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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읽고나면 감탄하게 되는 스페인의 모든것 '산티아고 가는길'




세스 노터봄이 쓴 '산티아고 가는길' 은 1992년 발간된 책이다.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거론되는 세스 노터봄은 소설, 시, 에세이등에 탁월한 글솜씨를 

자랑한다고 알려졌는데 이 '산티아고 가는길'은 발표이후 '여행기의 교본'이라 불릴정도로 

유명해진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특이하긴 하다. 그간 국내에서 발간된 여행기는 대상국가나 

관광지를 특정하고 그 국가나 관광지의 소개 및 특징을 알기쉽게 또는 재미있게 큼지막한 

사진을 곁들여 표현해주곤 하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일단 가볍고 쉽게 접할수 있게 

꾸며져 있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세계 여행기의 교본이라 일컫는 '산티아고 가는길'은 처음 접할때부터 불편한 느낌을 

준다. 일단 산티아고(성 야고보)라는 도시가 한국인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진 대중적인 

관광지가 아니라는 점이고, 우리가 익숙한 여행기인 '쉽고 가벼운' 책이 아니라 정반대의 

'어렵고 무거운' 책이라는 점이 불편하다. 또한 내용의 대부분이 수도원이나 성당을 소개하고 

기독교의 종교적 색채가 진한 설명으로 꾸며지다 보니 기독교인이 아닌 독자들이나, 설령 

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흥미를 잃기 십상이다. 

그런데 또 그게 그렇다...산티아고라는 도시 이름 자체가 성 야고보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도시인데다 유럽 중세 고적중에 종교색을 띄지 않는 유물이 몇이나 될까. 그만큼 종교는  

유럽인들의 삶에 기본바탕을 형성하고, 그 자체가 역사라는걸 감안하면 유럽 여행 자체가 

사실은 성지순례일테지... 

일단 산티아고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스페인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자료 출처 : 네이버 지도)

 



저런 세상에...내가 무식한건가? 

세계 지도에는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없었다...(!) 

대신 에스파니아란 나라가 있었는데 찾아보니 스페인이 에스파니아란다... 에스파니아 중에서 

산티아고를 찾아봤다. 정확한 도시의 이름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스페인 하면 생각나는 건 '투우'로 대표되는 호전적인 문화, 플라멩고춤, 16세기 무력을 동원한 

포르투칼과의 식민지 쟁탈전.. 주로 부정적이고 호전적인 문화다. 

그런데 저자 세스 노터봄의 눈에 비친 스페인은 나와는 전혀 달랐나보다.  

"스페인은 잔인하고 무질서하다. 자기중심적이고 무자비하다. 스페인은 충동에 휩쓸려 자멸한다. 

스페인은 어지럽고 몽롱하고 불합리하다. 스페인은 세상을 정복했지만 손에 넣은 세상을  

감당하지 못했다." 라고 퍼부어 대면서도 "내 인생에는 변치않는 것이 몇가지가 있는데 

스페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다. 사실은 사랑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여자와 친구는 

내곁을 떠났지만 한 나라는 그리 쉽사리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라며 스페인을 향한 

깊은 애정을 나타낸다. 

 

무려 549페이지에 걸쳐 스페인의 방방곡곡을 해박한 종교적, 문화적, 문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소개하고 있다. 작가의 말대로 사도를 추앙하는 순례의 길이라기 보다 세번째 방문을 하면서 

희끄무레한  자기의 과거를,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는 길이라고 얘기한다. 

책의 시작, 바르셀로나로 가는 배에서부터 시작된 여정은 자동차를 타고 사라고사를 거쳐 

소리아로 이동하며 거기서부터 시작된 스페인 여정은 최종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 

에 이르기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시골마을의 전원풍경부터 유명한 유적지까지 샅샅이 발가벗기듯 

소개하고 있다. 이 책 한권이면 스페인의 문화와 역사, 종교와 철학까지 모든것을 알수 있을듯 하다.  

 

다소 불편할 정도로 '상세한' 정보의 전달과 '많은 양'의 정보로 꽉 차있는 덕에 두꺼운 책 한권이 

온통 깨알같은 글자들로 꽉 차있고, 사진 또한 시원시원한 칼라 사진이 아니라 흑벽의 작은 사진 

으로 이루어져 보기에 불편한게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록새록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나 모르고 있던 중세시대 기독교 문화나 서구 열강들의 역사를 알수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해진다. 좌파와 우파가 수시로 부대끼는 내정, 식민지 시대의 절대강자였던 

과거의 영화, 1469년 페르난도와 이사벨의 결혼 이야기, 테루엘의 참사, 건축양식, 화가들의  

그림이야기등은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처음 책을 펴들때 

느꼈던 답답하고 무거운 느낌은 책장을 넘기면서 남아있는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아쉬움으로 

바껴간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 여행의 최종 종착지이다) 


 

 

 

 

 

 

 

 

 

  

  

 






(좌측은 로마시대때 축조된 세고비아의 물길다리, 우측은 스페인 왕들이 가장 좋아했다는 알카사르성) 

 

단숨에 읽어 넘길 여행기를 찾는 분이라면 틀림없이 이 '산티아고 가는길'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스페인 국민들의 국민성까지 모든것을 알고자 

하는 마니아들에게는 이 이상의 '스페인 여행기'는 없다고 단언한다. 한번 읽고 묻히는 책이 아닌 

곁에 두고 몇번이고 빼내 보는 그런 책이 아닐까?


산티아고 가는 길
국내도서>여행
저자 : 세스 노터봄(Cees Nooteboom) / 이희재역
출판 : 민음사 201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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