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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토목현장에서 일어난 일, 위험천만 이런 일도~

아빠소가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다는걸 이웃분들 중에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섬에서 근무하고 있는건 많이들 아실테고, 그러면서 딱히 하는일이 뭔지 궁금해 하시는 분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안궁금했을라나..) 맞다.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이제껏 이 블로그를 통해 일하는 얘기를 한 기억이 없다. 주로 책이야기, 또는 가족들 이야기, 가끔 정치 이야기.. 원래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는 숨김없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일기장처럼 운영하려 했었다. 근데 1년넘게 나만의 비밀공간으로 운영해오던 블로그를 작년에 아내에게 딱 들켰다. 그때 이후로 아내는 매일매일 검열의 칼을 휘두른다. 혹시나 본인에게 불리한 이야기가 나오는지~ 그러다보니 특별히 아내흉을 본 적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어졌다. 한가지 소재에 제약이 걸렸다. 근데 여기서 끝난게 아니라 아내가 주위에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홍보(?)해 버렸다. 둘째 아이 유치원 선생님에게도, 큰아이 학교 선생님에게도, 아내 친구들에게도... 그러다보니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유치원 생활, 가끔씩 접하게 될 교육의 부조리에 대한 글쓰기도 제약이 걸려 버렸다. 내가 쓰는 글이 오프라인에서 내 주위사람들이 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래도 속마음 깊이 터놓고 글쓰는게 불가능해져 버린 셈이다. 이제 일기장이라는 블로그 제목이 무색해졌다.

 

몇달전엔 회사 후배가 또 우연히 내 블로그의 존재를 알게 됐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섬 지명을 얘기하지 않았는데 어떤 포스트 하나에서 살짝 언급을 해버렸는지, 섬 이름을 검색하면 내 글이 바로 첫화면에 뜬다는 것이다. 그걸 또 여기저기 알리고 다녀서 같이 근무하는 감리단, 하도급사 직원들이 모두 알게 되버렸다. 안그래도 일 얘기는 없었지만 앞으로도 하기 힘들어져 버렸다. 가정사, 직장사 모두 글쓰기가 부담스러워 졌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사진은 우리 현장에서 일어난 일인데 보통 일반인들이 보기 힘든 장면이라 잠깐 소개한다. 이런 일이 생길수도 있다~ 우리 모두 안전에 주의하자~ 란 뜻 말고 다른뜻은 없음을 밝혀둔다.

 

사진을 보기에 앞서 용어 정리부터 하자. 우리가 흔히 포크레인이라고 부르는 건설장비. 호츠키스는 회사 이름이고 스탬플러가 맞는 용어이듯, 포크레인 이라는 이름도 올바른 이름이 아니다. 우리말로는 굴삭기, 영어로는 백호우(back hoe) 현장에선 일반적으로 백호 라고 부른다.

 

 

백호가 연약지반에 빠져버렸다. 연약지반이란 일반 지반과 달리 매립지같은 연약한 지반을 말하는데 사진속 지반은 바다속 흙을 퍼올려 매립한 지반이라, 뻘 성분이다. 이곳에 배수시설을 만들기 위해 백호가 작업을 위해 접근하던 도중 빠져 버린 것이다. 저 정도로 빠질 동안에 뭐했느냐, 빨리 되돌아 나왔어야지 않느냐 했더니 주행중에 빠지는 느낌이 들어 차를 돌리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쑥 빠져 버렸단다. 운전자만 무사히 탈출했다.  

 

 

다행히 연약지반이 깊지않아 더이상 빠지지 않고 멈췄다. 이제 이 장비를 꺼내는게 또 일이다. 다른 백호가 있다면 흙을 걷어내서 어떻게든 나오겠지만, 불행히도 이 날 현장엔 이 백호 밖에 없었으니... 결국 다음날 육지에서 다른 백호를 긴급 투입시켜 빼낼수 있었다.

 

 

 

이 각도에서 찍은 사진은 거의 묻혀 보인다. 연약지반에서 일하는 장비들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있는 일이니만큼 항상 작업하는 사람이나 감독하는 사람이나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