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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개의 사생활' 개들은 무슨생각을 하며 살까?




혹시 내가 키우고 있는 개가 하루종일 무슨 생각을 하고 살며,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한
적이 있었는가? 그냥 꼬리치면 반가운거고, 짖으면 경계하거나 무서운거고, 길을 가다
소변을 보면 영역표시 하는거고... 우리가 늘상 들었거나 당연한듯 알아왔던 이런 지식들이
합당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건지, 아니면 단순한 사람들의 선입관인지 그게 궁금하다.
만에 하나...혹시라도 말이다...외출했다 돌아오는 나를보며 입을 벌리고, 꼬리치며 쳐다보는
행동이 반갑다는 환영하는 뜻이 아니라 '너 누구냐, 먹을것 줄거면 들어오고 없으면 다시
나가라!' 이런 뜻이라면...? 물론 그럴리는 없지만 말이다.

저자 알렉산드라 호로비츠는 처음부터 개의 사회성을 연구했던 학자는 아니었다. 인지과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고  주요 관심분야는 '동물 행동'분야였는데 인간이나 코뿔소, 원숭이
등의 인지력을 연구해왔다. 개는 관심분야가 아니었단다. 그때까지만 해도 개는 너무나
인간과 친근하고, 이해하기 쉬워 보였고, 개에대해 새롭게 배우거나 연구할 것이 없다는게
통설이었다. 그만큼 개는 인간과 오랜세월을 함께해와서 개에대해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코뿔소와 원숭이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관찰하고, 기록하며 연구하다
보니 같은 방식으로 키우던 강아지를 바라보게 되었고 그러다가 '그들만의 사회적인 세상과
인간세상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개들의 모습이 갑자기 낯설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게 그녀가 개를 관찰하고 연구하게 된 계기다. 

원제는 'INSIDE OF A DOG',  '개의 내면' 쯤 되겠다. What dogs see, smell, and know.
개들은 뭘 보고, 냄새맡고, 아는가. 책의 성격을 잘 설명해주는 제목이고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책인데 한국어로 번역되면서는 다소 관심을 끌기위한 제목으로 변형되었다.
같은 개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일전에 리뷰글 올렸던 '강아지 상식사전'과 같은
실용서적이나 '네 발의 천사'와 같은 에세이 서적은 아니다. 어찌 보면 딱딱한 내용일수도
있고, 조금 개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고싶은 분들에게는 지적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만한
학구적인 내용도 들어있다.

개는 개일뿐, 인간이 아니다.

개를 의인화 하지 마라. 개를 이해하기 위한 첫발은 바로 우리가 개에 관해 안다고
생각했던 든 사실을 잊는 것이다.

개를 이해하고 개의 습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개의 눈높이에 맞춰 바라봐야
한다. 단순히 기존에 우리가 알고있던 어줍잖은 선입견이 마치 '사실'인양 판단해 버리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쉬운 예를 들어 '닭'을 생각해보자. 닭장에 닭을 사육할때 좁은 공간에
수많은 닭들로 꽉 차 움직이기도 힘든 환경과, 넓직한 닭장에 소수의 닭들을 넣어 움직임에
제약이 없이 집 안에서도 자유로이 움직일수 있는 환경을 선택한다면, 인간의 눈높이가 아닌
'닭'의 눈높이에선 어떤 환경을 선호할까? 저자는 인간의 눈높이를 설명하기 위해 지하철을
예로 들었다. 퇴근길, 집에갈때 탄 지하철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칸과 한산한 칸, 당신은 어느
칸에 승차할것인가? 당연히 정답은 한산한 칸이다. 그리고 말 못하는 닭들도 닭장안에서
숨도쉬고, 움직일수 있도록 넓은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닭 입장에서
그런 자유로움과 넓은 환경을 좋아하느냐...하면 그건 아니란다. 두 가지 조건의 닭장을
두고 실험해본 결과 닭들은 넓직한 닭장을 놔두고 비좁고 구석진 닭장으로 모여들어 서로
뭉쳐있길 좋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닭이란 동물은 홀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라 무리지어 살아가는, 그래야 안전하다고 느끼는 동물이라는 거다. 이를 개의 경우에도
적용시킬수 있다. 인간의 눈높이에서 인간의 환경을 개에 빗대 생각해서는 안된다.
정말 개에 대해 알고싶고, 개들을 위한다면 인간이 아닌 개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바라봐야
한다. 이는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할때 다른개들의 엉덩이에 냄새를 맡거나 나무에 소변을
볼때 지저분하다거나, 더럽다는 이유로 개줄을 잡아끄는 행위, 심지어 위생을 생각한다해서
외출할때 신발을 만들어 신기는 행위, 옷을 입히는 행위들이 모두 해당한다 하겠다.





간혹 똑똑한 개가 '앉아', '일어서', '누워', '가져와'등의 명령을 이해하고 잘 수행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그런데 이 때 개들이 주인의 말을 알아듣거나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건
물론 아니다. 문장의 억양이나, 어감 그리고 주인의 눈빛이나 행동등을 면밀이 관찰한
끝에 주인이 뭘 원하는가를 개들이 눈치채는 거다. 공을 던지며 '주워와'했을때 다른 말과
구분되는 미세한 어감의 차이, 그리고 공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모습을 보고 그 뜻을
알아챈단다. 그만큼 평소에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주인과 가족 구성원
들의 말과, 행동과, 분위기를 탐색하고 관심을 갖는다. 개들이 우리를 향한 관심의 반만
이라도 개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그들이 원하는거, 생각하는걸 우리도 잘 알수있지 않을까?





또한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뿐 개들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하고, 상호교감을 이끌어
내려 노력한다고 한다. 끙끙대는 소리일수도 있고,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몸짓일수도
있고, 꼬리의 움직임, 귀의 움직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때로는 혀를 길게 내밀고 헐떡이는
것도 다 의미가 있다. 우리가 흔히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치부하지만 사실은 그들만의 표현
방식으로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거란다.

개들의 청각, 후각은 놀랄만큼 발달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눈으로 보는것이 정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개들은 냄새로 대부분의 상황을 판단한다는 것도 나에게는 새로운 사실이었다.
물론 개들이 냄새를 잘 맡는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의 정보를 후각을 통해 수집한다고
한다. 심지어 낯선 사람이나 사물이 위험한건지, 적대감이 있는지, 또는 상대가 불안해
하는지, 호감을 갖고 있는지, 자기들을 무서워하는지 이런 심리나 분위기도 냄새로 판단할
수 있다니... 이런 개들의 발달된 후각을 이용해 마약이나 폭발물을 탐지하는건 물론이고,
심지어 암이나 병에 걸린 사람들도 구별할수 있다고 한다. 몸이 아픈 사람들은 질병의 종류에
따라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변하거나, 날숨에서 나오는 아주 미세한 냄새로도 개들은
구별할 수 있다고 하니, 오진율이 높은 돌팔이 동네병원 의사보다 잘 훈련된 개들에게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은 아주 세세한 분야에서 철저하게 개의 눈높이에 맞춰 개들의 행동양식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시도를 하고있다. 결국 이러한 연구는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인 개들의 습성을
파악하고 좀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집 개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나를 보는 눈빛속엔 무슨 의미가 있는지, 오늘부터서라도 귀를 기울여
보자. 내 눈높이와 가치관을 갖고 보지말고 바로 개의 눈높이에서 말이다.

개의 사생활
국내도서>인문
저자 : 알렉산드라 호로비츠(Alexandra Horowitz) / 구세희,고빛샘,전행선,꿰어서보배역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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