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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위키리크스, 용감한 저널리즘인가 스파이인가?




그토록 궁금하던 책을 드디어 읽게됐다.

위키리크스... 줄리언 어산지...작년부터 각종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더니

한나라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고, 대표 줄리언 어산지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세계 각지에서 시위를 유발하는 말썽 많은 비밀 단체 위키리크스.. 도대체 이 단체는 어떤 성격의

단체이고 이들이 연일 기밀문서를 폭로하는 것은 무슨 목적을 위해서일까?

한쪽에선 용감한 저널리스트로 추앙받고 또 한쪽에선 공개적인 인터넷 스파이라고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양분되고 있는 위키리크스에 대해 계속 궁금하기만 했는데 아쉽게나마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궁금증을 해소할수 있었다.

 

시사상식 공부하는 차원에서라도 이 뜨거운 감자인 위키리크스에 대해 알아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난 처음에 이 단체가 정보보호법에 의거 기밀 보호 연수가 경과한 정보들을 정보 공개

청구해서 얻은 합법적인 문건들 위주로 폭로를 하고있지 않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합법적인 활동이라 이리 문제가 되지 않을것 같았고, 또한

이렇게 파장이 큰 기밀문건들은 비록 정보보호법에 의거했다 하더라도 미국정부에서 쉽사리

공개하지 않을 내용들이었기에 이런 1급기밀들을 어떻게 손에 넣을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내용을 보니 위키리크스와 대표자 줄리언 어산지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 입수 경위는 첫번째가 해킹이었다. 그 옛날 냉전시대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기밀을 빼오기 위해서는 스파이를 포섭하고, 고위직에 침투시켜 문서를 빼오는 방식이었다면

오늘날엔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고 관련 기관을 해킹해서

정보를 수집할수 있다는게 달라진 점이랄까? 그런 기본적인 루트로 위키리크스 초창기엔 중국과

중동에서 수십만건의 기밀을 입수할 수 있었고, 최근엔 해킹과 더불어 내부고발자에 의한 고급

기밀을 취득하는 루트가 추가됐다.

 

그렇다면 위키리크스 문제에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 과연 이들의 기밀 폭로는 기존 언론이

하지못하던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용감하고도 명예로운 저널리즘의 형태로 봐야하는가,

아니면 국가기밀을 폭로해 적들로 하여금 이용할수 있게 만드는 이적행위로 봐야하는건가!

우리나라의 사례와 미국의 대 이라크전을 사례로 들어 생각해보자.

 

                               사진출처 2009년 4월 9일 경남도민일보


고 노무현 대통령이 검은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검찰수사를 받을때..혹시 그때를 아직도

잊지 않으셨을게다. 이나라의 모든 보수신문사들은 봉화마을 노무현 전대통령 사저앞에 천막을

치고 출퇴근하며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들이대 '숨조차 쉴수 없게'만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압박했고, 이를 사생활 침해가 아닌 국민의 알권리란 명목으로 포장했다.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안된다고 대한민국 법률에 명시되어 있건만 검찰은 일일 브리핑을 통해

그날 그날 노무현 전대통령의 피의사실과 조사결과를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했고, 이를통해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과 풍문들이 마치 기정사실인양 각 언론들에 의해 확대재생산 됐었다.

전임 대통령을 아주 천하의 파렴치한으로 몰고갔던 그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이게 과연

'국민의 알권리'란 이름으로 한 사람에 대한 인격살인이 합법적으로 설명되는가 하는 의문이

남을수 밖에 없다. 국민의 알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그리고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지

아닌지는, 뭘 알고싶어 하는지는 누가 결정하는건가? 정작 정부를 향해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공개 청구 자체를 기각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왜 공개하고 싶은 일은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 권리'를 핑계로 공개하고,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일은 '기밀'이라는 핑계로 공개하지 않는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때 명분으로 내세웠던게 대량 살상무기 확산의 방지였다.

