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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제국의 황혼' 대한제국 최후의 1년을 돌이켜보다


한국사를 좋아하는 나에게 항상 불만으로 남아있던 시기가 있었으니,
바로 조선말기에서 일제 강점기로 이어지던 철종, 고종, 순종의 시기를 기록한
역사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흔히 조선시대 황금기인 영,정조 시대를
지나고 나서 이어지는 순조, 헌종, 철종시대를 가리켜 암흑기 내지는 몰락기라
할수 있을것이다. 왕권이 약할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대비들의 수령청정, 그리고
외척들의 발호가 세도정치로 이어졌고 순조, 헌종, 철종 3대에 걸쳐 안동 김씨와
풍향 조씨의 세도정치로 인해 토지, 세금제도가 무너졌고, 곳곳에서 민란이 발생
했으며 천주교가 박해를 받아 피가 멈추지 않는 세월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어지는 비운의 왕 고종. 한일합방은 그의 아들 순종때에 이뤄졌지만 실상
국력이 쇠퇴해 조선의 몰락이 고종대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나라를 지켜보려는 안타까운 몸부림과, 그럼에도 힘이 없는 허울뿐인 군주의
비참함이 교차하는 시기였으리라.. 
 
 
 
 

'제국의 황혼'은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방이 있기 전 1년간의 역사기록과 문헌들,
신문등의 고증을 통해 과연 망국의 조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시대적 사회상은
어떠했는가를 밝히는 광범위한 프로젝트였다. 일곱명의 고정필자를 포함해 수많은
분들이 집필작업에 참여해서 경제, 문학, 문화, 정치, 외교, 의료, 언론 분야를 다뤘다.
순차적으로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망해가는 조선의 모습이 책 한권에 고스란이 담겨
있다고 할까? 다만 패망한 왕가라고는 하나 고종과 순종의 모습이 너무나 나약하게
묘사되어 있고, 오히려 식민지배의 원흉이라할 이토 히로부미등이 훌륭한 인격을
갖추고, 정치, 외교에 해박한 인물로 묘사되는 부분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고,
또한 이 프로젝트가 2009년 8월 29일부터 2010년 8월 29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다는걸 사실을 알고나면 조금이나마 선입견이 생기는걸 부인할수 없을것이다.
 
일본의 부당한 침략야욕을 세계에 알리고 열강의 도움을 받아 일본을 견제하려 했던
고종이 헤이그 특사 사건으로 일본의 미움을 사 강제로 폐위되고 꼭두각시로 왕권을
이어받은 순종. 고종의 넷째아들이자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였던 영친왕 이은은 이토
히로부미에 의해 일본으로 유학을 빌미로 볼모로 잡혀가 그곳에서 교육을 받으며
이토를 아버지처럼 따르게 된다. 그러다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육군 중장등 요직을
거치면서 광복을 맞게 되었다. 안중근에 의해 이토 히로부미가 암살당하자 매우 슬퍼하며
석달동안 상복을 벗지 않았다는 기록도 찾을수 있다. 결국 광복후에 귀국하려 했으나
이승만 정권의 견제로 돌아오지 못했고, 일본 패망으로 일본내의 황족의 지위도 잃어버려
매우 어렵게 살다 1963년 박정희 정권때 귀국하고 1970년 병사하면서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의 삶이 끝나게 된다.
 
 

 

 

 
 
 
 
 
 
 
 
 
 
 
 

왼쪽 사진은 고종과 순종(왼쪽이 고종), 오른쪽 사진은 이토 히로부미와 영친왕
 
 
이 책은 단점도 눈에 띄지만 워낙에 그 시기의 빈약한 자료에 목말라하던 나에게는
곳곳에 재밌는 사료들이 많아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많은 부분을 소개하고 싶지만
원체 두꺼운 책에 많은 자료들이 있어서 - 242편의 글이 모여있다 - 목차만 소개해본다.
 
1. 망국의 그림자                           2. 일본의 침탈전략
3. 조선 지배층의 무능과 해이          4. 친일파의 망동
5. 지식인들의 위기 대응                 6. 언론의 계몽과 투쟁
7. 민초들의 저항                           8. 한국을 도운 외국인들
9. 정치가와 군인들의 행보             10. 여성들의 목소리
11. 안중근 의거                           12. 민족지도자들의 독립 구상  
13. 민족자본의 활약                     14. 근대문명의 수용
 
 
바로 위에서 이 책의 단점을 몇마디 거론하였는데 그중 또 하나가 바로 언론분야에서
장지연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잘 알다시피 장지연은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을
실어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토해낸 언론인이었으나, 훗날 변절하여 조성총독부의
기관지 성격의 신문에서 내선일체를 선동하는 과오를 저지른 인물이다.
최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던...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은
언급되지 않은채 민족주의자요 반일 독립운동가라고만 표현되어 있다.
 
자, 글을 마치면서 이 책에 대해 내가 느낀 결론은 이렇다.
이 책이 1년간 조선일보에서 연재된 글이라는 점, 망국의 원인을 찿고 교훈으로
삼자는 취지는 좋지만 고종, 순종을 너무나 나약한 인물로 묘사하고 이토 히로부미의
평을 좋게하는점, 친일변절자 장지연을 애국지사로 표현하는 점등 많은 오류와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걸 감안하고 읽는 독자가 휘둘리지 않는다면 그밖의 수많은
희귀 자료와 역사적 사실을 새로 알수있다는 점에서 한국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책이 될수 있을것이다고 말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