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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계유년의 역신들' 누가 충신이고, 누가 역신인가?



단종을 겁박해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은 무엇보다 명나라로부터 왕위를 인정받는 일이
시급했다. 신숙주를 명나라에 보내 세조를 왕으로 인정한다는 고명을 받았다. 그리고
명나라의 사신이 조선을 방문하자 상왕으로 봉한 단종과 세조가 함께 명나라의 사신을
맞아 분란이 없음을 강조하고,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권력이양임을 보여주려 하였다.

이윽고, 사신을 맞는 연회장. 군신이 모두 비무장으로 연회장에 입장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무장한채 왕을 호위하는 별운검에 내정된 성승, 박쟁, 유응부 3인은 세조의 측근들이 모두
모이는 연회석에서 이들을 모두 주살하고, 단종을 호위하여 왕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계책을
모의했다. 이 역모를 주도한 이는 집현전 학자이자 고위직들인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김문기, 유성원등의 문신들과 유응부, 권자신, 성승, 박쟁등이었다. 별운검으로 연회석에서
세조를 주살할 이는 성승, 박쟁, 유응부였고, 이들중 가장 고위직이었던 김문기는 공조판서겸
삼군 도진무라는 직책으로 군사를 동원할수 있는 위치였으므로, 별운검이 궁에서 세조세력을
척살할때 궁 밖에서 병력을 동원하여 혹시 모를 무력충돌을 대비코져 하였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역모를 사전에 인지한 것인지 세조의 측근인 한명회는 연회석이 비좁다는
이유로 행사 당일 별운검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해 버렸다. 이에 무장한채 연회석에 들어갈수
없게된 이들은 두패로 갈리는데 단검을 소지하고서라도 이번 기회에 세조를 없애자는 측과,
후일을 기약하여 더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하자는 측으로 나뉘었다. 결국은 이날 거사를
실행에 옮기는게 맞았다. 이들 무리중 김질이란 자가 역모가 누설될까 염려해 먼저 세조측에
역모를 고변해 버렸고, 이에 의금부에 붙잡혀 처형당한 신하들이 무려 120 여명에 달했다.
이 사건이 병자사화, 또는 병자옥사라고 일컫게 되고 이때 처형당한 대표자들을 가리켜
사육신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윗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핵심인 셈이다. <계유년의 역신들>은 태조 이성계가 고려말기
용맹한 무장에서 쿠데타로 왕권을 탈취해 고려조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일으키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이성계의 아들들, 특히 이방원을 주도로한 피비린내 나는 왕자의 난을 통해,
정종과 태종에 왕위가 계승되는 이야기, 평화적으로 세종으로 권력이 이양됐다가 다시
세종의 아들들간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권력싸움으로 문종, 단종, 세조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지금 티비에서 방영하고 있는 '공주의 남자'의 배경이 되는 시대도 바로
이 시기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세종의 둘째아들인 수양대군이 형 문종의 뒤를 이어 등극한
조카 단종의 왕위를 빼앗고, 이에 반대하는 조정대신들과 같은 형제들인 안평대군, 금성대군
등을 죽이는 이야기를 읽고있자면, 과연 권력이란 것이 그토록 무서운 것이었던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오늘날로 따지면 바로 대통령이 되기위해서 정적들은 물론 아군들까지도
등을 지고 공격할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되기도 하겠다.

이 책이 역설하고 있는 또다른 주제가 있으니 바로 진짜 사육신이 누구이냐 하는 점이다.
항간에는 그동안 남효온이 저술한 <육신전>에 의거하여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를 사육신이라 칭해왔으나, 공개된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유응부가 아닌
김문기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하는것으로 밝혀졌음을 알리고 있다. 모두 충신들이고,
병자사화때 목숨을 잃었지만, 그래서 누구의 죽음을 더 의롭다, 아니다 할수 있는것은
아니겠지만 사육신이 유응부가 들어가야 옳은것인지, 김문기가 들어가야 옳은것인지에
따라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고, 문중끼리의 싸움도 암암리에 커져있던 모양이다.

이 책을 저술한 한국인물사연구원과 원장 이은식등은 책의 절반 가량의 분량을 할애해
왜 김문기가 유응부를 대신해 사육신으로 추앙받아야 하는지를 역설하고 있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육신이 누구냐 하는것도 중요하겠지만, 역사의 그날
있었던 일을 사실적으로 밝히는데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으면 싶었었기에, 무려 책의
절반 가량을 왜 김문기가 유응부를 대신해 사육신에 포함되어야 하는가를 역설하는 데에
아쉬움을
느낀것이다. 아니면 아예 책 제목을 사육신 규명과 관련된 쪽으로 짓는것도
괜찮았을 텐데..

계유년의 역신들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출판 : 타오름 20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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