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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동화 '라푼젤', 영화 '라푼젤'

디즈니 창립 50주년 기념 대작 '라푼젤' 의 극장개봉을 앞두고 사전 예습을 위해 꼬꼬에게
라푼젤 동화를 읽어주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집에 두 권의 라푼젤 책이 있어서..
영어 라푼젤과, 한글 라푼젤~





행복하게 살던 부부가 있었는데 옆집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마녀가 살았다...
그 마녀의 정원에서 자라는 이름모를 과일을 너무나도 먹고싶어 병이 난 아내를 위해 남편은
위험을 무릎쓰고 마녀의 정원에서 과일과 꽃을 훔쳐 아내에게 먹이는데, 그러기를 며칠째 훔치는
현장을 마녀에게 딱 결렸다. 마녀는 용서해 주는 대신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자기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그렇게해서 태어난 아기는 마녀의 손에 이끌려 아무도 모르는 높은탑 안에 갇혀 마녀를 엄마로
알고 살아간다. 마녀는 라푼젤의 긴 머리를 타고 탑안에 올라가 라푼젤을 만나는데, 하루는
우연히 탑 앞을 지나던 왕자가 라푼젤의 노래를 듣고 반해 탑을 올라가 라푼젤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이를 알게된 마녀가 화가 나 라푼젤의 긴머리를 자르고 쫓아버리고,
어김없이 라푼젤을 만나기위해 탑을 올라온 왕자를 탑에서 밀어 왕자는 눈이 멀게된다.
눈이 먼 왕자는 날마다 산을 헤매며 라푼젤을 찾아다니고 마침내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듣고
라푼젤을 찿게되었는데 눈이 먼 왕자가 불쌍해 흘린 눈물이 왕자의 눈에 떨어지자 왕자는
시력을 되찿고 라푼젤을 데리고 성으로 돌아가 두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단다~

이 모두가 영어로 된 원서(!) 에 소개된 내용이다. 원서를 막힘없이 해석해 냈음에 뿌듯함을
느낀다. ^^;

아래는 한글로 번역되어 나온 '우리아이 처음 읽는 세계명작 그림동화' 라푼젤이다.
책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약간의 차이는 있다.
행복하게 살던 사랑하는 부부가 아이가 생기지않아 걱정이었는데 어느날 아내가 임신을 하고...
심한 입덧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던 아내가 옆집의 마녀 정원에 자라던 풍경초를 너무나 먹고
싶어해 남편이 마녀 몰래 따주다가 딱 걸렸다. 마녀는 아이가 태어나면 자기가 데려가겠다고 하고
용서해 주고, 태어난 아기는 풍경초를 뜻하는 이름 라푼젤이라 짓는다. 뒷 이야기는 위 책과 같다. 





그리고 마침내 3D로 개봉한 영화, '라푼젤'
난 극장에서 처음으로 보게된 3D영화였다. 예전 '아바타'도 그냥 디지털 영화로만 봤던터라
안경쓰고
영화보니 참 감회가 새롭다.. ㅡㅡ; 영화보는 내내 촌스럽게 안경을 벗어서 그냥
화면만 봤다가,
다시 안경쓰고 보기를 수차례..그것 참 신기하다~ 명목은 꼬꼬를 위해 보는
영화였지만, 실상
꼬꼬는 스펙타클한 궁중기병대와 도둑 라이더의 추격신에선 무섭다고
눈을 감아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지만, 이 아빠는 소리 꽥꽥 지르며 실감나는 3D 영상에 몸을
내맡겼다  ^^;






그런데 영화속 이야기는 동화속 이야기와 조금 다르다. 더 재밌는 영화를 위해 조금 각색한
모양이다.
동화속 이웃나라 왕자님은 세기의 도둑으로 변했고, 평범했던 라푼젤의 부모님들은
왕국의 왕과
왕비로 나온다.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져 나온 빛이 지상에 떨어져 꽃이 되고,
그 꽃은 영원한 젊음을
가져다 주는 마법의 힘을 가졌다. 그리고 그 힘을 이어받아 태어난
공주는 마법의 머리카락을
갖게되었는데 이를 이용해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려는 마녀에게
유괴되어 탑안에 갇혀 마녀를
엄마로 알고 자라게 된다는 설정~
또한 동화속에 나오지 않지만 영화의 큰 줄거리를 끌고가는 감초역의 명마 맥시머스와
악당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용감무쌍한 근위병의 명마 '맥시머스'
 


  술집에서 만난 악당들. 무시무시한 외모지만
 한없이 여린  마음을 가졌고 라푼젤로 인해
 어릴적 꿈을 포기하지않고  이뤄내게 된다.


디즈니의 만화가 항상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지만 이 영화 '라푼젤'은 가히 지금까지중
단연 최고라 말하고 싶다. 시종일관 웃기고, 울리고, 긴장했다가, 슬퍼하고, 기뻐하는
주인공에 따라 관객들도 함께 느끼고 움직인다. 라푼젤이 몰래 탑을 빠져나와 라이더와
함께 고향땅에 돌아온후 광장에서 사람들과 즐기는 춤추는 장면에선 놀라운 영상미에
할말을 잃어 버렸다. 라푼젤이 고작 만화영화라고?
이 영화 제작비가 얼만줄 아는가? LA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무려 2억 6천만불이라고
한다. 순수 제작비로 보기에는 어렵지만(아마 홍보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한화로
계산해보면 대략 3천억원 정도가 들었다는 얘기다. 고작 만화영화 한편이라는 말은
절대 할수 없겠다.

난 그림형제의 원작 동화를 원서로 읽은적이 없기에 원래 어떤 내용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영어 동화나 우리나라 번역본 동화들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와 조금 다른 스토리속에서 역시나 변화하는 가치관과 시대적 배경을
읽을수가 있을것 같다. 먼저 원작 동화에서의 라푼젤은 주인공이긴 하나 수동적이고
주위 환경과 인물들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여성이다. 태어난 후 마녀에게 잡혀간건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마녀에게 한번 대들지도 못하고, 말 잘듣는 딸로 자라나고,
심지어 자기를 찿아낸 왕자와 함께 탑을 탈출해 결혼하기로 해놓고도, 마녀에게
왕자를 고자질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왕자를 만나 왕자의
도움으로 성에 돌아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헌데 21세기 디즈니가 표현해 놓은 라푼젤은 전혀 수동적이지도, 주위 환경과 인물에
휘둘리지도 않는 여성이다. 우연히 탑에 찿아온 도둑 라이더와 함께 탑을 빠져나와
자아찿기에 나서고, 낯선 환경과 악당들을 만나도 주눅들지 않고 헤쳐나간다.
진실된 사랑을 믿으며, 마녀가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후에는 결코 마녀에게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 그리고 왕자의 성에 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게 아니라
왕자를 자신의 성으로 데려와 왕자가 제발 결혼하자고 애걸복걸하게 만든 다음
큰 선심쓰듯 결혼해 주고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로 변형되었다. 어떤가, 참 멋있지
않나?

기회가 된다면 그림형제의 원문 동화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 참, 그리고 혹시 라푼젤을 보고싶었는데 아직 못보신 분들이나, 아니면 디즈니에서
나온 만화에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분들, 또는 영화 자체를 별로 안좋아하시는
분들, 결론적으론 모든 주위분들에게 이 영화를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절대 실망하지 않을 최고의 영화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