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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세시봉 열풍의 근원을 찾는 책 '세시봉,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MBC라디오에서 오후 두시가 되면 어김없이 울려퍼지는 로고송이 있다.

바로 '최유라, 조영남의 지금은 라디오시대' 십년이 훨씬 넘는 기간동안 부동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장수 프로다. 여자 진행자 최유라는 수많은 남자 진행자들을

갈아치우며 프로그램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데, 지금 남자 진행자가 바로 조영남이다.

편안하게 중심을 잘 잡는 최유라와 톡톡 튀는 조영남의 궁합이 잘 맞아서, 운전중에

듣기에 편하면서도 재밌는 프로다.


책이야기를 하려다가 왠 라디오 프로 얘기인가 싶겠지만, 작년 언제쯤이던가 이 프로의

게스트로 세시봉 친구들이 초대되어 나온적이 있다.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이 진행자

조영남과 함께 그때 그시절 사회상이나 이들의 음악세계를 얘기하고, 간간이 멋진

화음과 함께 통기타를 치며 포크송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한순간에 매료됐었다.

그런데 나만 그러는게 아니었나 보다. 이후 이들은 '세시봉'이라는 이름으로 유재석의

'놀러와', 강호동의 '무릎팍도사'등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인기를 올리더니 마침내 온 나라안에

세시봉 광풍을 불고 온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각자 나름대로 분석하고, 의견을 내놓기 시작한다. 이들의 공통적인

분석에는 최근의 꽃미남, 꽃미녀들로 이루어진 아이돌 그룹들의 똑같은 기계음에 식상함을

느낀 젊은이들이 뛰어난 가창력과 연주를 겸비한 실력파 가수들의 과거 노래에 향수에 느끼는

현상이라는게 지배적이다. 맞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똑같이

생기고, 멤버수도 똑같은 아이돌그룹. 그리고 이들의 똑같은 기계음에 점철된 시끄러운

음악들. 티비만 틀면 이 채널, 저 채널 모두 이들이 점령해버리다시피 한 현실에서 분명

세시봉 친구들의 등장과 아직 식지않은 이들의 노래실력, 음악에의 열정은 한편의 감동의

무대였다.




이 책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는 바로 이같은 현상, 왜 요즘 젊은이들과

시청자들은 세시봉에 열광하는가~ 하는 문제와 트로트, 포크송, 서태지로 구분되는 세대들의

문화적인 특징들을 구분하여 설명했다. 왜 젊었을땐 트로트를 경멸하던 세대들이 자신이

나이가 들어 노년층에 접어들면 그 트로트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게 되는걸까? 하는

부분에서는 나 역시 그 이유가 궁금해 한참을 정독하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금 어린 세대들이 세시봉 가수들이 부르는 포크송을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노땅들의 노래라고 알고 있겠지만, 사실 70년대 송창식과 윤형주가 트윈폴리오를 결성하고

나왔을때, 저게 노랜지 뭔지, 팀 이름은 발음도 어려워 "에이, 요샛것들은...저것도 노래라고"

하는 평을 들었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놀랄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서태지와 아이들에

열광하고 미쳐있던 서태지세대들이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됐을때 그때도 힙합 노래를 부르며,

랩에 열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서태지

팬들이라도 노년이 되면 자연스레 트로트가 편하고, 감동받는 세대로 탈바꿈 하게 될거란 얘기다.

그래서 책 제목도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이다.


대중가요 평론가? 저자 이영미의 직업이다. 대중문화, 그중에서 대중가요에 대한 평론을

하다보니 시대적, 세대별로 받아들이는 대중가요의 특징과 원인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들여다

보고 있다. 다소 저자와 다른 시각을 가질수도 있고, 저자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을수도 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건 근간의 세시봉 열풍의 근본적인 이유가 포크송 세대가 노년층에 접어

들었다는 분석이었다. 70,80년대에 명절때만 되면 티비를 장악했던 판소리, 마당놀이가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고, 90년대들어 명절때가 되면 트로트가 티비를 장악했었다. 그 이유가

바로 명절때 티비의 특집프로그램들은 모두 노년들을 위한 편성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고,

90년대들어 트로트 세대가 노년층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노년층이었던 판소리, 마당놀이 세대

를 대체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가을 추석특집때 '놀러와'에서 세시봉이

첫무대를 가졌고, 2011년 설날특집때 무릎팍도사에서 '세시봉'무대가 이어졌다는 점을 들어

포크송 세대가 트로트 세대를 대체해 노년층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하고있다.


단순히 '세시봉' 가수들의 뒷이야기나 포크송의 달콤한 노래를 기대하고 읽었다간 자칫

지루함에 책을 놓을수도 있다. 그보다는 폭넓은 대중음악 변천사와 포크송 세대들의 문화적

특징에 촛점을 맞추고 읽어볼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30, 40대들의 취향에 맞는 책이라고

볼수도 있겠다.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이영미
출판 : 두리미디어 20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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