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본영화,읽은책

게이가 쓴 게이가 사는 세상이야기 [비트윈]


 

 

 

게이가 쓴 게이로 살아가는 세상살이를 쓴 이야기 책이 나왔다.

제목은 '비트윈' 영어로 between 사이~ 다.

남자와 여자의 경계에 위치한 게이들의 위치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 황의건이 말하길 "게이가 이 책을 쓴 것은 맞지만, 이 책을 쓴 내가 게이인 것이지

게이라서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맞다. 게이라서 쓴 책은 아니지만

어쨋든 게이가 쓴 책이고 게이의 삶을 얘기하고 있다.

저자인 황의건은 연예인은 아니지만 방송계와 패션계 활동을 하는 PR대행사

오피스 에이치의 대표이자 온스타일, KMTV에서 방송을 기획하고 진행한 경력이 있는

일반인이다. 이미 커밍아웃을 했다지만 연예인이 아니라서 주목은 받지못했고 비로소

이 책을 통해 만천하에 다시한번 커밍아웃 하는 셈이다.

그의 표현대로 "커밍아웃을 하고도 일반 사람들 속에서 잘 살고 있는 정말 몇 안되는

운 좋은 게이중 한명인 것이다. 홍석천과 하리수 이후 불과 몇년만에 대중적으로

게이임을 밝히고 당당히 본업에 종사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책까지 펴낸다는게

가능한 세상이 됐다.

 



 

 

 

황의건은 대원외고를 나오고 호주로 대학을 가 국립 맥쿼리 대학교를 졸업한 재원이다.

그러니 집에서 거는 기대는 얼마만큼이었으며 커밍아웃 이후의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으리라는건

쉽게 짐작할수 있다. 그런 일말의 미안함을 <게이를 아들로 둔 여자> 편에서 애둘러

표현하고 있다. 물론 공부를 잘해 좋은 학교를 나오고 사회에서 버젖이 성공도 하고있는

아들이지만 우리 사회의 시각상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은 되지 못하는 그런 미안함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들은 그가 연재하고 있던 패션잡지 '엘르 코리아'에 기고했던 글과

소개되지 않은 글을 묶어 칼럼식의 글이다. 29편의 칼럼들을 읽으면서 내가 전혀 관심조차

갖지 않았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성 정체성을 겪는 소수의 그들의 생각과 삶을 조금은 알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하지만 역시 글을 읽어가면서도 쇼킹하고, 낯선 문화적, 성적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딱히 그들의 생각과 감정이 이해되거나 동의할수 없음은 물론이다.

저자 역시 그런걸 기대하고 책을 쓰지는 않았을 터.

단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갖게된 between 의 포지션을 있는그대로 인정하고

차별없이 대해달라는 메시지가 아니겠는가. 이 책을 통해 그가 하고싶은 말은 아마도 IINTRO와

OUTRO 나와있는 아래 문구들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INTRO 에서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로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겪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더이상 게이로서의 삶이 부끄럽거나 어색하지 않다. 이것이 가장 나답게

 자연스럽게 사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대신, 차별이 아닌 차이,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한 특별함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했다.

 

 OUTRO 에서

 이 책을 통해 나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무엇과 무엇의 '비트윈'인지 먼저

 알아내길 바란다. 그 과정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첫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가 비좁고 아주 형편없다면 나처럼

 보기좋게 열어젖혀 앞으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