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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광주 도심 나들이 명소 무각사와 5.18공원

언제 지나버릴지 모르는 짧은 봄날을 즐기고자 아이들과 함께 광주 도심의 무각사를 찾았다. 많은 절들이 산좋고 물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우리가 흔히 관광지에 간다~라고 하면 절에 간다~란 말과 동의어로 쓰이지만, 이곳처럼 도심 한가운데 있는 절은 찾기 쉽지않다. 멀리 가지 않아도, 산을 오르지 않아도 도심 한가운데 아파트 숲속에 자리잡고 있는 이 곳이 바로 무각사다. 5.18공원과 맞닿아 있어 자연스레 무각사를 찾으면 5.18공원을 산책하게 된다. 많이들 알고있을것 같았는데 서구쪽 주민들이 아니라면 모르는 분들도 꽤 많더라. 타지역분들이야 물론 모르실테고~ 

 

 

 

오랫만의 바깥 나들이에 신이난 아이들이 앞장서 대웅전을 향한다. 딸만 둘이다보니 세살이라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잠시도 입이 멈출새가 없고, 하루종일 사이좋게 놀았다가 또 티격거리다가, 싸우다가, 울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함께 놀고있다. 집에서만 그런줄 알았더니 밖에서도 그러더라. 저 날도 저렇게 잘 놀다가 또 싸우고, 또 같이 놀고 따라다니는 아빠가 정신이 없었다... ㅡㅡ;

 

 

 

이 탑은 이름하야 무각사 12층 석탑쯤 될까? 무식한 아빠는 아직도 탑의 층수를 헤아리는게 어렵기만 하다. 어디서부터 1층이야? ㅡㅡ;;;;;;;;;;

 

 

 

 스님들이 놔둔건지 관광객들이 놔둔건지 탑에 아기자기 소품들이 놓여져 있다. 절은 아주 작은 규모라 특별히 볼만한 문화재나 풍경은 없었지만 목련나무의 목련이 아주 흐드러지게 활짝 피어있었다.  

 

 

 

 

 

 주원이의 머리에 꽂힌 머리핀이 목련만 하다. 곧바로 절을 나와 5.18기념공원을 산책했다. 이슬비가 흩뿌리는 궂은날에도 운동하러 나온 시민들이 열심히 산책로를 따라 운동중이다. 우리 왔다~ 하는 의미로 동생과 기념사진도 찍고~

 



그리고 들른 곳이 5.18공원내 5.18민주화운동 자료실.

 

 

이곳을 주원이와 한참 둘러보고 있는데 작은딸 주하가 왠일로 조용하다. 조용하면 불길하기에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서 얌전히 앉아 책을 보고있다. 하~ 누구 딸이냐..

그런데 책을 보는 자세가 범상치 않길래 무슨 책을 보고있는지 궁금해서 가봤다. 그림책은 없을텐데... 글도 모르는 녀석이 책을 열심히 보고있다니!

 

 

 

 

누가 광주의 딸 아니랄까봐 다섯살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탐독하고 있는 중이다 ^^;;  책을 몇장이나 넘겨도 기대했던 그림이 안나오자 휙~하고 일어나 버렸지만.. ^^

 

자료실 한쪽은 도서관처럼 수많은 광주 민주화항쟁 관련 자료들과 관련 서적이 책장에 가득했다. 그런데 이때 관리인으로 보이는 분이 오시더니 책을 보면 안된다고 한다. 어라? 왜요? 라고 물으니 아직 정리가 안끝나서 개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문을 닫아놓든지 해야지, 휴일날 시민들이 많이 찾는 5.18공원에서, 5.18자료실이라고 문까지 열어두고는 정작 시민들이 들어와 자료를 보는걸 막는건 무슨 경우인지... 정리가 안끝났다는데 내가 알기로 이곳이 문을 연지 수년째인데 무슨 정리가 안끝났다는 걸까? 꼬치꼬치 캐묻자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시고는 어쨋든 책을 보면 안된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피하셨다. 

 

어쨋든 오늘은 그래도 <민주주의와 인권> 에 관심을 가진 주하를 발견했다는 소득을 얻었으니 의미있는 날이다. 책을 보는 표정이 그럴싸하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