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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섬에서 우연히 발견한 절경, 용등


지난주 목요일에 포스팅하고 금주 수요일에 글을 올리니 무려 5일을 쉬었다. 작년 블로그를
시작하고 지금껏 특별한 일도 없이 5일간 글을 안올렸던 적이 없으니, 아마도 자주 오시는
이웃분들은 무슨일인가~ 했을 법도 하다. 그런데 방명록을 살펴보니 안부를 물어오는 분이
한명도 없다  ㅠ.ㅠ
별일도 없는데, 다만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와 약간의 매너리즘의 복합적인 증상이랄까?
금주부터 휴가가 시작되니 이러다가 십여일 포스팅을 못할것 같아 밤 12시가 다 되가는 시간에
컴퓨터를 켰다.

오늘 할 이야기는 책이야기는 아니고, 바로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섬에서 우연히 발견한 절경을
소개할까 한다. 세상에나...여기서 근무한지 햇수로 6년, 만으로 5년을 넘겼는데 이번에 처음
가본 곳이다. 이 섬에 이런곳이 있었다니!



보통 이 섬에 오는 외지 관광객이 찾는 곳은 지은지 올해로 백년을 맞았다는 등대다.
나 역시 등대는 지금껏 숱하게 다녀왔지만, 등대 너머로는 가 본적이 없었다. 사무실 후임이
가끔 낚시하러 가는곳이 등대 너머에 용등이라고 불리는 바윗자락이라는건 알았는데, 낚시를
안좋아하다보니 같이 가자는 제의를 번번히 거절하였었다.



낮에는 너무 더워 해가 떨어질 무렵인 오후 6시가 넘어서 가벼운 산책겸 용등으로 향했다.
한참 숲길을 걷다가 탁 트인 해변의 절벽에 서서 바라본 곳! 바로 저 위 숲길이 방금 걸어온
길이다. 저 절벽 아래를 살펴보니



동굴 두개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일명 '쌍굴'. 물이 들었을땐 보이지 않다가 물이 빠지고나면
천혜의 장관을 드러낸다. 하지만 너무 아찔한 절벽이라 서둘러서 산책(?), 산행(?)을 계속해
나갔다. 사실 산행이나 등산이라고 하기보단 가벼운 산책로 정도다.



ㄱ자로 꺾여있는 용등에 도착할 무렵 뒤를 돌아 지나온 길을 살펴봤다. 저기 구름사이에 살짝
보이는 곳이 등대다. 어디냐고? 잘 안보인다고?




마치 영화속에 나오는 유럽의 명소처럼 아찔한 절벽, 낭떠러지 위에 하얀 등대가 서있다.
일제시대 지어진 등대라는데 올해 백주년을 맞아 새로운 등대를 지었다. 내 보기엔 작년까지
서있던 낡은 등대가 초라하긴 해도 운치도 있고, 정겨웠는데 지금 새 등대는 그런 운치가 없어
져버렸다. 뭐든 옛것을 보존하는게 더 문화적인 의미나, 감동이 있지 않나 싶다. 만일 오래되서
등대의 기능을 잘 하지 못한다면 관광상품으로 남겨두고 새로운 등대를 지어도 됐지 않을까?



여긴 반대쪽 광경


드디어 용등에 도착했다. 정식 지명은 소룡단인 모양인데, 이 곳 주민들은 용등, 용댕이라고
부른다. 보이는 사람들은 함께 간 직장 동료들~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에 길쭉한 바윗자락이 마치 용의 등 모양과 흡사하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파도가 한번씩 치고가면 그자리엔 작은 멸치들이 파도에 떠밀려와 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바위위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바윗자락 사이로 특이하게도 마치 용암이 흐르다가 굳은 듯한 자욱이 있다. 주위 바위색보다
더 진하고 검은 바위가 길죽하게 흘러내린 상태로 굳은듯하다.

  


용등을 걷다보면 마치 용의 비늘인양 용암이 굳은 바위들이 멋진 장관을 이룬다.

돌아오는 길에 삼십여분을 걸었더니 벌써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해안가 용등에 서있을 적엔
어두운줄 모르겠더니 돌아오는 산길에선 금새 어두워졌다. 6년째 이 섬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이렇게 멋진 곳을 처음 와봤다니... 이제 1년여 남은 근무지에서의 생활을 나름 즐기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27일부터 5일간 강원도 횡성으로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다. 역시 포스팅이 자주 끊기게 되겠지만
더 멋진 추억과 사진들을 가지고 돌아올듯 싶다. 이웃 블로거님들도 휴가시즌 멋진 추억 많이
만드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