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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쌍계사로 벚꽃구경 가던 길

남녘은 온통 꽃천지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는 매화를 즐기려고 계획했다가 날씨가 안좋았던지, 아님 바쁜 다른 일이 있었던지 한주를 건너 뛰었더니 어느새 매화가 지고 벚꽃이 만개했다. 게으름 피우다간 벚꽃도 놓칠새라 마음 단단이 먹고 친구네와 꽃구경 약속을 잡았다. D데이는 4월 14일, 행선지는 벚꽃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지리산 자락, 섬진강변의 쌍계사.

 

차가 막힐거라고는 각오하고 있었다. 벚꽃으로 너무나 유명한 곳인데다가 평일도 아니고 토요일에 출발했으니 오죽할까. 더군다나 4월 14일 토요일과, 15일 일요일은 근래 보기드물게 화창한 날씨라고, 꽃구경 가기 최적의 날씨라고 기상청에서도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었다. 광주에서 구례까지 두시간이 채 안걸려서 도착했다. 구례만 하더라도 곳곳이 벚꽃 천지여서 환상적인 풍경을 뽐내고 있었다. 잠깐 차에서 내려 아이들과 휴식을 취한다음, 여기도 이렇게 좋은데 쌍계사는 도대체 얼마나 환상적인걸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출발~ 이제 구례에서 쌍계사가 있는 하동까지 섬진강변을 따라 달리는 일만 남았....었다. 그런데 이 길이 최악의 길이 될줄이야...

 

첨에 길 옆으로 늘어선 벚꽃에 입이 쩍 벌어졌다. 올 봄 처음보는 꽃들인데다 한창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벚꽃은 바람이 불면 꽃비를 날려주기도 했고, 아이들은 열린 차 창문으로 꽃잎이 날아 들어올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꼼짝않고 30분, 그러다가 한 백여미터 전진하고 또 30분.. 신나는건 길가에 자리잡고 뻥튀기, 옥수수를 팔고있는 장사치 뿐이다. 꽃을 보고 함박 벌어졌던 입은 제자리를 찾은지 오래고, 연신 시계만 들여다보며 짜증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뒤에서 시끄럽게 놀던 아이들도 조용해졌고. 또 백여미터 전진하다가 삼십분. 심각한 고민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걸 계속 이러고 있어, 아님 지금이라도 차를 돌려? 그러다 또 삼십분. 도합 두시간을 넘게 걸려 1키로도 못움직였다. 네비에 찍힌 쌍계사까지의 거리는 약 5키로미터. 현재 시각은 오후 4시경. 사실 차가 막히더라도 오후 늦게는 풀릴지 알았다. 관광객들이 돌아갈 시간이라 빠져나오는 길이 막히겠지... 들어가는 길은 덜 막히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4시, 들어가는 진입로도 꼼짝 못하고 있었다. 결국 쌍계사를 5키로 남겨두고 U턴. 2012년 봄, 우리 가족의 쌍계사 나들이는 꽃구경도, 사람구경도 못한채 길에 길게 주차되다시피 서있는 차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그래도 꽃구경을 아예 못한건 아니다. 아까 잠깐 구례에서 휴식을 취하던 곳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어딘지 정확히는 알수없는데 구례읍내 천변이었는데 하얀 벚꽃과 노란 개나리, 거기에 푸른 보리밭까지 어울려 눈을 호강시켜 주었다. 비록 쌍계사 벚꽃은 아니지만 올 봄 벚꽃구경은 이곳으로 만족하련다~

 

 

아빠가 나무를 흔들어 꽃비가 내리는 특수효과를 만들어주면 주원이가 꽃비를 맞으며 좋아하는 컨셉으로 촬영하려 했으나... 열심히 흔들어대도 꽃들이 굳건한 생명력으로 가지에 붙어있는 바람에 실패!  ㅡㅡ;

  

 

주원이는 주하를 꼬드겨 다정한 커플샷 설정을 만들어 보지만, 뭐가 뒤틀렸는지 주하의 표정은 뾰루퉁하기만 하다.

 

 

 

 

징검다리도 건너보고,

 

 

보리밭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오늘 얻은 교훈 - 굳이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좋은 경관과 휴식과 즐거우면 장땡이다~ 라는거. 이 날도 딱 여기까지만 즐겼으면 기분좋게 돌아왔을것을 굳이 쌍계사 한번 가보겠다고 욕심 부리다 길에서 시간 다 뺏기고, 좋았던 기분만 짜증으로 바껴버리지 않았던가~

그리고 구례나 하동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1년중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이맘때 교통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먼곳에서 이 지역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나쁜 기억만 남긴다는걸 명심하셨으면 좋겠다. 대형 주차장을 만들고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든지, 혹은 주요도로를 일방통행로로 운영한다든지, 또는 진입도로인 벚꽃길 말고 나가는 도로를 확장해서 차량들이 정체되지 않고 빠져나가게 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아빠소와 두 딸들의 기념사진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