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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종이봉지 공주', 정형적인 사고 탈피를 위한 책



요사이 여섯 살 난 큰 딸은 거의 몇달간 공주만 그려댄다.
늘 똑같은 그림에 드레스 색깔이 바뀌거나 왕관 모양이나 머리모양이 바뀌는
등이 전부다.
언젠가는 미술 시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가"라는 주제를
놓고 그리기를 하는데 공주를 그렸다가 선생님께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공주가 되고싶으면 영국에 가렴~홍홍"
그래서 죄다 지우고 선생님을 그렸다고..ㅡ.ㅡ
그래서 샀다. 종이봉지공주! 겉만 치장한 예쁜 공주,누구에게나 사랑받을것 같고
그 자체로도 충분한 존재가치가 있을 것 같지만..정말 공주답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딸아이에게 진짜 공주의 모습을 알려주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게
우선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 충분히 그런 점을 짚어주는 동화책이었다.
아니.외모 지향적인 현대인에게 일침을 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공주는,  여느 동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멋진 성에 살면서
근사한 옷을 입고있고, 곧 결혼할 왕자다운(?) 로널드왕자도 곁에 있다.
그런데 어느날 무서운 용 한마리가 나타나 모든 것을 불사르고 왕자까지 잡아간다.





용감한(?) 공주는 용을 쫓아가 왕자를 구해오기로 결심한다. 기존 동화의 전형적인
구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옷이 모두 타 버렸기에 입을것이 없었기에
길에서 주운 종이봉지 한장을 주워입고 용을 찾아 가게된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좋고, 가장 용감한 용이라던데, 정말이니?"
"그럼, 정말이지"
"네가 불을 한번 내뿜으면 숲 열군데가 한꺼번에 타버린다던데, 정말이니?"
"그럼, 정말이지"
"너 정말 멋지구나~"

"네가 하늘로 날아오르면 십초 안에 세상을 한바퀴 돌아올수 있다던데, 그것도
정말이니?"
"아 참, 정말이라니까"
"너 참 멋지구나. 한 번 더해봐!"





마침내 공주는 무서운 용을 물리치고 왕자를 구해낸다. 





하지만 왕자는 엘리자베스 공주를 보더니 대뜸 이렇게 말한다.
"엘리자베스, 너 꼴이 엉망이구나! 아이고 탄 내야. 머리는 온통 헝클어지고, 더럽고,
찢어진 종이봉지나 걸치고 있고. 진짜 공주처럼 챙겨입고 다시 와!"

엘리자베스와 로널드는 어떻게 됐을까?
눈치 챘겠지만 우리의 엘리자베스 공주는 수동적이고, 다소곳하고, 얌전하고, 상냥
하고, 아름답기만 한 동화속의 공주는 아니다. "그래 로널드, 넌 옷도 멋지고 머리도
단정해.
진짜 왕자같아. 하지만 넌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야!"


"그후 왕자님과 공주님은 결혼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동화의 마무리는 항상 이렇게 끝났다. 그런데? 엘리자베스는
로널드를 보기좋게 뻥 차버렸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공주'라는 것에대한 체면과
겉치레를 우선한게 아니라 용감하게 자신에게 맞닥뜨린 위기를 정면으로,그것도
아주 용감하고 지혜롭게 헤쳐나갔다. 또한 자신의 외모를 트집잡는 왕자에게 진정한
'나'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홀로 나선다.

동화책을 덮으며 '뭐 이런 왕자가 있어!'라면서도 바로 이게 우리네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 또한 내가 어떤 사람인가보다 다른이들에게 어떻게 비치는가에 더 신경썼던
적이 더 많았다. 물론 더불어 살아가면서 나와 '주변'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지극히 사회적인 모습이다.하지만 그것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보이는 모습
에만 편중되는 것은 우리 모두 경계해야할 문제이다.

종이 봉지 공주
국내도서>유아
저자 : 로버트 먼치(Robert Munsch) / 김태희역
출판 : 비룡소 199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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