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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죽은 아이의 영혼을 달래주는 절, 전남 보성의 대원사

대원사라는 절을 혹시 아시는지.
절에 올라가는 길이 주암호를 끼고 도는 길이라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고 참 호젓하고
아름다운
길이라서 주말에 가족 나들이를 다녀왔다. 주암호의 상류를 돌아 대원사까지
오르는 길이 양옆에 왕벚나무가 자리하고 있어 봄철에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도로 100선에 포함되어 있다고~ 그런데 사전 정보없이 대원사를 찾는
분들은 절 입구에서
부터 다른 절과는 다른 기운에 살짝 놀랄수도 있을것 같다. 사진으로
대원사를 소개한다.




이 시대 아빠들은 사진속에 없다. 가족들의 모습만 남을뿐~   ㅠ.ㅠ

대원사는 전남 보성 주암호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 집을 나설때 대원사가 전남 화순에
있는지, 보성에 있는지 잠시 햇갈리기도 했지만 네비를 켜니 보성에 있다고 안내해 주더라.
백제 무령왕때 창건되었고,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라고 한다. 수차례 중건과 중수를
거치다가 영조35년(1759) 현정스님이 대규모로 중창하면서 12개의 암자를 거느린 대사찰로
거듭났는데 1948년 여순반란사건으로 대부분이 불에타 지금은 극락전과 일주문, 주지실,
요사만이 남아있다.





극락전을 오르는 길에 만난 동자불. 인위적인 설정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마치
어린 동자승이
꽃향기를 맡고있는듯 하다. 아마도 설정이겠지~
근데 머리에 빨간 모자를 쓴 동자불이 유독 자주 눈에 띈다.




이 곳은 지장보살이다. 지장보살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의하면 불교에서 석가불이 세상을 떠나
열반(涅槃)을 한 뒤부터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천상에서 지옥까지 모든 중생에게 가르침을
베풀고 착한 마음으로 이끄는 자비로운 보살이다. 모든 중생을 지옥의 고통으로부터 구제하여
극락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보살이다. 즉, 쉽게말해 중생이 죽은후 그 영혼을 아끼고
보살펴 극락으로 인도하는 자비로운 보살인 셈이다. 그런데 이곳 대원사의 지장보살은
태안지장보살이라는 이름을 갖고있다. 태는 아기집을 의미하고, 태를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뜻을 가진 태안지장보살이다. 

대원사의 태안지장보살에는 슬픈 이야기가 유래되고 있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는 삼도의 강이 흐른다.
이 강가 모래밭에는 부모 자식간의 인연이 두텁지 못해 어려서 죽은 갓난아기와
햇볕도 보지못하고 죽어간 핏덩이들이 모래밭에서 고사리 손을 모아 탑을 쌓고있다.
부처님의 공더을 빌어 삼도의 강을 건너려고 고사리 손으로 돌 하나를 들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다시 하나의 돌을 들어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며 탑을 쌓는다. 그러나 하나의
탑이 완성되어 갈때쯤이면 저승의 도깨비들이 나타나 호통을 치며 쇠방망이로 탑을
부숴버린다. 애써 쌓아올린 탑이 무너져버리면 어린 영혼들은 그만 모래밭에 쓰러져
서럽게 서럽게 울다가 지쳐 잠이든다. 그때 지장보살님이 눈물을 흘리며 나타나서
어린 영혼을 감싸 안으면서 "오늘부터는 나를 어머니라고 불러라" 하면서 삼도의 강을
건네준다고 한다.


낙태로 인해 죽어간 수많은 어린 태아의 영혼들과, 부모의 사랑을 받지못하고 죽어간 아이들의
영혼이 죽어서도 극락으로 가지못하고 이승을 떠돌며 고통받는 것을 이곳 대원사의 지장보살이
어머니를 대신하여 품에 안고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이처럼 어린 태아령
들이 많이 모여있다.





이곳 동자승불들이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 글귀다.
흰색은 아버지의 상징이고, 빨간색은 어머니의 상징인데 빨간모자를 쓰고있는 동자승은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낙태아이고, 낙태아의 영혼이 지장보살을 어머니로 삼아 이승에서의
업을 풀고 새로운 환생을 준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단다. 섬찟하면서도 슬픈 이야기다.
아주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닌이상 낙태는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지장보살의 유래를
알고나니 마치 천주교에서 성모 마리아가 연상된다.





거대한 발바닥에 물이 고여있어 공룡발자국이라고 꼬꼬와 함께 장난치고 있는데 쌈닭 왈,
이 고인 물은 성스러운 물로서 이마를 닦고 경건하게 기도를 들일때 쓴다고 알려준다.
발가락 끝에는 누가 동전을 놔두고 뭔가를 기원한 모양이다.






경내 곳곳에는 이렇듯 마음을 다스릴 좋은 글귀들이 있다. 차분하게 경내를 돌며 수련을
감상하고
법문을 배워가는 일도 뜻깊은 일이겠다.



극락전에 오르는 길에 보면 신기한 목탁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일반 스님이 치는 목탁보다
훨씬 큰 목탁인데 이름하야 '머리로 치는 왕목탁'




"남이 나에게 했던 나쁜말이나 행위들을 내 기억속에 간직하고 있으면 그것이 병이되고,

나쁜 업이 되어 나의 삶이 고통스럽고 불행이 따라다니게 됩니다. 모든걸 용서하는 마음으로
아래 진언을 소리하면서 머리로 왕목탁을 칩니다.
하나, 나쁜기억 사라져라, 나무아미타불
둘, 나의 지혜 밝아져라, 나무아미타불
셋, 나의 원수 잘되거라, 나무아미타불
남을 용서하는 사람은 용서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참 명언이다. 이 목탁을 머리로 들이받는다고 실제 저런 일들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내 마음을
다잡고 다스리는 수행이니, 이런건 그냥 지나쳐선 안된다. 꼭 따라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온 가족이 모두 헤딩을 했다. 사진은 꼬꼬가 이마로 목탁을 들이받는 중.
키가 작은 꿀꿀이는 끝까지 자기도 해야한다고 떼를 써 안아줬더니 쿵 소리가 나게 들이받고는
아프다고 인상을 쓴다. 누가 그렇게 세게 받으래? ㅡㅡ;


지금의 대원사는 아주 작은 절이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들어서면 극락전으로 오르는
한개의 길만이 있고, 경내에 들어서도 극락전과 지장보살상만이 남아있다. 사찰로만
보면 그리 볼게 많진 않지만 아까 소개한대로 죽은 태아와 어린아이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흔치않는 사찰이고, 또 곳곳에 마음을 다스리는 법문과 격언들이 있고, 예쁜 수련과
벚꽃들과 도로변을 따라 시원한 계곡이 흐르고 있어 한번쯤 찾아볼만 한 예쁜 절이다.
특히 절에 가는길에 티벳박물관과 백민미술관, 고인돌공원, 주암호가 있어 심심하지
않다. 근처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다녀와 보시길~ 근데 검색해보니 전남 장흥과 경남
산청에도 같은 이름의 대원사가 있더라. 착오 없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