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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옛것의 추억에 빠져드는 시간 '이병진의 헌책'

이병진이 책을 냈단다. 이병진이 누구냐고? 개그맨 이병진 말이다.
테 넓은 안경에, 어눌한 말투가 친근한 '교회 오빠'를 연상시키는 곰돌이 아저씨 캐릭터
이병진. 그가 책을 냈다는 거다. 근데 선뜻 이병진과 책이 쉽게 연상되지 않았다. 나에게
이병진은 안웃기는 개그맨이란 인상이 남아있어서인지 그가 무슨 책을 냈다는거지?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저 연예인들의 출간 러시에 묻어가는 뻔한 책 아냐? 싶었다.
아~ 근데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책을 읽고나서 생각해 보니 책의 내용과, 제목, 그리고
개그맨 이병진이 딱 맞아 떨어지는 환상의 조합이었다. 대단히 좋았다. 근래 읽은 책들이
전부 맘에 든다. 쉽게 남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편이 아닌데 이 책도 강추도서 목록에
포함시켜야겠다.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 문구가 바로 아래 띠지에 적혀있는 이외수의 추천사다.



막연하게 '안웃기는' 개그맨으로만 알고있던 이병진에 대해서도 한결 잘 알게되었다. 당초 미술을
공부하다 대학때 우연한 계기로 연극반에서 활동하며 연극배우로의 꿈을 키워갔다. 그러다 다시
코미디에 필이 꽂혀 결국 코미디언이 된 이병진. 지금은 코미디를 쉬고있다. 라디오 DJ, 각종 행사
진행, 게스트 출연, 얼마전엔 <나는 가수다>에서 이소라의 매니저로 활동했다. 사진 찍는데 취미가
있어서 짬짬이 아내와 함께 추억과 오래된 옛것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왔다. 그러다 사진만으론
성에 안차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헌책>이란 사진집을 내게 된것이다. 이 책이 사진집이라고 하기엔
너무 글이 많고, 산문이라 하기엔 너무 사진이 많다. '주'는 사진이고 글은 '부' 역할이다.
사진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사진의 구도가 뛰어나다, 색상이 훌륭하다는 등의 평가를 내릴순 없지만
그의 사진에서 사람의 냄새가 묻어난다.

사진의 주제가 '옛것'이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오래전 우리 삶의 모습, 오래된 것들에의 향수가

물씬 묻어난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것들이 우리 주위에서 사라져 가는것을 안타까워 한다.
오래된 헌책방, 두편 영화를 동시상영하는 극장, 시골 장터 모습, 구석진 동네의 허름한 이발소,열심히 일하는 시골 할머니들, 추억이 서린 옛날 탁구장등의 사진들이 독자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가져오면서 예쁘게 책속에 담겨있다.



책의 제목이 '헌책'인 것은 책이 헌책이어서도 아니요, 헌책방을 소재로 써서도 아니다. 새것이
아닌 헌것, 옛것들을 다루고 있기에 '이 세상 헌것들을 담은 책' 그리고 그것들을 아끼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책이 바로 '이병진의 헌책' 이란 이름으로 출간된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병진과
이 주제가 딱 어울린다. 브라운관에서 보여온 이병진의 캐릭터가 느린 행동, 어눌한 말투였는데이 책을 통해서 본 인간 이병진 역시 느리게 사는것을 즐기고, 삐까번쩍 윤이나는 새것들보다
수십년 손때가 묻어나오는 헌것들에 애착을 갖는 것이 영락없는 천생연분 같다.

어렸을때 살던 남가좌동, 모래내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은 개발로 인해 사라져 가는 동네의 모습
을 안타깝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이병진과 비슷한 연배인 나 역시 몇달전 어릴때 살던
동네를 찾아가 본 적이 있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배기 서민촌. 그곳에 살땐 그곳이 지긋지긋했고, 이사간 후로는 한번도 찾은적이 없었는데 한살 한살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또 어릴때살던 동네가 갑자기 생각나고 그리워졌던 것이다. 그런데 그곳 역시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다른곳은 다 개발되도 그 동네만큼은 언덕배기여서 개발의 손을 피해갈줄 알았는데 왠걸 거대한넓이로 파헤쳐져 주공아파트 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었다. 광주광역시 서구 양3동.. 내가 살던동네다.

이병진의 책을 읽다보면 아련히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외갓집,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어릴적
살던 동네, 선생님들, 어릴적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아마 다른 독자들도 나와 같은 향수를 느끼리라.
감성사진과 옛것에 대한 추억, 그리고 인간 이병진의 진솔한 이야기가 어우러져 책을 잡고있는시간을 푸근하게 만들어준다. 항상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뒤를 돌아볼수 있는 마음의여유와 감성을 자극하는 멋진 책이다. 이웃분들에게 강추한다.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이병진의 헌책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이병진
출판 : 영진미디어 201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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