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꼭 가보고 싶었던 조영남 전시회에 다녀오다


'빛이드는 창'이라는 제목의 광주시청에서 운영하는 블로그가 있다.
 이 곳을 통해 광주에서 '조영남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는 정보를 듣고, 꼭 가보 싶었는데
지난번 집에 갔을때는 정작 깜빡 잊어 버리고 있었다. 다행히 6월 14일부터 7월 31일까지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다음번 집에 가는 2주후에는 꼭 보리라..다짐하고 있던 터라,
거센 빗줄기를 뚫고 쌈닭, 꼬꼬, 꿀꿀이를 대동하고 오랫만에 문화의 향연을 즐기고 왔다.

사실 그냥 미술전시회였다면 이토록 굳은 다짐까지야 안했겠지만, 내가 좋아하던 조영남을
직접 접할수 있는 기회가 흔하겠는가 말이다. 사람됨을 들어 그를 미워하거나 평가절하하는
분들도 많은것으로 알고있다. 특히 복잡했던(지금도?) 여자관계나 이혼편력, 최근 전 부인
윤여정과의 일 등으로 안티팬들이 부쩍 는 것도 사실이다. 하나하나 들어보고, 읽어보면
참 욕 먹을 짓도 많이 하긴 했더라.. 인간됨을 떠나서 나는 그의 예술적인 재능은 높이 산다.
천부적인 음악성, 그리고 미술에 대한 재능, 거기다 쎄시봉으로 대변되는 그 시절의 음악과
우정,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진행하며 들려주는 유머감각과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
그런것들을 좋아한다. 그러니 지방에 살면서 조영남의 미술전을 놓칠수가 없지..



장소는 광주 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 전시기간은 위에서 얘기한대로 6월 14일~7월 31일
까지다. 정식 이름은 '畵手조영남 회화 45년' 전시회다.  이 전시회를 통해서 조영남은
스스로를 '화수'라고 칭했다. 그림 그리는 가수~란 뜻이다. 노래나 그림이나 서로 연관되어
있고, 자신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노래하는 화가, 그림그리는 가수로 남고 싶단다.



서울에서 처음 전시회가 열렸을때 논란이 됐던 작품 '여친용갱'이다.
이 즈음 한참 전부인 윤여정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마치 재결합을 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또 느닷없이 '여자친구'가 많다는 발언과 함께 이 작품을 공개하자,
일부 언론과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 그림에 등장하는 여자연예인들을 '조영남의 여자친구'
식으로 해석하며 비난하는 악플들이 많았었다.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장나라, 송은이, 이경실,
이성미, 최유라등 개그계 후배들이나 조영남이 짝사랑? 하는 연예인들이다. 말 그대로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다. 다만, 성별이 여자일 뿐이지..  



혁명으로 상징되는 '체 게바라'의 그림도 인용했다. 유독 이 상과 체 게바라등을 많이
거론하는데 이는 무정부주의적인 아나키스트의 작가의 이상향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이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게 미국, 태극기, 기독교등을 비틀어 꼬집는 그림이 많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화투와 카드, 대나무등을 이용하여 추억, 시골, 어린시절, 서민의
삶을 형상화 한 작품들..거기다 유머러스한 익살과 풍자도 눈에 띈다.





소쿠리를 오선지 위에 음표로 형상화 한 작품.

설치 미술 작품도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죽어 관속에 누은 조영남의 몸 위를 화투장들이
뒤덮고 있다. 뭘 의미하는지 자세한 설명이 없어 단지 추측할뿐. 아마도 '나 죽으면 생전
내가 좋아하던 화투장들과 함께 묻어달라~' 이런 뜻?




아래 그림은 마릴린 먼로와 어머니를 한 캔버스에 그린 작품. 어쩐지 마릴린 먼로의
얼굴에서 늙은 어머니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듯 하다. 화투패의 흑싸리는 4번인데. 이 두분이
모두 돌아가신 분들이라 4자를 배치해 놓은걸까? 알수 없다. 추측일뿐...

 

 



제목은 '극동에서 온 꽃'. 같은 제목의 그림이 여럿 있다. 모두 화투장들을 꽃으로 묘사
한 그림들. 아마도 화투를 소재로 한 이번 작품전시회의 메인 그림인듯 하다. 이렇게
해놓고 보니 정말 화투는 다양한 색상들로 이루어져 화려한 느낌을 주는것 같기도 하다. 

아래는 중국, 그리고 천안문을 소재로 한 작품들






작품 감상에 여념이 없는 쌈닭과 꿀꿀이.
자꾸 사진을 찍어대는 나를 보며 "미술관 매너가 없다"고 타박했지만, 전시관 어디에도
'사진촬영 금지'표지판도 없었고, 미리 정보를 얻어간 '빛이드는 창' 블로그에서도 사진
촬영을 해놓은 데다가, 결정적으로 전시관 관리자가 사진찍는걸 보고도 제지하지 않으니
괜찮은거 아닌가? 무엇보다도...난 블로그에 올려야 한단 말이야...

 

입구에 전시된 조영남의 저서들. 참 많기도 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문제도서들은 슬쩍 빠져있더라~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 같은 책들..

상록전시관은 처음 가봤다. 광주 분들에게는 '구 농촌진흥원'자리로 유명한 곳. 지금은
상록회관이란 건물이 자리잡고 주말이면 주로 예식장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건물 뒷편으로
상록전시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종종 관심을 가지고 들러봐야 겠다. 광주나 전남쪽에 계시는
분들,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한번 들러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