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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결혼기념일, 데세랄을 지르다~

10월 30일은 우리 부부, 결혼 7주년 기념일이었다.
아내에게 무슨 선물을 해줄까~ 고민고민 하고 있는데,혹시나 잊어버렸을까 확인 사살
들어온다.
일주일 전쯤 전화로 "30일, 우리 결혼기념일이다?" 한다.
"알지~ 그걸 잊었을까봐?" "안 잊었음 말구 홍홍홍~~"

이 말은, 선물 잊지말고 준비해~~ 의 여성어 버젼임을 즉각 눈치챘다.

무슨 선물을 해줄까? 아내가 받고싶어하는 선물이 있긴했다. 바로 DSLR.
카메라에 별 관심없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결혼후 똑딱이 디카만 두번을 바꿨고, 양에
차지 않은지
계속해서 DSLR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사실 그 데세랄인지
뭔지 하는 놈이 여간 비싸야 말이지... 그냥 백만원이 넘어가는 녀석을
선물이랍시고 살 정도의
여유로운 생활을 하지 못하는지라 처음에는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그런데 점점 생각이 바껴갔다.
그래...기왕 해주는 선물이라면 받고싶어하는거 해주는게
좋지 않을까? 비싸긴 해도 특별한 날
선물인데...그러다가 마침내 이웃 블로거들한테 슬금슬금
데세랄 정보도 묻고 다니기 시작했다.


첨엔 뭐가 뭔지도 모르다보니 용어 자체부터 어려울 뿐이다. 렌즈는 뭐가 그렇게 종류도 많고,
수학기호로 덮여있는지, 몇 미리는 뭘 뜻하는지, 악세사리는 왜그렇게 필요한게 많은지...
그러다 인물과 음식 사진은 캐논이, 풍경은 니콘이 낫다는 풍문을 듣고 캐논으로 결정!
500D, 550D, 600D 중에서 가성비를 따져 작년에 출시된 EOS 550D로 마침내 낙점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큰맘먹고 준비하는 데세랄이지만 절대 아내가 눈치채게 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전혀 기대하지
않던
깜짝선물을 받고 감동도 두배가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며칠전에 전화통화를 하다
"뭐 받고 싶은거
있어?"하고 무심한 듯 물어봤다. 받고 싶은거야 데세랄이겠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라 못살거라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받을수있는 저렴한 선물 목록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그렇게 유도했다가 막상 당일 깜짝 선물로
감격시키려고~
어라? 그런데 대뜸 이러는거다  "DSLR"
허걱... 이 여자 진짜 포기하지 않은거야? 설마 내가 진짜 사줄거라고
믿고있는거야?  ㅡㅡ;;

하루 전날, 전자상가로 함께 가 아내가 그토록 바라던 데세랄을 품에 안겨줬다.
장난삼아 DSLR 선물해 달라고 노래를 불렀지만, 정말로 쫌생이 남편에게서 선물로 받을줄은
몰랐을 거다. 아내가 너무 좋아했다. 그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것 만으로도 그간에 고민하고,
망설이고, 주판 튕기던 고통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선물은 받는 기쁨 못지않게 주는 즐거움
이 있다는걸 새삼 알게됐다.

 

 

30일, 가족 나들이로 찾은 전남 영광의 노을축제에서 큰딸 꼬꼬의 축하 메시지도 받았다.
깜찍한 것~~ ^^  괴발새발 글씨를 배우더니 이젠 제법 또릿하게 글을 썼다. 
"사랑해요 결혼김염일 축하해요 엄마아빠 ♡ 주원올림 2011년 10월 30일"
결혼기념일이라고 말하는걸 듣고 김염일로 들렸나 보다 ^^
DSLR을 사러 전자상가에 가던 길에 "아빠, 우리 어디가요?" 하고 묻길래, 엄마 선물 사주러
간다고 하니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저는 무슨 선물 해주실거에요?" 이런다.
"넌 없어~ 엄마는 결혼기념일이니까 선물 해주는거지~" 라고 했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우는
거다. 엄마만 선물 해주고 자기한텐 안해준다고... 사랑하는 아빠한테 배신감을 느낀거지..
그래서 결혼기념일이 무슨 날인지, 꼬꼬에게도 특별한 날 아빠가 선물 해주듯 엄마,아빠한테
특별한 날이라 선물해주는 거라고 조근조근 설명해주니 그제서야 이해 한듯 했다. 그러더니
다음날 시키지도 않았는데 노을축제 낙서판에 저렇게 축하 메시지를 남겨준다.
고마워 꼬꼬야~~ ^^

자~ 바쁜 주말을 보내고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왠지 뭔가가
찜찜하다. 뭐지? 이 기분은?
그러다 결국 그 이유를 알게됐다...
뭐야..결혼기념일이 두사람이 서로 축하해 주는거 아니었어? 근데 난 왜 받은게 아무것도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