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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이야기 속에 담긴 긍정의 한줄


 

 

 

이 책은 포켓사이즈다.

처음 책을 받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작은 사이즈 책이 있었나? 싶어서.

거짓말 좀 보태면 호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사이즈다 보니 서류가방이나 핸드백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아주 좋다. 게다가 소설처럼 이야기가 이어지는게 아니고

짧막한(한장을 넘기지 않는다)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보니 지하철에서, 또는 버스에서,

화장실에서, 학생이라면 쉬는시간에 몇장씩 넘기며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첨에 책의 크기에 생소하던 것이 읽다보면 아~ 이래서 이렇게 작게 만들었구나~하고

이해가 된다.

 

이 책을 쓴 양태석님은 동화작가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소설집 <다락방>과 동화집

<아빠의 수첩>, <사랑의 힘 운동본부>, <나눔>등이 있다는데 지금 인터넷에서 검색해봐도

<책으로 집을 지은 악어>, <책을 사랑한 꼬마해적>, <명상 태교동화>등의 동화를 꾸준히

내고있는 작가다. 역시나 동화작가들의 글에서 느낄수 있는 따뜻하고, 정감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 탓에 책 제목대로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각기 가슴 따뜻하면서 읽는이에게

긍정적인 힘을 준다. 이 책 역시 '좋은생각'류라고 보면 된다.

특이한건 목차가 없다는 점이다.

목차는 말 그대로 책의 내용을 어느정도 가늠할수 있게하면서 원하는 대목을 빨리 찾을수

있게하는 역할을 하는데 목차가 없다는건 편식하지 말고 첨부터 끝까지 다~ 읽어라는

저자의 말과 같다. 거기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나오는 멘트는 이 책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라는 말과 다름아니다.

 

하루 단 한번만이라도 내안에 있는 작은 속삭임을 들어보세요.

삶에 대한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으니까요.

행복한 삶을 꿈꾸는 _____님께 작지만 소중한 하루의 행복을 드립니다.



 

 

소록도의 두 천사 편을 보자.

2005년 11월 신문에 소록도에서 43년간 봉사활동을 하던 오스트리아 수녀 두분이 한국을

떠난 기사가 실린다. 71세 마리안느 수녀님과 70세 마가렛 수녀님 이야기다.

두 사람은 1960년대 초부터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우들을 보살펴 오다 한국을 떠나기 하루전

병원장에게만 출국 사실을 알리고 조용히 떠났다고 한다. 4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한센병

환자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왔고, 장갑이나 마스크도 없이 그들과 생활한 탓에 환자들로부터

가족보다 낫다는 말을듣고, '큰할매', '작은할매'로 불리어왔던 두 수녀님들은 아무도 모르게

소록도를 떠나면서 편지 한장을 남겼다.

 

  이제 우리 나이도 칠십이 넘었습니다.

  은퇴할 나이에서도 십년이 지났습니다.

  이곳에 더 있으면 괜한 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 고국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여기있는 동안 부족한 외국인을 큰사랑으로 감싸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부디 용서해 주세요. 미안합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리안느와 마가렛 올림.

 

 

이 기사를 당시 신문에서 접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웠던 기억이 난다.

이십대 꽃다운 청춘에 이역만리 낯선땅 한국이란 곳에 들어와 소록도에서 평생을 봉사하며

사시던 분들이 칠십넘긴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이제 힘에부쳐 봉사하기가 어려워지니

오히려 주위분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면서 젊은날 떠나온 고향 오스트리아로 떠난것이다.

이 분들의 헌신적인 사랑을 무엇에 비할수 있을것인가. 무엇이 이 분들을 이렇게 살게 하는

것일까? 단지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이 이야기와 더불어 소개된 러일전쟁의 승장 일본의 도고제독이 전승기념식에서

"도고 제독은 조선의 이순신만큼이나 위대한 분입니다"라는 말에 정색을 하며 자신을

이순신장군에 비교하는건 이순신장군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는 일화등은 단순히 가슴이

따뜻해질 뿐 아니라 이야기속 주인공들에 대한 끝없는 존경심과 경외감을 일으킨다.

 

이 책을 읽는것만으로 우리 삶이 획기적으로 바뀔 일은 물론 없겠지만 이 이야기속에 담긴

주인공들의 성품과, 의지와, 사랑은 읽는이들에게 긍정의 힘으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살지는 못할망정 본받아 닮으려고 노력한다면 우리 삶도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