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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미치다

<6월9일 두산전>모처럼 보는 편한경기. 콜론의 재발견

오늘처럼만 경기를 한다면 기아팬들 정신건강에 참 좋을텐데...

정말이지 이게 얼마만에 보는 완벽한 투타의 조합이란 말인가!

선발 콜론이 6이닝 3안타 1사사구 무실점으로 잘 던져줬고, 이어 나온 손영민이 깔끔하게 7회를

막았으며, 박경태가 8회를, 김희걸이 9회를 무실점으로 이어던지면서 팀타율 1위의 두산을 상대로

기아투수진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또한 타선은 기회를 잡을때마다 놓치지않고 적시타를 때려내며 꼭 필요할때 점수를 뽑아줬는데

그간 부진했던 선수들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 다행이다. 김원섭, 이종범이 분발했고, 김선빈이

3안타를 치며 빠른발과 센스로 경기를 지배했다.

 

(오늘 콜론을 재발견했다. 이렇게 좋은볼을 던지는 투수였던가)

 

반면 두산타자들은 3, 4, 5, 6, 8회 연속으로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두고서도 적시타가 터지지

않아 경기를 끌려갔고 팀타율 1위의 막강화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를 했다.

두산타자들이 무기력한건지 아님 기아투수들이 그만큼 난공불락이었는지 알수가 없다.

또한 기아타자들이 길고긴 잠에서 드디어 깨어난건지 아님 그만큼 두산투수들이 형편없었는지

이역시 알수가 없는 경기내용이었다.

콜론은 이날 경기전까지 2승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압도적인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고 위태위태

위기를 넘기며 연명해 가는듯 보였다. 좋은볼을 던졌지만 사사구가 너무많아 제구력에 불안감을

보여줬는데 이게 웬일? 오늘 던진볼의 위력은 참 좋아보였다. 특히 198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148키로대 직구는 조금 과장하자면 2층에서 밑으로 내리 꽂는것처럼 위력이 있었고, 두산타자들의

배트가 밀리는게 역력했다. 거기다 뚝 떨어지는 변화구는 또 어떤가! 구종은 알수가 없었다.

커터인지 슬라이더인지 체인지업인지...

스플리터는 아닌듯 보였는데 커터성으로 뚝 떨어지는게 도무지 언터처블로 보이는게 아닌가!

물론 3, 4, 5 ,6회 매이닝 주자를 2루에 내보냈지만 지금까지처럼 위태위태 해보이기보다 자신있는

투구로 스스로 위기를 잘 헤쳐나갔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던진다면 작년의 로페즈보다 나은 성적도

기대해본다.

 

(손영민도 근래들어 가장 좋은 투구를 했다. 특히 직구의 위력이 좋았다)

 

콜론이 한국무대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나간 7회 두번째 투수로 나온 손영민.

항상 박빙의 리드나 동점에 주자가 나가있는 상황등 부담스런 상황에서 등판해 경기를 말아먹었

었는데 역시 오늘처럼 여유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니 공의 질이 다르다. 7회를 깔끔하게 세타자

삼자범퇴로 막았는데 8회초에도 등판하더니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고 박경태로 교체됐다.

손영민의 장,단점은 컨디션에 따라 공의 위력이 너무 틀리다는 점이다. 오늘같은 날 던지는 직구는

임창용의 뱀직구를 떠올리게하며 타자들 몸쪽 바깥쪽으로 꽉차게 들어가는데 죄다 무릎높이에

형성됐다. 스트라이크존을 타자 허리벨트에서 무릎까지라고 본다면 스트라이크를 선언할수 있는

가장 낮은 높이에서 볼이 코너웍이 된다는 점이다. 타자들이 쉽게 쳐내지 못할 볼이다. 이렇게 좋은

볼을 가지고 있지만 안좋은날은 그 공이 힘없이 들어와 난타를 당할때가 많다. 자신없이 불안해하며

일구일구 던지는게 티비를 통해서도 느껴질 정도니 현장에선 오죽할까.

충분한 휴식과 함께 부담없는 상황에서 등판시켜주는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이 점에선 곽정철도

마찬가지다. 그 좋은 돌직구와 폭포수같은 커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담감을 너무 가진나머지

순식간에 무너지는 투구가 많다.

