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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광주촌놈, 에버랜드 체험기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5시 반인가 보다. 오늘은 에버랜드 가는 날.
어린시절 소풍 전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자면 알람이 울지 않아도 아침에 저절로
눈이 번쩍 뜨이기만 하더니, 나이가 드니 소풍이고 뭐고 잠이 최고다. 조금만 더 잤으면..
그래도 어쩌랴~ 새벽 6시에는 출발하기로 계획을 세웠기에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아내를
깨웠다. 머리도 무겁고 몸도 무겁다. 하긴 어제밤에 준비한다고 새벽 두시에 잠을 잤으니
고작 세시간 반 자고 일어난 셈이다. 근데 시계를 보니 5시반이 아니고 5시다. 30분이라도
더 자려고 5시 반에 맞추라고 그렇게나 얘기했건만 쌈닭은 기어이 5시에 맞추고 잔 모양이다.
일어나서 씻고, 애들깨워 아침 챙겨먹이고, 옷 입히고 해서 출발한 시간이 6시반. 드디어
꿈에서만 그리던 에버랜드로 출발이다!

서두가 무지 호들갑스럽다. 그깟 놀이공원 한번 가면서 무슨 그리 방정이냐고 하겠지만,
내 인생에 두번째 방문인데다가 한번 가려면 왕복 7~8시간 운전해야지, 경비는 얼마나
많이 들 것이며, 더군다나 평일 아닌 휴일에 막히는 차와 넘치는 사람들까지 고려해보면
선뜻 다녀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사는 광주에는 패밀리랜드라는 곳이 있긴하지만,
놀이공원 생색만 낸 셈이고, 애들에게 제대로 된 동물원과 놀이기구, 퍼레이드등을 보여
주려면 역시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한번쯤은 데려가고 싶었다. 평일에 가면 좋으련만
시간을 맞출수가 없어 토요일이라 넘치는 인파를 각오하고 개장시간 9시반 도착을 목표로
출발했다. 운전하며 가는동안 어찌나 졸리던지~ 깜빡 깜빡 졸릴때면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운전을 했다. 역시 세시간 자고 일어나 장거리 운전 하는게 아닌데...

 




에버랜드에 들어서자마자 그 넓은 주차장에 입이 쩍 벌어졌고, 아직 개장전임에도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늘어선 수많은 차들에 압도당해 버렸다! 아고, 오늘 된통 걸린것 같은데..
일단은 사람들 사이에 줄부터 서고~





입구를 들어서자 커다란 나무에 풍선이 주렁주렁 달린 조형물이 우리 가족을 맞이한다.
각종 유령들인것 같은데 나무에 손을대면(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ㅡㅡ;) 으시시하지만, 귀여운(?)
유령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기서 꼬꼬의 브이질과 하트동작이 겸비된 새로운 포즈로
사진 한판 찍어주시고~






아이들은 사진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각종 소품들을 볼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오늘 시크한 헤어스타일과 감각적인 선글래스로 무장한 꿀꿀이.





오전엔 수많은 테마관들중 주토피아를 집중적으로 관람했다. 동물들의 종류가 많진 않았지만
다녀본 다른 동물원들보다 한결 관람객과 동물들의 거리감이 가깝게 느껴졌다. 코카콜라 곰이자
아이들에겐 포비로 친숙한 북극곰~
인상적이었던건 테마별로 파크가 형성되어 동물들과 가까이서 모이도 주고, 사진도 찍고 할수
있었다는 점이다. 앵무새 모이주기 체험은 손바닥에 모이를 올려놓으면 새들이 날아와 손에
앉아서 모이를 먹는데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고 신기해 한 체험이었다. 사진은 내가 갖고있는게
없어서 일단 패스~
카니발 퍼레이드도 재밌었고(디즈니 애니메이션 '리오'에서 봤던 장면이라), 특히 야간에 펼쳐진
불빛 퍼레이드는 인기 만점이었다. 역시 사진은 찾는대로 추가할 예정이다.

발레와 서커스를 결합해서 만든 공연이 끝나고 출연진들과 사진 촬영을 했다.

 

 



언냐들중 제일 예뻤던 언냐 ^^ (아빠눈에만?)

 




 

 




서커스에서 봤다며 바로 따라해 보시는 꼬꼬와 윙크에 맛들인 꿀꿀이...
아쉬웠던 점은 사람이 원체 많다보니 놀이기구를 오후내내 줄서서 꼴랑 두개 탔다는 것과,
T익스프레스라는 룰러코스터를 못탔다는 것, 그리고 사파리 역시 체험하지 못한것. 또 꿀꿀이
키가 110cm를 넘지못해 이용하지 못하는 시설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아이들 역시 기념품 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에버랜드가 또 잘돼있는 점 하나가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게 한다는거다 ㅡㅡ;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미니매점, 동선에 자연스럽게 지나치게 되어있는 기념품 샵, 간단한
요기 하러 갔다가 눌러앉아 술마시게 만드는 식당가...


아침 9시반 개장시간에 맞춰 입장했다가 밤 9시 불꽃놀이까지 지켜보고 퇴장시간이 다 되서
나왔다. 그럼에도 한 반정도 에버랜드를 즐긴것 같다. 역시 사람이 적은 평일에 오는게 최선일듯.
이제 큰 숙제 하나 해결했다고 피곤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옆에서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합창하듯 외치는 쌈닭과 아이들의 한마디,

"재밌다~ 아빠, 우리 또 와요!!"

그러고는 차에 타자마자 쓰러지듯 잠이 드셨다. 우리 다 큰 어린이 쌈닭은 가볍게 코까지 고신다.
난 또 허벅지 꼬집어가며 운전하고 돌아왔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귓전에 울리는 메아리.
"아빠, 우리 또와요~~우리 또와요~~또와요~~"

애들아, 입장료 10만원에, 안에서 쓴 경비가 10만원, 기름값에 톨비가 10만원, 여기 한번 오는데
30이란다...  ㅠ.ㅠ  하긴, 니들이 그걸 알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