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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공포영화 못보는 남자 (공포주의)


바로 나, 아빠소다...  ㅡㅡ;;;;
처음부터 못봤던건 아니다. 그리 유쾌하게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누가 보자하면
졸래졸래 따라가 보기도 했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혼자 가서 보기도 하고 그랬었다.
(난 주로 영화를 혼자보는 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선가 정말 무서운 공포영화를 보고나면 그 후유증이 쉽게 가시지 않는거다.
아마 나뿐만아니라 공포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많은분들이 공감할 얘기지만 자꾸
무섭던 장면들이 생각나고, 한번 생각나면 쉽게 지워지지도 않는다.
머리감을때 눈을 감아야하는데 눈만 감으면 누가 보고있을것 같은 생각에 3~4초에 한번씩
비눗물 잔뜩 묻은 손으로 눈을 비비고 뒤를 돌아보는게 반복되고....
혼자 있을땐 무슨 소리만 나도 흠칫흠칫 놀라게 되고...
잠 잘때도 한번씩 눈을 떠 어둠속을 노려보게 되고... 휴~

결정적인 계기는 대학원 재학시절에 가위를 눌린 일로 인해 공포영화를 아예 끊게됐다.
아마 일본영화 '링'이었던것 같은데 어둠의 경로를 통해 컴퓨터에서 동기들과 모여
보게됐다. 한참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는데 영화속에 인물들이 죽기전에 이상한 전화를
받게되고 전화를 받고나면 다음날 죽은채 발견되는 그런 장면에서 갑자기 우리가 모여서
영화를 보고있던 시험실(내가 생활하기도 했던..)에 전화가 오는것이다.
열두시도 훌쩍 넘은 새벽시간, 전화라고는 올일도, 올곳도 없는데, 그것도 방금전 영화속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이 죽어나가는걸 보고있는데 말이다...
순간 모여서 영화를 보던 동기녀석 셋이 흠칫 놀라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벨은 계속 울리고...
받긴 받아야 겠는데 누구 하나 받을 생각을 못했다. 받으면 죽는거다...
결국 네다섯번 울리다 끊어졌는데 전화벨 울리는 그 시간이 몇시간 된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벨이 끊기고 나서야 서로 큰소리로 웃으면서 농담도 주고받고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끝까지 영화를 보고 각자 흩어져 자러갔다. 근데 영화를 보던 그 시험실은
나 혼자서 생활하던 공간. 불을 끄고 간이침대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모니터가 켜져있는게
생각났다. 이거 큰일 아닌가~ 영화속의 '사치코'인지 '사다코'인지 그 귀신이 켜져있는
우물속에서 나와 티비 화면을 통해 현실세계로 들어왔지 않던가~
갑자기 그 생각이 나자 벌떡 일어나 모니터 전원을 끄고 코드까지 뽑아놓고 자리에 누웠는데
도통 잠을 잘수가 없었다. 귀신의 눈빛, 그 무서웠던 상황이 생각나는 바람에...



(이 포스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정보에서 가져온것입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잊혀질만 했는데 한번은 자다 심하게 가위에 눌리는 일이 생겼다.
무서운 기운이 흐르고,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일어나려 해도, 몸이 꿈쩍도 못하는 상황.
내 정신은 말짱이 깨있는데 그리고 마치 눈을뜨고 있는것 같기도 한데, 또 뭔가 무서운게
내옆에 있는것같은데 손가락 하나 움직일수 없고, 소리를 지를수도 없는...
아~ 간신히 땀에 젖어 일어나긴 했는데 다시 잠을 잘수가 없었다. 결국 형광등 켜놓고
누워서 꾸벅꾸벅 졸면서 그날밤을 어찌 넘겼는지...
그후로도 가위는 몇번 더 눌렸다. 자는 방향을 바꿔보기도 하고 며칠간은 불을 켜놓고
자기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 자는 습관에 문제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가끔씩 자려고 누웠을때 발을 겹칠때가 있다. 한쪽발을 다른발 위에 올려놓는다거나
하는 행동인데 발목만 살짝 겹쳐져 그순간에는 편안함을 느끼지만 그상태로 잠이들면
발이 눌려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그게 잠결에 뭔가 눌리는 기분나쁜 가위눌림으로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한 것이다. 그후고 발을 겹치는 습관을 고쳤는데 신기하게도 그후로 가위눌리는
일은 없었다.

연애를 하고 데이트를 하면 또 많이 보게되는게 영화인데 지금 내 아내는 공포영화를
즐겨보는 희한한 여자였다. 즐겨본다기 보다 무서워하지 않고 본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또 몇편을 같이 보게되는데, 무슨 영화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릴적 갖고놀던
인형의 혼이 어른이 된후 찾아와 일어나는 공포영화, 아, 방금 검색해보니 '인형사'인것 같다.
그다음 '거울속으로' 이 영화들을 보면 거울에 관련된 장면들이 유독 많이 나온다.
거울속에 언뜻 귀신이 나를 보고있어 흠칫 놀라 뒤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 다시 앞의 거울을
보면 귀신이 보이는 장면들, 그리고 '거울속으로'에서는 내 움직임이 그대로 반사되던 거울이
손을 씻으려고 밑을 보는데 거울속의 나는 섬찟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와 따로 움직이는
장면들...으...정말 생각만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예전 고소영이 나왔던 영화인지 각막이식수술을 받았는데 깜빡깜빡 다른공간의 영혼들이
보이고...그만하자. 이 글을 읽는분들까지 공포속에 빠져들겠다.





갑자기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난 섬에서 생활하고 있다. 동료들이 두명이 더있어서 세명이서
각자 독방을 쓰며 살고있는데 이번 주말 다른 두명이 집에가고 나 혼자만 남아있다.
항상 하는 생활이라 혼자 있다고 해서 무섭다거나(섬에 온 처음에는 무지 무서웠다)
하진 않는데 갑자기 어제밤 자기전에 씻으려고 화장실에 갔다가 거울을 보는데 아까 말한
장면이 생각나는거다. '거울속으로'에 나왔던 거울속의 또다른 나.
그때부터 그 무서움을 다시 느껴 후다닥 씻는둥 마는둥 하고 방에 돌아와 자려고 누웠는데
온갖 종류의 귀신들이 머리속에 등장해 괴롭히는게 아닌가!
근데 잤다. 처음 잠깐 무섭더니 몸이 피곤해서인지 별생각 없이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났다.

역시 나이가 드니 귀신도 덜 무섭더라. ㅡㅡ;;
근데 이야기 하다보면 나처럼 공포영화 못보는 남자들 의외로 많더라.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 못타고, 공포영화 못보고, 이런 남자들은 많은반면 여자들은 꽤괙
비명 질러가면서도 놀이기구를 타대고 공포영화도 즐겨 보고 ㅡㅡ;
만약 공포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위에 소개한 영화들중에서 '링'은 꼭보시기 바란다.
참 대단한 영화다. 일본 원작인데 일본에서도 흥행에 성공해 시리즈로 나왔고, 한국과
미국판 '링'도 나왔다. 그 유명한 장면 패러디도 얼마나 많은가.
나야 다시보고 싶지 않지만 만약 공포영화 팬이라면 '링'시리즈를 섭렵하시길~
개인적으로 당시에는 공포영화를 보던때라 일본링 시리즈 세편, 한국링, 미국링 다 봤었다.
다 재미있던 기억이 난다.
그나저나 영화 '링' 포스터를 찾으려고 검색했더니만 이 링, 저 링이 나오는데 '성인링'은
뭐란 말이냐...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