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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산타 선물을 받은 막내딸이 남긴 한마디~

나도 한때 수많은 세월동안 외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윤택한 살림살이가 아니었던데다 6남매를 키우느라 여력이 없으셨던 부모님들은
일일이 크리스마스라는 서양명절을 챙길만큼 여유가 없으셨다. 하물며 기독교를
믿는것도 아니었기에, 어린시절 크리스마스때 교회나 성당을 간다거나, 집안에
트리를 만든다거나, 선물을 받거나 했던 기억은 없다. 다만 어린마음에 혹시나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진 않을지 막연한 기대감에 잠못 이루다 아침에 번쩍
눈을 떠 방안을 둘러보고 역시나~하며 울적해하던 씁쓸한 기억만 떠오른다.

머리가 제법 자라 더이상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지 않았어도 크리스마스때
좋은 기억은 별로없다. 흥겨운 음악과, 신나는 분위기에 들뜬 사람들의 인파로
붐비던 시내,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달콤한 크리스마스는 나에겐 남의 얘기였다.
그러다 어느덧 아빠가 돼있었다. 우리애들은 먼훗날 나처럼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날보다 신나는 날로 기억되길..



하긴 뭐 요즘 애들을 보면 어느날보다 신나는 날로 기억될 날이 한두개가 아니긴
하더라. 설날,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  심지어 유치원 체육대회와 재롱잔치
까지 아빠가 연차내고 참여해서 춤도 추고 놀아줘야 하니.. ㅡㅡ;
결혼하고 아내의 성화에 작년엔 난생 처음 산타복장까지 입고 이웃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산타를 보여주자며 이웃집과 서로 맞교대로 산타할아버지가
되기로 한것이다. 감쪽같이 분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모습을 본 애들은 단번에
누구 아빠라고 알아맞춰 버리더라. 헉..

올 크리스마스는 유독 즐거운 날을 보냈다. 역시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여야 제맛이다. ^^





전국이 비슷했겠지만 광주는 23, 24, 25일 계속해서 눈이 왔다. 덕분에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는 아이들과 신나게 눈장난을 하며 놀아줬다. 위 사진은 아빠가 만든 눈사람.
여간해선 잘 안보이겠지만 나뭇잎으로 아빠 닮은 작은눈도 만들었고, 솔잎으로 웃고있는
입도 만들었다. 게다가 신나는 나뭇가지 양 손 ^^
이걸보고 큰 딸 꼬꼬도 눈사람은 만든다고 용쓴다.





아빠 눈사람은 난데없이 혹을 하나 달게됐다. 부녀지간 눈사람~
그리고는 열심히 뭔가를 만드는데,





얼굴 닮은 눈케익이다.
아이들이 아빠와 낮에 신나게 만들었던 케익을 저녁에 다시 보게 됐다.
눈으로 만들었던 케익이 마술처럼 아이스크림으로 변한채~






일주일전부터 예약을 해둔 31제품이다. 불을 끄고 초를 밝히니 잔뜩 기대에 찬 두 딸들~
12월 21일, 다섯번째 생일을 맞은 작은딸 꿀꿀이의 생일파티를 뒤늦게 겸했다. 평소에는
모르고 지나가는데 가끔 이렇게 둘을 나란히 사진찍어놓고 보면 쌍둥이 마냥 닮았다는걸
느낀다. 열등한 외모 유전자를 그나마 개량시켜준 쌈닭에게 감사를!

기다리던 눈소식, 게다가 오랫만에 집에 온 아빠와 신나는 눈싸움, 새하얀 아이스크림의
파티에 기분좋아진 아빠소와 쌈닭, 꼬꼬와 꿀꿀이 가족. 너무 늦게 자면 산타할아버지가
안오신다는 말에 서둘러 침대로 들어간다. 산타할아버지가 꼭 갖고싶던 미미 스케치북을
선물해주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음날 아침, 꼬꼬와 꿀꿀이가 신이나서 펄쩍펄쩍 뛰며 안방으로 쳐들어왔다.
"엄마, 아빠, 어젯밤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고 가셨어요~~!!"




 

꼬꼬는 미미 스케치북을, 꿀꿀이는 비키칼라스케치북을 선물로 받았다.
애들아, 올해 산타할아버지는 수원에 계시는 외할아버지란다.. ^^;;
그런데 이렇게 기쁨에 겨워하던 둘째 꿀꿀이의 한마디에 우리 부부는 빵 터져버렸다.

세상 둘도없는 자매처럼 서로 인형놀이에, 역할놀이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다가도 또 서로
싸우고, 울고하는 애들에게 그동안 "그러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주신다!" 이 한마디면
모든게 해결이 됐었다. 선물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울다가도 뚝, 말썽도 곧장 종결됐던 것.
그러다가 이번에는 "그래 선물 받았다 이거지? 그래서 또 투닥거리니? 사실 아빠는 너희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못받을줄 알았다. 언니랑 동생이 맨날 싸우고 그러는데 어쩌다가
선물을 주셨다니.." 이렇게 한마디하자 꿀꿀이가 다가와서 속삭였다.

"저도 못받을줄 알았는데, 어제 언니랑 안싸웠더니 산타할아버지가 깜박 속아서 선물을
준것 같아요~히히히" 이러면서 또 깝죽거리며 춤추면서 사라진다... 으이그..
볼때마다 아빠를 놀래키는 막내 꿀꿀이의 영어 캐롤을 들으면서 오늘은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