결국 이 모든 원인은 허약한 기아타선 때문인데 점수를 낼 상황에서 내지 못하고 불안불안 리드하니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고, 지고 있으면 또 지는구나 싶고, 투수들 입장에선 한점도 내주면 안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크게 되는데 오히려 그게 더 부진한 투구의 원인이 되는것이니..

김희걸과 새로 합류한 안영명, 올해 부쩍 성장한 박경태등이 중간에서 손영민과 곽정철의 과부하를

덜어줘야 한다.

 

(모처럼 이종범다운 플레이를 보여줬다. 안정된 수비와 적재적소에서 2루타 2방으로..)

 

타선에선 이종범이 활약했다. 4타수 2안타에 2안타가 모두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2루타로 타점을

올렸다. 수비에서도 라이트 불빛속에 들어간 플라이 타구를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처리하는

안정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팀원들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후배들을 위해

조언하고 코칭스텝과 젊은선수들 사이의 가교역할에 더 치중했으면 한다.

40이 넘은 나이에 아직 쓸만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종범이 아니더라도 기아의

젊은 재능있는 선수들이 지금의 이종범이 보여주고 있는 정도의 활약은 얼마든지 할수 있다.

물론 이종범이 지금까지 팀에 기여한 바로 보나 타이거즈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올해 눈에보이는

지금의 기록으로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할 대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선수생활을 오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되레 팀에 부담을 주고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풀타임 출전이 어려워 보이므로 조범현감독은 상황에 따라 플래툰으로

기용하던지 이종범을 백업으로 돌리는 결단도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그가 명예롭게 선수생활

연장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함은 물론이다. 기아팬들에게 이종범의 문제는 매우

민감한 문제일뿐아니라 이종범의 2군행이나 은퇴를 내놓고 주장하면 바로 융단폭격을 당할일이라

다음에 기회를 보아 따로 포스트를 작성할 생각이다.

 

(야수들중에 오늘 최고의 활약은 단연 김선빈이다)

 

투수에선 콜론과 손영민이 좋은모습으로 승리의 공신이었다면 타선에서는 단연 이종범과 김선빈

이다. 4타수 3안타에 도루1, 1득점. 특히 7회에서는 원맨쇼를 펼치며 혼자서 1점을 만들어냈다.

선두타자로 나와 우전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간후 이현곤 타석때 페이크번트앤 슬러시(일명 버스터)

작전이 하필 타구가 2루베이스 정면으로 와 병살위기에 몰렸을때 빠른발과 슬라이딩으로 모면했고,

다음타자 이용규 타석때 두산의 3루수 김동주가 전진수비 하는틈을 타 기습적인 3루도루를 성공

시킨다. 그러다 성영훈의 폭투때 홈을 파고들어 점수를 빼내는 신기의 주루플레이를 보여준것이다.

또한 수비에서도 경쾌한 풋워크와 정확하고 빠른 송구로 좋은수비를 여러차례 보여줬다.

이현곤이 빠진 유격수 자리를 이렇듯 김선빈이 훌륭히 메꿔주니 정작 이현곤은 1군에 돌아와서도

유격수가 아닌 3루수로 선발출장하게 된다.

 

이처럼 오늘 기아가 활발한 타격과 철옹성같은 투수력으로 일방적인 경기를 했지만 상대팀인 두산도

자멸한 면이 없지않다. 김동주의 3루수비는 아무리봐도 아닌것같다. 5회말 이종범의 2루타도 그렇고

두어번 다른팀 3루수 같으면 충분히 잡을만한 강습타구를 죄다 흘려주니 우리야 고마울 따름이지만

두산입장에선 큰 구멍아닌가. 김동주 말고도 이원석이나 김재호같은 좋은 내야수를 보유하고 있으니

수비포지션 조정을 통해 수비를 보강해야 할것이다. 이런 작은 수비에서의 틈이 어쩌면 오늘경기의

흐름을 좌우한 면도 없지않아 보인다.

 

오늘 한경기 잘했다고 내가 다른팀 걱정해주고 있는걸보면, 참...

아무튼 매일 오늘같은 경기를 보여달란 말은 하지 않을테니 지난주말 토요일,일요일 넥센전같은

경기만 보여주지 말기를 신신당부해 본다.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