘 모르긴 해도 이제껏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이런 류의 책은 없거나 희박할거라 생각된다. 유럽에 대해서는 여행도 많이가고, 유럽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거니와 알려진 것도 많은데, 아시아, 북미 모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논문도 쓰고, 연구도 하는데 아프리카를 다룬 자료는 많지가 않다. 그러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아프리카를 알아갈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아프리카가 서구세계에 알려진 것은 15세기 포르투칼인들에 의해서다.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던 유럽인들, 또는 신대륙 발견으로 이주해서 개척해야할 노동력이 필요했던 유럽 국가들은 이전까지 러시아 주변국들에서 노예를 매매해왔었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알려지고 흑인들이 새로운 노예공급원으로 자리를 잡게된다. 처음에는 아프리카의 수많은 소왕국들중에 해변을 끼고 있는 나라들에게 무기와 자본을 대주고, 그들이 정복한 내륙 부족이나 왕국의 주민들을 노예로 잡아가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아프리카에 살고있는 흑인들은 무조건 보이는대로 잡아가기 시작했다. 아래 표에 의하면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잡아갔던 여러 루트들 중에 대서양 거래선 부분이 바로 유럽인들에 의해 자행된 루트다. 15세기이후 20세기까지 어림잡아 1,500만명 이상을 노예로 끌고갔다. 이는 순전히 살아서 끌려간 노예들의 수치다보니 잡는 과정에서 반항하다 살상된 경우나, 오랜 시간 배를 타고 굶주리며 바다를 건너다 죽은 노예들까지 합하면 두배는 족히 넘을터이다. 그런데 표를 보면 15세기 유럽인들이 흑인들을 노예로 잡아가기 훨씬 전 9세기 경부터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잡아가는 역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바로 아랍인들에 의해서다. 백인들보다 훨씬 이전 이슬람을 믿는 아랍국가들은 아프리카인들을 잡아다 노예로 삼았는데 사하라, 스와힐리, 홍해 루트를 통해 15세기까지 약 7백만명 이상을 노예로 끌고갔다.

 

 

 

위 그림은 아프리카인들을 잡아다 노예선에 태워 대서양을 건너던 풍경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들은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미개한 짐승 취급을 당하며, 하루에 물한모금 줘가면서 수개월동안 바다를 건너 팔려갔다. 백인들은 아프리카 흑인들을 죄책감 없이 노예로 부리기 위해서는 그런 행위를 정당화할 장치가 필요했었고 이에 부응한 논리가 속속 등장한다. 아프리카인들은 지능이 낮아 스스로 문명을 만들지 못했고, 그럴 능력도 없다. 문자도 없어서 역사가 전해오지도, 전할수도 없는 족속이다. 성경에 나와있는 아담과 이브의 자손이 인류를 형성했다는 대목에서 아프리카인들은 그에 해당하지 않고 별도로 탄생했다는 다중기원설 등이다. 너희는 원래 태초에 시작부터 우리와는 다른 미개한 족속이다. 사람이라고도 볼수없고 사람과 유인원의 중간단계 존재다. 그러니 우리가 너희를 지배하고 노예로 삼는것은 당연하다~ 라는 논리다. 유럽의 종교적 모태인 기독교 교리와도 배척되는 논리인 것이다.

 

성경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구약 창세기 편을 이용해 빠져나가려 했다. 노아의 방주를 통해 살아남은 노아는 아들이 셋 있었는데 셈, 함, 야벳이다. 노아가 포도주를 마시고 취해 옷을벗고 잠이 들었는데 이를 본 아들 함이 두 형제들에게 아버지를 흉봤다는 것이다. 잠에서 깬 노아가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하며 함의 후손들은 대대로 셈과 야벳 후손들의 종이 되어라 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연관도 없는 아프리카인들을 함의 후손이라 정의하였다. 그러니 셈과 야벳의 후손인 유럽 백인들이 함의 후손인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삼고 종으로 부리는건 하느님의 뜻이라는 얘기다.

 

오늘날 아프리카인들이 기아에 허덕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먹을것이 없어 굶어죽는다고 한다. 기후 특성상 농사를 지을수 있는 땅이 한정적인 것도 있지만  그나마 농사를 지을수 있는 농토도 대부분이 주식으로 삼을만한 곡식 농장이 아니라 서구 백인들이 개발해 놓은 특수작물 농장이 대부분이란다. 땅콩, 커피, 코코아, 면화 농장같은. 현지인들은 이런 농장에서 죽도록 노동하지만 정작 여기서 생산되는 작물들은 유럽이나 미국에 공급되는 작물일뿐 아프리카인들이 먹고 살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먹을게 없어 굶주리는 일이 발생한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국민생활을 개선시키려는 노력보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만 일을 한다.

 

 

대부분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20년 이상씩 장기집권 하고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유럽, 미국등 백인들의 무기공급과 자본이다. 이때문에 철저하게 서구인들을 위한 정부로 남게됐다. 가난하기에 배우지 못하고, 배우지 못해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있다. 이제서야 서구인들도 아프리카에 대한 착취를 거두고 지원과 개발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는 아주 작은 움직임일 뿐이다. 아프리카의 단물을 빼먹으려는 서구 자본주의의 의도와 이들과 결탁해서 자신들의 배를 채우려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건재하는 한 아프리카의 해방과 인권은 요원한 일이다.

 

저자는 그래도 희망을 얘기한다.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은 아프리카 남부까지 이어질 전망을 보이고, 그간 국민들의 신망을 얻지 못한 독재자들이 권좌에서 물러났다. 오히려 아프리카인들을 괴롭히던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선거를 통해 부정한 지도자들이 교체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움직임을 환영하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이런 변화는 너무 반갑다. 왜?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인들은 단 한번이라도 주인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아프리카 땅에 살 뿐, 아랍과 유럽의 노예로서, 독재자들의 선전에 순종하고 명령에 봉사하는 신민으로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왔다. (중략) 이와 같이 아프리카에는 미약하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일고있다. (중략) 다행히 국제사회도 아프리카의 빈곤과 폭력을 퇴치하고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포기할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는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고있다는게 감사히 여겨지고, 또한 같은 인간으로서 아프리카인들에게 미안해지는 심정이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윤상욱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12.03.30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