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2011. 9. 28. 06:40
난 원래 밤에 늦게 자는 편이다.
전에도 밝힌 바 있지만, 회사일이 끝난후에도 책을 읽다보면 12시를 훌쩍 넘기기 마련이니
평균적으로 새벽 한시정도에 자는듯 하다. 사건의 발단이 된 그 일도 아마 그시간쯤의
어느날이었다.

저 지금 자요 ^^

낯선 번호의 문자 한 통.
응? 누구지? 누군데 잔다고 하는거야? 발신자 표시에 이름이 뜨지않고 전화번호만 뜨는걸로 봐서는
전화번호부에 입력된 번호는 아닌것이다. 근데 사실 눈웃음 살살치며, 다정하게 보낸 저 메시지에
가슴 설레는 남자들도 많겠지만 (나도 그랬지만 ^^;), 누굴까, 누굴까 하고 고민하지는 않았다.
저런 문자를 나한테 보낼 여자도 없거니와 (근데 여잔지 어떻게 알아. 남잘수도 있잖아), 딱봐도
모르는 번호니 당연히 잘못 전송되온 문자일테다. 아마도 사랑에 빠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청춘
커플의 여자쪽이, 므흣한 눈웃음을 날리며 남자쪽한테 꼬리를 살랑거리는 중인 모양이다.
사실 오래된 커플들은 저런 문자질(!)을 하지 않는법이니...
괜시리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답장을 보냈다.

저도 지금 자요 ^^

헉...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이냐! 난 정말 다른뜻 아무것도 없었다. 문자 잘못보내놓고 당황해할 상대에게,
또는 잘못 보낸지도 모르고 두근거리는 가슴에 핸드폰을 모아들고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불쌍한 중생에게 나름 재치있게 "문자 잘못 보내셨어요~"라는 신호를 보낸것 뿐이다. 그날 밤 이 일이
며칠후 사단이 날줄 어찌 알았으랴~~

내 아내 쌈닭은, 박통시절 보안사보다 더 까다롭게 통신검열을 시행한다. 핸드폰 통화목록부터 문자
목록에 내용까지 일일이 확인을 하는 습관이 있는데, 처음에는 별로 책잡힐 것도 없어서 내버려뒀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기분 나쁜거다. 날 의심하는거 같고. 그래서 나도 쌈닭의 핸드폰을 보려하니
이게 뭥미? 문자 내역은 물론 통화목록까지 모조리 삭제 되어있다. 첨엔 우연인줄 알았다. 근데 몇번
이고 핸드폰을 볼때마다 삭제되어 있어서 물어보니 자기는 통화 습관일 뿐이란다. 문자가 오면 확인
하고 지우는게. 이거 뭔가 냄새가 나는 습관 아닌가? 날 만나기 전 처녀적 습관이 몸에 밴것이다.
어떤 이유로 그런 습관이 생기게 된건지는 굳이 묻지않아도 알 법하다.

이주만에 집에 간 바로 그 날이었다. 반갑게 가족과 재회하고, 애들의 재롱에 내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던 그 때, 습관처럼 내 핸드폰을 검열하던 쌈닭의 표정이 굳어진다.
"얘 누구야?"
"응? 누구?"
"이거 말이야. 저 지금자요~"
아차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저 문자가 어제, 오늘 온것도 아니고 아마 일주일이나 지난것 같은데,
그리고 답장을 보내놓고 나도 잊고 있었던 거다. 아내가 보면 오해할만한 문자 아닌가. 괜한 오해가
없게하려면 지워 버렸어야 했는데... 잊고 있었을 뿐만아니라 평소 습관이 문자를 지우고 하질 않다
보니. 이젠 별수없다.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수 밖에.
"아~ 그거? 나도 몰라. 잘못 온 문자같은데?"
"근데 왜 당신이 이렇게 답장을 보내?"  ㅡ_ㅡ^
"뭐, 재밌잖아"
"이거 여잔데? 솔직히 말해. 누구야? 당신 바람 피워?"
"무슨 소리야~ 내가 누구랑 바람피운다고.. 아니 섬에 처박혀 있는데, 바람도 여자가 있어야
필거아냐!"
방방 뜨며 항변했지만 쌈닭의 싸늘한 눈빛은 바뀌지를 않는다.
그날 이주만에 견우와 직녀가 해후하듯 만난 밤이었지만, 아무일도 없이 밤이 지나갔다.
손만 잡고 자자해도 싫단다. 옆에 붙기라도 할라치면 저 지금자요가 누구냐고 따진다.



