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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바다건너 배타고 온 발렌타인 초콜릿

발레타인데이때 내 남자에게 평범한 초콜릿이 아닌 특별한 초콜릿을 선물하고 싶은 여자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이 인기를 끌고있다. 또한 바다건너 수입해온 비싼 네이티브(?) 초콜릿들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힌듯 팔려나갔단다. 반면에 값싼 중국산 초콜릿들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세균들이 검출되기도 했다.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에서도 북쪽얼굴(North Face) 점퍼처럼 계급이 존재하나보다.

사실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그다지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않다. 그냥 있으면 한두개씩 집어먹는 정도지 초콜릿의 종류를 꿰고, 맛을보고 감별까지 가능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 말인즉슨, 여자들이여 남자들은 내 여자가 나를 위해 정성스레 선물을 준비해서 준다는데 의미를 갖는것이지, 초콜릿의 맛과, 가격과, 디자인은 그다지 중요 항목이 아니라는 거다. 물론 이는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유부남의 기준일지도 모른다. 아직 뜨거운 피가 끓는 청춘남들에게는 초콜릿 상자의 크기와, 포장의 세련도와, 알맹이의 가격이 남들과 비교해서 우월감을 느끼는 기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아는한 '남자사람'들은 대개 '단순'하다... 이미 지나버렸지만 괜한 고민하지말고 그냥 슈퍼에서 초코바 하나만 건네줘도 감격할 사람들이 많으니 챙겨준다는데 의미를 갖자.

어김없이 올해 발렌타인데이때도 초콜릿이 배달되어 왔다. 내가 받은 초콜릿도 '물건너'온 해외 초콜릿이다. 버스타고, 배타고, 오토바이 타고 내 손에 건네졌다.


 


6년째 섬에서 근무중이다보니 나한테 오는 모든 택배는 전부 '물건너' 올수 밖에 없다. 버스타고 여수로 와서 배타고 섬으로 온 후, 집배원의 오토바이를 타고 내게로 온다. 젊은 남정네들만 세명이 모여있는 사무실에 때아닌 군부대 위문 편지처럼 초콜릿들이 차례로 배달되어 왔다.

 

 


왼쪽은 아내가 보내준 초콜릿, 오른쪽은 막내(스물 아홉 총각)가 받은 초콜릿.

 

 

 


마치 찹쌀떡에 묻은 밀가루처럼 초콜릿 가루가 묻어나와 먹는동안 손과 입이 짜장면 먹은 아이처럼 변해버렸지만, 그나마 이런 날 초콜릿을 받아 먹었다는데 만족한다. 맛을 모르니 다 똑같이 달짝지근하고 맛나다. 내걸 먹어도, 직장 후배걸 먹어도 그맛이 그맛이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사는데 여유가 없으면 남편이나, 아내나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날도 올텐데 아직은 그정도는 아니구나~ 싶어 안도했다 ^^
 




더군다나 작년 발렌타인데이때 받았던 이것에 비하면 올해는 많이 나아진것 아닌가!
잘 받았다고 말하려던 전화속에서 아내는 무언의 압력을 가한다. 필히 주위에 자랑하고 인증 포스팅 작성할 것, 그리고 화이트데이때 그냥 지나치지 말것. 그러고보면 신경 안쓰는척 하면서 무지 내 블로그에 신경 쓴단 말이야... 가끔 흉보고 싶어도 검열때문에 흉을 볼수가 없다 ㅡㅡ;
고마워, 잘 먹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