후세인 정부가 화학가스나 생물학 무기등을 개발해 사용할 우려가 있다는거다. 결국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애초에 이라크에는 대량 살상무기를 제조하거나 보관하는 공장이 존재하지 않았던

거다. 뿐만아니라 전쟁수행 과정에서 미국과 미군들이 저질렀던 온갖 추악한 짓들이 비밀문건으로

분류되어 보호받고 있다가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되었다. 이중에는 2007년 7월 12일 '뉴바그다드

공중폭격'건이 들어있는데 로이터통신의 종군기자 나미르 누르 엘딘과 취재차량 운전자 사예드

크마그가 사망한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은 적군과의 교전중에 기자가 휘말려 불행히도 사망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폭로된 비밀문건에 의하면 당시 상공을 비행하던 미군의 아파치 헬기는

기자 일행 열두명을 이라크의 저항세력으로 오인해 조준사격하여 사살했다. 특히 헬기 조종사들의

교신 내용은 "저새끼들 뒈진것 좀 봐!" "나이스~"등이 그대로 녹음되어 있었고, 총격에 살아남은

취재차량 운전사 사예드가 도로로 기어나와 도움을 청하자 마침 지나가던 미니밴이 멈춰서

구조하는 순간 또다시 이들을 향해 총탄을 퍼부어 사살하는 영상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미니밴은 당시 열살 아들과 다섯살 딸을 태우고 학교에 등교시키고 있던 아버지가 

부상을 입고 도움을 요청하던 낯선이를 도와주러 멈춰선 것이었다. 미군의 총격으로 아이들

아버지는 그자리에서 사망했고, 열살 아들은 중상을 입었다. 훗날 이런 사실들을 파악했으면서도

미군은 끝끝내 '정상적인  교전중' 사망했다고 진실을 은폐해왔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이라크전을

수행하면서 미군에 의해 사망한 이라크 민간인들의 수도 터무니없이 줄여서 발표한 사실도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드러났다. 미국으로서는 국가적인 망신일뿐 아니라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게됐다. 이런 이유로 공개할 필요가 없는 자국의 비밀을 공개해 적들과 테러리스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하여 줄리언 어산지를 처벌하려 들고있다.

그런데 사실을 은폐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미국정부가 범죄자인가, 아니면 이를 폭로하고

진실을 세상에 알린 위키리크스가 범죄자인가.

 

                                                      위키리크스의 창시자, 줄리언 어산지


줄리언 어산지는 항상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 책 '위키리크스'를 쓴 독일 슈피겔지의

기자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거 슈타르크가 줄리언 어산지를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면도도

하지않고, 옷은 며칠째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닌다고 한다. 베낭과 여행가방 하나만 들고 세계

곳곳을 도피하고 있다고... 그가 목숨을 내놓고 이처럼 은폐된 진실을 폭로하는것, 이게 바로

기존의 어떤 언론도 해내지 못한 저널리즘 아닐까? 미국 정부 주장대로 위키리크스는 적을

이롭게 하는 스파이가 아니다. 미국내의 기밀문서, 예를 들어 군부대의 위치, 전력, 전술등의

데이터를 빼돌려 미국의 적국에게 전달해주는 스파이가 아니라 그간  미국이 해왔던 거짓말

들을 파헤치고 들어내는 일을 하고있다. 이게 어찌 스파이란 말이냐..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기밀문건을 통해 알려지게 된 우리나라와 관련된 사실도 있다.

미국 국무부가 유엔내부도 철저히 감시하고 있고,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간부들을

사찰하고 있다는 점, 한국정부가 지난 가을 북한과 정상회담을 논의하고 있었다는 점등이

알려졌다. 그러고보니 작년 가을때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만나 언제라도

대화할수 있다고 말한후 각 언론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거 아니냐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던게 기억난다. 물론 정부에서는 부인했다. 어떤 접촉도 없다는것. 이 역시

당연하지만 거짓말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에...만약에 말이다..

우리나라에 줄리언 어산지 같은 인물이 있어 기밀로 분류된 추악한 한국정부의 거짓말들을

폭로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곰곰이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과연 어떤일이 벌어질련지.. 

"현재 폭로된 것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                   -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마르셀 로젠바흐(Marcel Rosenbach),홀거 슈타르크(Holger Stark) / 박규호역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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