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본영화,읽은책

박병선 박사의 일생의 혼이담긴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

1993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해 김영삼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조건없이 한국에 반환하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프랑스 국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그 약속은 기약없이 늦어질뿐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0년 G20 정상들의 서울 회의에서 이번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다시한번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약속하게 된다. 이번에는

과연 약속이 지켜질까? 틀림없는 우리 문화재고 무력으로 약탈해간 것도 주지의 사실인데

우리가 프랑스에 문화재 반환을 떳떳하게 요구하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으니...결국 프랑스 국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1년 총 297권의 외규장각 도서들중

1차분 75권이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게 된다. 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쾌거를 기념하기 위해 정부는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기획하고 문화적

성과를 홍보하기 바빴는데 그 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외규장각 도서 반환의 결정적인

숨은 공로자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가 알려졌다.

 

 

 

이 책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은 외규장각 도서들이 국내에 귀환하기까지 박병선 박사의

노력과 집념을 소개하는 책이다. 일종의 위인전이다.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을 조명하는

책은 다른책도 많지만 이 책은 스코프 누구누구 시리즈중 7번째 책으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위인전 성격을 지니고 있어 아주 쉽게 박병선 박사와, 외규장각 도서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박병선 박사에 대해서는 어른들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이 책을 통해서야

그 분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게됐다. 이번 외규장각 도서는 박병선박사 이전에는

어떤 책들이 프랑스에 의해 약탈되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었다. 병인양요때 강화도를

침략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을 노략질해 수많은 왕실의 책들을 약탈해가고 가져가지

못한 책들은 불에태워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지만, 그들이 가져간 책이 어떤것이었는지조차

우리는 모르고 있었던 터다. 1955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유학생이 된 박병선 박사는

우연히 일하게 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베르사유 별관 지하에 먼지속에 뒤덮힌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내게 된다. 그 후 프랑스 국립도서관 곳곳을 이잡듯이 뒤져 흩어져 있던 297권을

모두 찾고, 정식으로 문화재 반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혼자 힘으로 역부족이자 한국의

지인들과 시민단체, 청와대에 도움을 청했고, 이로서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외규장각 도서들의

실체가 밝혀지고 반환운동에 불이 당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공식입장은 '반환불가'다. 어찌보면 그럴수밖에 없는 사정도 이해가 된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주의 정책으로 영국등과 함께 경쟁적으로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대해

무력으로 식민지를 개척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문화재들을 약탈해 갔다. 심지어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통째로 해체해 갖고 가버렸을 정도이니...지금 세계적으로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

이랄지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대부분의 문화재들이 자국의 문화재가 아니라 세계에서

약탈해간 문화재들로 채워져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한국에 문화재를 반환하게 되면 그게

선례가 돼 세계 곳곳에서 문화재를 돌려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을테니, 프랑스에서는 약탈

문화재라 하더라도 한번 프랑스에 온것은 절대 반환불가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기에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은 더 뜻깊고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그 일이 가능하게 된데는

혼자 힘으로 프랑스 국립박물관에서 병인년에 약탈해간 문화재가 외규장각 도서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흩어져있던 297권을 일일이 찾아내, 내용을 분석하고, 우리 정부에 사실을 알리고,

프랑스에 반환을 요구하는 모든 일을 해낸 박병선 박사가 중심에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박병선 박사의 대단함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라고

잘 알고있는 직지심경. 이 사실도 박병선 박사가 밝혀낸 사실이라는 점이다. 우연한

기회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발견한 고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란 책을

발견하고는 해석을 통해 이 책이 고려시대인 1377년에 발행된 것임을 밝혀냈고 그때까지

세계 최초라고 알려진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78년이 앞선 최초의 금속활자본

이라는 사실마저 혼자서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학계에 인정을 받기까지 한것이다.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찾아내고, 또다시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의

실체를 규명하고 반환운동까지~ 우리 문화계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분이 박병선 박사다.

우리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훌륭한 분을 기억하게 하는게 그나마 우리가 표할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일 것이다.

 


ps. 이 책을 읽을때는 외규장각 도서가 영구임대 형식으로의 실질적 '반환'이라고 알고있었다.
     그런데 리뷰를 쓰면서 검색을 하다보니 좀 수상한 부분이 보인다. 당초 '반환'을 추진하던
     우리 정부 입장과 '등가등질의 교환'을 추진하던 프랑스의 입장이 상충되 협상의 진전이
     없었다고 한다. 등가등질의 교환이란,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받는 동시에 그와 같은 수량,
     혹은 같은 등급의 문화재를 우리가 프랑스에게  넘겨야 한다는 것. 그렇게되면 반환이 아니라
     교환이다.

    
     이런 문제로 그간 진전이 없다가 이명박 정부들어 우리측 입장이 한걸음 후퇴해서 '반환'이

     아닌 '임대' 형식으로, 그것도 영구임대가 아니라 5년임대후 임대기간 연장이란 형식으로
     들여오게 되었다는거다. 세부조건으로 들어가보면 1차 대여기간이 종료되는 2015년과
     2016년에는 자동으로 대여기간이 다시 5년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외규장각 도서가
     프랑스로 돌아가서 전시회를 거쳐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가
     재임대를 해주지 않을경우 양국 사이에 분란의 소지가 생길수도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외규장각 도서를 임대해 주는 조건으로 프랑스에서는 앞으로 다른 문화재에 대해서
     반환 또는 임대를 우리가 요구할수 없도록 못을 박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양해했고...
     마냥 좋아할수 만은 없는 내면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