다음날 아침에도 상황은 변하질 않고~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나갔다 와보니 내 베게는 멀리 내팽개쳐져 있고, 그 자리를 쿠션이 대신하고
있다.

결국 그날 이후 한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아내는 무슨일만 있으면 대화하다가도, 전화통화 하다가도,
문자로 채팅하다가도, 저지금자요녀를 갖다 붙인다. 뭐하냐고 물어서 밥먹고있다고 하면
"저지금자요랑 같이 먹어?" 이러고, 우리 이번주에 영화볼까? 하면 "저지금자요랑 같이 봐" 이런다.
바람에 ㅂ자도 모르고 살던 내가, 일평생 집과 회사밖에 모르며 우직하게 소처럼 살고있는 내가,
문자 한번 잘못 보내는 바람에 '물증은 없지만 심증이 가는 바람피는 남편'이 되어 고개 숙이며
살고있다.

이 포스팅 역시 검열에 잘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여긴 내 일기장이라구!

남편분들, 문자 관리 잘할지어다.
그리고, 혹여라도 바람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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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모..ㅎㅎㅎ
    문자 내용이 짧고 굵은것이 누가봐도 오해합니다.ㅎㅎㅎ
    아..싸늘함이 느껴지는 그 상황이 막 그려져요.. 어쩔 ㅡㅡ;;;

    그런데...저 태그 보고 웃었어요 ㅎㅎㅎㅎ
    긴글의 포스팅 보다 저 짧은 태그 한 마디가 더 와닿는데요?^^

    2011.09.28 10: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섬에서 유배생활하는 남편한테...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나 하고..
      ㅠ.ㅠ

      2011.09.28 14:00 신고 [ ADDR : EDIT/ DEL ]
  3. 상황을 모른다면 오해하기 충분한 일이네요.
    설명해도 오해받기 쉬운데..ㅎ
    아무쪼록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나셔서 마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시길^^

    2011.09.28 11: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전 정말 억울해요. 아침에 7시에 출근해서 저녁 10시 퇴근하고,
      퇴근하면 바로 숙소로 와서 책읽다가 새벽한시에 자는 생활을 하는데,
      섬에 술집도 없어, 무슨 노래방도 없어, 젊은사람들도 안살아, 뭐 어디
      갈데라도 있다고 오해를 받은단 말입니까..

      2011.09.28 13:58 신고 [ ADDR : EDIT/ DEL ]
  4. ㅎㅎㅎㅎ
    마치 "저 이번에 내려요" 라는 카피의 CF가 생각나네요 ㅎㅎㅎ
    많이 곤혹스러우시겠지만 읽는사람에겐 재밌는 에피소드인데요 ㅎㅎㅎㅎ

    2011.09.28 12:50 [ ADDR : EDIT/ DEL : REPLY ]
  5. ㅋㅋㅋ
    저도 그런적 있어요~ㅋㅋ

    2011.09.28 13: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괜한 호기심으로 장난 하면 안되겠네요~
    즐거운 수요일 보내고 오늘도 힘내세요~ 아자아자~ 파이팅~

    2011.09.28 14: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ㅎㅎㅎㅎ 오해받을 소지를 남겨두셨군요.....ㅎ
    그래도 알콩달콩하신 모습이 너무 보기 좋으네요^^

    2011.09.28 14: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그냥 장난으로 답장을 보냈는데 이런 일이 생겨버렸네요^^;

    2011.09.28 15:03 [ ADDR : EDIT/ DEL : REPLY ]
  9. 섬에 바람은 많잖아요...ㅎㅎ..

    2011.09.28 15: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요즘 제 핸드폰으로 이상한 문자들이 많이 와요,
    시간 되면 전화해요, 오늘 별일 없어요, 안자면 전화해요...
    그래서 스팸차단시키느라 일인데... 아예 삭제하거나 무시해버리세요. 괜한 오해 싸잖아요.

