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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쏙쏙 들어오는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수많은 인문서적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옛문구들은 아마 단연 손자병법과 삼국지에 나오는
문구들 아닐까? 그만큼 잘 알려져있고 많은 이들이 여러 관점으로 재해석해서 각자의 분야에
접목하려 하는 책이 바로 손자병법일 게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이 말을 근 일주일새 세 권의 서로 다른 책에서 접했다. 흔히 우리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잘못알고 있는 손자병법의 문구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원문의 뜻이, '백번을 싸워 백번을 이긴다'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것.
이 두 의미가 어핏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다. 원문에서 말하는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는 '적에게 지지 않는다'라는 의미다. 즉, 상대를 이기는게
아니라 상대에게 지지 않는다란 뜻이니 이는 손자병법이 추구하는 목표가 적을 이기는데 있지
않고, 내가 적에게 지지않는데 있다 하겠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공격하고, 싸우고, 상대를 굴복시켜야 하겠지만, 적에게 지지않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싸우지 않고, 싸움을 걸어오면 피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펼수 있다.



저자 강상구는 MBN 정치부 차장으로 청와대 출입기자다. 현재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KBS2 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에서 매일 아침 뉴스 브리핑을 하고
있단다. 이 책을 쓰게 된 사연이 인상적이다. 저자가 손자병법을 처음 접한건 서른을 앞둔
20대 마지막 시점이었다고 한다. 한참 패기가 넘치고, 의욕이 왕성할때 읽은 손자병법은
'싸움의 기술'이고 '승리의 비법'으로 다가왔다. 각 장의 문구들은 어떻게 하면 상대와 싸워
이길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마법사의 주문같았고, 이를 사회생활에 접목시켜 상대를 이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십여년간의 사회생활 끝에 어느정도 사내에서 자리를 잡고, 생활도
안정을 찾았을때 마흔을 앞두고 다시한번 손자병법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고...헌데 이때
읽은 손자병법은 똑같은 책임에도 십여년 전과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고 한다. 단편적인
문구만 보였던 과거와는 달리 책 전반을 흐르는 손자의 전쟁 철학을 읽을수가 있었던
것이다. 싸워서 상대를 이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최대한 상대와 싸우지 않는게 중요한
것이고, 싸우게 된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보다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여 싸우지
않고 상대를 이기는데 더 주안점을 둔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어쩔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인정을 두지 않고 철저하게 이기는것이 중요하다. 비겁하고, 옹렬한 전술일 지언정 이길수
있다면 흉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손자병법의 곳곳에는 상대를 속이고, 이간질하고, 딴데를
보고있을때 뒤를 친다. 참 비겁하다. 하지만 전쟁은 스포츠가 아니다. 죽고 죽이는,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참혹한 싸움이 전쟁이다. 그러기에 최대한 싸우지 않는게 현명한
방법이고 싸울수 밖에 없다면 어떤 속임수를 쓰건, 비겁한 짓을 하건간에 이기는게 중요한
것이다.




손자병법을 재해석해 내놓은 책들은 많다. 그 수많은 손자병법을 다룬 책중에서 유독
이 책이 몰입도가 높고,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이유는 병법의 문구를 풀이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책들이 중국 문헌과 중국의 전쟁사를 예로들어 설명하는 것과 달리, 저자는
삼국사기에 소개된 우리역사, 우리나라의 전쟁사를 예로 들어 손자의 병법 문구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기에 훨씬 이해도 빠를수 밖에없고, 재미를 느낄수 밖에 없다.
예로 드는 사건들이 수나라와 고구려의 전쟁, 거란의 고려 침공, 삼국시대 전투다.

예전에 손자병법을 읽으려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이 그말이고, 했던 말 또하고,
우리 실정에 맞지도 않는것 같고, 터무니 없고, 그래서 아~ 이 책은 맞지않다고 생각되어
포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은 머릿속에 술술 들어온다.
아마도 저자도, 책을 읽는 나도 마흔을 앞둔 세대라 그런걸까?

손자병법은 병법서다. 병법서는 전쟁, 즉 싸우는 기술을 논한다. 그런데 전쟁통도
아닌데 한국사회는 온통 손자병법 열풍이 불고있다. 공부하는 학생도, 기업하는 사람도,
정치하는 사람도 모두 손자병법을 손에 들고다니며 어떻게 하면 상대방과 싸워 이길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온 나라가, 사회가 경쟁속에 놓여있다보니 빚어지는 현상이다.
저자가 이십대때 읽었던 손자병법이 '싸움의 기술'이었다면, 사십에 읽은 손자병법은
'비겁의 철학'이었다. 비겁하게 사는 것이 -남과 싸우지 않고- 지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 이제 싸우지 말고 비겁하게, 함께 살자. 여당과 야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남과 북, 영호남 모두 말이다.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국내도서>자기계발
저자 : 강상구
출판 : 흐름출판 201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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