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본영화,읽은책

차동엽 신부님의 바보예찬기 '바보 zone'





책 제목만 봤을때는 바보 zone 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바보? 우리가 흔히 놀려대던 그 바보 말인가? 그럼 이 책은 그런 바보들을 예찬하는 천상 '신부님'의

올바른 말들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갖었던 것이다.

그 선입견은 첫장을 넘기면서 궁금증으로 바꼈다. 그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추천사' 때문인데,

새로운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고 으례 그 신간들에는 이름좀 있다하는 명사들이나, 작가, 연예인,

정치인들이 나름 추천사를 남겨놓는다. 그런데 읽어보면 이 분들이 과연 이 책을 읽기나 했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저 형식적으로 쓴 추천사들이 많아 보인 이유이다.

그런데 이 책에 추천사를 쓴 분은 바로 작가 최인호 선생님이다.

그게 급 호감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된것이다.

왠만해선 최인호 작가, 뭐 이렇게 불러야겠지만 워낙 작품활동을 오래하신 (내가 초등학생일때도

아마 그의 책을 본것같다. 읽은게 아니고 봤던 기억이 난다) 분이라 그냥 작가라고 부르기엔

많이 민망하다. 근데 사실 선생님이라고 부르니 이것도 이상하긴 마찬가지구나...

 

최인호 작가의 추천사를 읽으면서 진심이 느껴졌고, 저자 차동엽 신부님을 열렬히 찬사하는

글에 나도따라 호감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추천사에 이어지는 머리글에서 신부님은 반대로

최인호 작가를 맹렬히 찬양한다. 두 분이서 주거니 받거니~ 사실 이 '바보zone'이라는 책이

최인호 작가의 권유로 쓰게 되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신부님의 첫번째 책 '무지개 원리'의

추천사를 맡으면서 알게된 인연으로 두분은 참 뜨거운 우애를 나누고 계신것이다.

 

바보 zone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사람은 누구나 한 구석에 바보와 같은 zone 이 있다. 그런데 "이 바보야~"라는 놀림을 받지

않으려고 내 한구석에 있는 바보(순진,무구,청정,동심,열정,카리스마,능력,몰입등등등...) 기질을

내보이지 않고 숨기려 애쓰며 살고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때 한두번은 봐왔던 동네

바보들을 기억해보자. 어눌한 말투나 눈빛, 그리고 행동으로 인해 놀림감이 되고 따돌림의

대상이었지만 그들은 항상 착하고, 우직하고, 성실했다. 그리고 오히려 다른이들이 못하는

한가지씩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예를들어 놀라운 체력이랄지, 어떤 하나에(우리가 볼땐 아주

사소한 것들) 엄청난 집중력을 보인다랄지, 놀랍도록 청력이 좋다랄지 이런 것들 말이다.

눈치 챘겠지만 이 책에서 신부님이 찬양하는 '바보'는 덜떨어진 영구가 아니라 남들보다 더

뛰어난 감수성과 능력을 말하는 단어로 탈바꿈 하게 된다.

 

첫번째 챕터 <대지약우> 편에서 신부님이 '바보'를 어떻게 정의내리는지 살펴볼까?

옛 중국의 노자가 이런말을 했다한다.

"너무 큰 음은 소리로 안들리고, 너무 큰 상은 형이 없다", "큰 지혜는 어리석어 보이는 법!"

이 말들은 인간의 인식구조의 한계를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는데, 인간의 귀는 '큰소리'를

들을수 없고, 인간의 눈은 '큰 형상'을 제대로 볼수가 없다. 그러니 인간의 머리로는 '큰 지혜'

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법. 이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이 결국은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이다"라는... 맞는것 같기도 하고, 억지같기도 한 삼단논법을 완성시킨다.

그래서 결국 바보가 더 지혜롭다, 미래는 바보의 것이고 미래의 판도는 바보스러움이 쥐고 흔든다

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억지스럽다고 생각한 나를 비웃듯 세계적인, 그리고 국내도 마찬가지지만 최근

바보 열풍이 불고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DIESEL이 내놓은 광고 카피는

"스마트? NO! 바보가 돼라!" 이다. Smart? No! Be Stupid!  바보가 돼라, 바보가 돼라...

사실 우리도 어떤 날은 회사고, 가정이고, 일이고, 시험이고, 모든걸 다 내던지고 바보처럼

살고싶을때가 있지 않은가? 나만 그렇지는 않을것이다. 소설속에서, 영화속에서, 또 실제로

어린시절 봐왔던 동네 바보들의 모습은 꾸질꾸질하고 땟국물이 흐를지언정 언제나

해맑게 웃고 있었다...

 

20세기 대한민국이 배출한 국보급 바보 장기려 박사가 제자에게 했다는 말.

"바보 소리 들으면 성공한거야! 바보 소리 듣기가 얼마나 어려운줄 알아?"

온 국민의 애도를 받으며 돌아가신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도 생전에 자신의 초상화 밑에

바보야 라는 말을 적어두셨다.

 

 

 

우리 모두가 애절하게 그리워 하는 '내 마음속의 영원한 대통령'은 어떠한가.

바로 '바보 노무현' 아니던가...

이쯤되면 왜 신부님이 바보 예찬론자가 되었는지 이해가 된다. 바보야 말로 이 시대의 화두로

손색이 없다. 남들보다 앞서려고, 남들을 이기려고 한치앞도 못내다보는 우매한 중생들이 몸부림

치며 살고있는 오늘날, 나도 한번쯤은 '바보'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