    2011.09.28 15:46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게 말입니다. 전 또 잘못보낸 문자란걸 알려주려고 한건데..
      가만 생각해보니 스팸문자일수도 있었겠어요~

      2011.09.28 16:09 신고 [ ADDR : EDIT/ DEL ]
  11. 진짜 바람 피다 걸렸으면 억울하지나 않죠..ㅎㅎㅎ
    장난 한 번 친걸로 후폭풍 장난 아니네요...^^

    2011.09.28 16: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황금종소리

    ㅋㅋㅋ 황당하면서 재미있는 일이군요.
    사시는게 재미있어 보입니다,

    2011.09.28 17:20 [ ADDR : EDIT/ DEL : REPLY ]
  13. ㅎㅎㅎ 재미있는 일이네요.
    있을법한 일이고...ㅋㅋㅋㅋ
    그러게...오해 받을 행동은 삼가하셔용...
    더군다나 주말부부신데...ㅋㅋ
    근데...그 저 지금자요...혹시 남자면 완전 대박 반전인데 ㅋㅋ

    2011.09.28 22: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비밀댓글입니다

    2011.09.28 22:48 [ ADDR : EDIT/ DEL : REPLY ]
  15. 이궁~오해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긴 하네요
    울 아내도 밤 늦게 문자가 오면 누구냐고 하는 데.. ^^;
    잘 보고 갑니다^^

    2011.09.30 13: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화이팅이잉! 저는 새벽을 깨운적이 있지요. 걍 밖에서. 노래방에서 노래하다가 핸드폰을 받았는데 그날 따라 여직원이 왜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들고 쥐랄을 떠는지. 그 소리가 걍 다 아내의 귓구멍으로 흡입되어서 그날 겨울밤을 밖에서 보냈지요.
    지금도 가끔 "그 년이 뉘구여?"하고 따지는데 전 결단코 말합니다. 난 결백하다고...문제는 아내가 안 믿어줘~. 이거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하여튼 화이팅 하소서!!! 아참, 10월 한달도 아빠소님의 위축되지 않은 블로깅 기대합니다요.

    2011.10.01 11: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아이고 ㅎㅎㅎ 아빠소님 문자 지우셨어야 했는데 ㅋㅋㅋ
    여자들은 이런문제에 앙금이 오래가는데 지금은 괜찮으신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저는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오빠오빠 하는 이상한 문자가 많이온답니다 ㅋㅋㅋㅋㅋㅋ

    2011.10.04 07:35 [ ADDR : EDIT/ DEL : REPLY ]
  18. 가금 잘못온 문자에 장나하고픈 생각이 누구나 들죠..저도 가끔 하기도 하는데 조심해야겟습니다..ㅎㅎ

    2011.10.26 08: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레뷰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12.04.02 20: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제린

    아내분이 처녀적부터 문자를 싹 지우는 버릇이 있으셨잖아요..근데 님의 글중에 <어떤 이유로 그런 습관이 생긴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법하다> 일케 쓰셨잖아요..그게 무슨뜻으로 쓰신건지 궁금해요.
    왜냐면 저두 아내분처럼 처녀적에 핸펀 쓸때부터 그냥 무의식적으로 암생각 별뜻없이 그냥 다지웠었거든요.근데 님의 묻지않아도 알법하다라고 하시니깐 저희 남편도 절 글케보는가 싶어서..ㅎㅎ^^
    무슨뜻인거예요? 꼭 알려주세요~~

    2013.09.25 12:09 [ ADDR : EDIT/ DEL : REPLY ]
  21. 우리 남편은 실제로 그래서 제가 보는바람에 사단이 났습니다. 믿고싶진않은데. 아무것도 아니라고는하는데. 다신 안그런다고는 하는데 정말 파경 쪽으로만 흐르네요. 정말 남자들은 장난삼아 쉽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나보죠. 가슴이 답답합니다. 평생의심하며 살아야하나 세상도 살기싫은거 같고

    2015.05.19 08:20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