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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철학의 숲, 길을 묻다' 철학의 숲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아주 매력적인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제목하야 '철학의 숲, 길을 묻다'. 평소 철학이란 말만 들어도 괜시리 머리가 아파오고,
대학 캠퍼스내 철학과 학생들은 고무신 신고 돌아다니고, 수염도 안깎는 괴짜들만 다닌다고
생각하던 내게 철학은 그야말로 이해할수도 없고, 특별히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분야였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는 철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친절한' 책을 만나, 철학에 대한 나의 선입견도
깨쳐보고 기본적인 지식도 쌓고싶다는 꿈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터다.
그러던 차에 왠지 제목부터 친숙하고, 확 시선을 잡아끄는 책이 나왔으니 덜컥 읽기 시작한거다...
 
철학에 대한 모든것을 다 설명하려기 보다 대표적인 서양철학의 뼈대를 이루는 철학자들을
시기별로 나열하고 그들의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
놓는  식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박일호, 송하석, 정재영, 홍성기 네 분의 저자가 각기 한명씩
철학자를 선정해 글을 쓰고 이를 취합했다. 책의 방향성도, 네명의 저자의 철저한 분업화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이들에 의해 탈레스, 피타고라스,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 ,
데모크리토스, 프로타고라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이븐 루슈드, 토마스 아퀴나스, 윌리엄 오컴, 마키아벨리, 프랜시스 베이컨,
데카르트, 스피노자, 존 로크, 라이프니츠, 버클리, 데이비드 흄 등 스물두명의 거장들이
낱낱이 파헤쳐질 판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이 책 한권으로 철학에 대해 자신감을 찾을 터이기도
하고...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나의 이 얍삽한 벼락치기 공부는 실패하고 말았다.
좀더 세련되게 말하자면 '철학의 숲에서 길을 잃고' 만 것이다. 아무리 저자들이 노력을 기울여
쉽게 설명해주려 했어도 원체 철학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이 덤벼드는 독자들까지 이해시키기엔
역부족이지 않았을까? 첫번째 탈레스에서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한 나는 피타고라스에
이르러 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해야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인지, 세상과  동떨어져
자기만의 세계에 갖혀사는 편집광적인 환자들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음으로서
얻은 조그마한 성과도 몇가지 있다. 이 몇가지 성과를 아래에 정리해봤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여러가지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흔히 서양철학의
시점을 탈레스에서부터라고 보는게 정설이다. 탈레스 이전에도 철학적 사고를 했던 철학가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탈레스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이감'과는 다른 차원의 '경이감'을 가지고
해답을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그를 철학의 아버지라 칭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지적인
호기심을 갖는데 그러한 호기심을 철학자들은 '경이감'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경이감은 자신이 경험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것이다. 예를들어 천체에 대해
무지하던 사람들이 일식현상을 목격하고 놀라면서 왜 낮에도 캄캄해질수 있는지 궁금해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식이다. 그러나 탈레스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갖는 경이감과는 다른 차원의
경이감을 가졌다. 그는 '만물의 근원은 무엇일까?' 하는 경이감을 갖고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를 철학의 시점이라고 본다. 구체적이고 경험적 사실에 대해서만 궁금해 한 것이 아니고
보다 궁극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지적인 호기심을 느꼈다. 이런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은
현실의 삶이 편리해지거나 물질적인 풍요를 얻을수 있는것이 아니라 '앎' 자체가 목적이었다고
할수 있다. 그럼 그는 그 해답을 찾았을까?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대답했다.
 
 

탈레스


 
 
  만물을 이루고 있는 근원은 무엇일까?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봤다.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라고 했고, 크세노파네스는 흙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의 근원을 불이라고 한다. 물, 불, 공기, 흙...
이들 네개를 모두 묶어 '4원소'설을 주장한 엠페도클레스, 4원소에 제5의 원소 에테르를 포함하면
고대 그리스 철학을 완성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이 완성된다. 기타 의견도 있다.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근원을 '수(number)'라고 했고,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라고 했다. 그러고보면
현대 과학과 가장 가까운 주장을 한 철학자가 데모크리토스 일수도 있겠다. 여태 피타고라스는
그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수'를 정의한 수학자로만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사실은
철학자이고 피타고라스의 수는 그가 정의한게 아니라 그의 시대 이전부터 널리 통용되고 있던
지식이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됐다.
 
 소크라테스는 어떤 철학자 였는가?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하면 떠오르는게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 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생전에 소크라테스가 그리스 아고라 광장에서 남녀노소 할것없이 그 누구와도
활발한 토론과 언쟁을 몹시 즐긴데서 연유하는 명언이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사고방식이
논쟁을 통해 해답을 얻고자 했었는데 이는 그를 유명한 철학자로 만들기도 했고, 반면에
많은 적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사실 소크라테스는 일반인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있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기원전 469년에 아테네에서 태어나 기원전 399년에 죽은 소크라테스는
생전에 어떤 글이나 책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있는 소크라테스는 그의 사후
제자들인 플라톤과 크세노폰, 아리스토파네스등이 언급한 소크라테스의 말을 유추해
정립된 캐릭터라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그 이전까지 철학자들이 대부분 사색을 통해 만물의
근원에 대한 답을 찾고, 은둔생활을 했던것에 반해 적극적으로 현실속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답을 찾아나갔고, 제자들도 양성했다는 점에서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철학자라고도
할수 있다. 그의 토론에 대한 신념은 적들로 인해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기소를 당하고 재판을 벌이는 도중에도 배심원들과 원고들과 논쟁을 벌여 결국
사형이라는 형을 선고받게 됐고, 옥에 갇힌 후에도 뇌물을 주고 빠져나와 망명하는 길이
있었음에도 '억울하지만 독배를 받고 죽는것이 옳은것인가, 뇌물을 주고 도망간후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옳은것인가'라는 논쟁을 벌여 스스로 죽음을 택한 사례를 볼때 절대적인 그의
양심이자 가치관이었다고 봐야 할것이다.
 
 

'아고라'의 어원은 '모이다'란 말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중심에는 아고라가 자리하고 있고, 누구나

이 광장에서 토론을 즐기며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에 이르러 고대 그리스 철학은 방점을 찍는다고 보인다.
그 이후에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있지만 플라톤때 그가 남긴 방대한 기록에 의해
'서양철학의 역사는 플라톤 철학의 각주'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아~ 무려 스물두명의 역사적인 철학자의 사상을 직설적으로 파헤치고 쉽게 설명해 놓은
이 책에서 내가 받아들이고 흡수할수 있었던 대목은 너무나 작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 아는만큼 보인다 라는 것이다.
철학에 대한 기초지식이랄지 그 체계를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야말로 주옥같은
책이 될것이다. 이 한권으로 서양의 고대, 근대 철학을 꿸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철학이란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고, 숨이 가빠오는 사람이라면 바로 철학에
접근하지 말고 흥미로운 철학자 한사람을 대상으로 우선 접근해서 재미를 붙인다음
다음 철학자로 발전해가는 방법을 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듯 싶다.
 
 
플라톤

 

 
'철학의 숲, 길을 묻다'를 읽으며 나처럼 철학의 숲에서 길을 헤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