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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심리학이 어린시절을 말하다


어릴때 상처가 성인이 되어서도 따라다닌다.

우리가 지금은 잊었다고 생각하는, 아니면 잊으려고 노력하는 어릴때의 안좋았던

기억들이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의 성격을 결정하고, 트라우마를 형성해

성인이 된 후에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서두의 설명을 읽고 조금

섬찟했다.

 

 

 

 

"아~ 난 뭘해도 안돼", "나란 사람은 왜이럴까~" 이런 푸념들과 원망섞인 자책이

알고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형성된 내 어린시절 경험에 의한 지금의 내가 되어있다는

말 아닌가. 또한 이 책에서는 1장 '스타들의 어린시절 이야기' 편에서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왕년의 스타들을 사례로 들고있다.

 

명예욕에 사로잡혀 육아와 가정에 등한시했던 어머니, 가정적이지 못한 아버지, 그리고

가정불화 끝에 어머니는 자살소동까지 벌이다 결국 부모가 이혼하는등 불우한 시절을

보냈던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 나는 잘 모르는 배우지만 한때 알랭 들롱과 부부였다고 하니

대단히 유명한 배우였나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의 불우한 어린시절이 그대로 답습되듯

알랭들롱과는 파경을 맞고 열네살된 아들은 사고로 죽는등 불행을 겪고, 외로움에

고통스러워하다 자살을 시도하고 결국 40대 초반의 나이로 심부전증으로 죽는다.

캐럴 대처의 사례도 소개된다.

유명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의 딸. 그 어머니가 유명한 정치가였듯 가정보다는

국가와 정치에 더 매진했고 캐럴은 항상 어머니에게 주눅이 들어 어린시절을 보냈단다.

어머니는 딸이 하는 모든 행동이 못마땅하고, 딸은 어머니가 완벽한 여성이라고 생각

한다.

'어린시절이 없는 아이'편도 잠깐 살펴보자.

부모는 아홉명의 자녀를 먹여 살리느라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쉼없이 일만한다.

아홉 아이들도 어느정도 크자 돈버는 일에 매진한다. 엄한 아버지는 매로 아이들을

다스렸고, 아이들은 사육되다시피 한다. 그런데 유독 아이들이 음악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부모는 아이 다섯명으로 악단을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일곱번째 아이가 그중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그가 바로 마이클 잭슨이다.

후에 마이클 잭슨은 자신의 어린시절을 가리켜 인생에서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유독 어린아이들을 좋아했고 이로인해 추문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그도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비극적인 이야기만 펼쳐지니 그렇다면 어린시절을 불우하게 지낸 사람들은 결코

행복해질수 없는걸까? 그렇지 않다. 저자는 과거기억을 회피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과감히 인정하고 받아들일것을 권유한다.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정신과 의사 스티븐 하이젠스를 통해 제시한다.

 

하이에스는 모래구덩이에 빠진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고 묻는다.

보나마나 재빨리 빠져나오려고 할것이다. 하지만 다리를 버둥거리고 팔을 허우적

거리다가 더욱 깊이 빠져들고 만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곤경에서 빠져나올수 없다.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둘수도 없다. 무게중심이 이동되면 하향압력이 더 강해져

상황이 더 악화되기 때문이다. 모래 구덩이에 빠진 사람이 빠져나오는 방법은

빠져나오려는 헛된 몸부림을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 계속 팔을 허우적거리고

다리를 버둥거릴 것이 아니라 팔다리를 큰 대자로 쭉 뻗고 느긋한 자세로 체중을

최대한 균등하게 모래표면에 배분해야 한다. 그러면 더는 빠져들지않고 천천히

기어서 움직일수 있다.

도망가지 말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라는 얘기다. 그래야 새로운 시작을 할수있으니.

그리고 '만약 이랬다면'이란 도식을 깨라고도 한다. 만약은 없다. 만약이란 가정에

머무르지 말고 깨고 나와 새로운 각본을 쓰라고 조언한다. 이 새로운 각본은 충분히

이뤄질수 있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마지막 단계가 있다. 바로 용서하라는 것.

용서의 대상은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이 될수도 있고, 환경이 될수도 있고, 바로

나 자신이 될수도 있을것이다. 용서야말로 비로소 내가 갇힌 틀을깨고 나올수 있는

해법이 될것이다.

 

흔히 주위에서 불행한 과거를 안고 사는 사람들을 볼수도 있다. 밝은척, 아무렇지

않은척 하며 살지만 진정한 과거에의 용서가 없이는 그저 '잊은척' 하며 생각하지

않으려하는 것일뿐이다. 하지만 그 과거가 생각나지 않겠는가..잊혀지겠는가..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할 대상이지 않을까? 나 역시 이런 과거의 아픈경험을 갖지

못하고있어 쉽게 얘기할수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답은

역시 인정하고 이겨내라는것.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바로 나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ps (12.22) 본문중에 마이클 잭슨이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해 숨졌다고 했는데 댓글로

ghost13님께서 사인이 약물과다복용이 아닌 타인에 의한 마취제 과다투여라고 밝혀

주셨습니다. 확인해보니 부검결과 약물과다복용의 흔적은 없었고 오히려 개인주치의의

과실치사 내지는 의도적인 살해혐의가 강하다고 하네요..이 점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