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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보아엄마의 자녀교육 지침서 [황금률]




보아엄마 성영자씨가 쓴 '황금율'이라는 책을 읽었다.
성영자라는 이름보다 보아 엄마로 알려진, 그리고 그게 더 자연스러운 이름이다.
이 책을 읽기전 책에 대해 내가 생각했던 선입견은 이 책의 추천사를 써준 시인이자 수필가 김춘호씨의
말과 놀랍게도 일치했다.

처음 보아엄마의 글을 읽고 나는 잠시 망설이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평생 문확과 출판을 해온 한 사람으로서
갑작스레 추천사를 부탁받은 당혹스러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실 이 책은 유명 연예인 엄마로서 자식의
인기를 등어 업은 자서전이라는 선입견을 덜쳐버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아의 인기를 등에 업은 엄마의 소영웅의식의 발로? 나름 성공한 삶을 살고있는
딸아이를 내가 만들어냈다~라는 자랑질? 그 정도로만 인식이 됐던 것이다.
아니 더 솔직히 얘기하면 아주 오래전 보아가 15살의 나이로 데뷔후 성공가도를 달릴때 그토록 어린나이에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노력하고 연습했으면 저 나이때 저런
실력을 갖출수 있을까를 얘기하곤 했다. 그때 풍문으로 내가 들었던 얘기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교를 
중퇴하고 SM에서 미래의 비밀병기로 키워왔다는 얘기...학교공부는 때려치우고 노래와 춤, 일어와 영어를
과외를 통해 배우며 철저히 댄스가수로 키워져왔다는 얘기등이었다. 비록 지금와서 보니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사실이 아니지만 그만큼 어릴때부터 기획사에서 철저히 관리를 하며 만들어냈다고 알려져있다.

그런 얘기들을 듣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수가 되기위해 뼈를깎는 노력과 연습을
통해 오늘 이렇게 성공한 보아는 참 대견스럽다...그런데 성공할지 여부도 확실치 않은상황에서 초등학교
다니는 딸을 학교까지 중퇴시키고 기획사에 내맡긴 그집 부모들은 대체 어떤사람들일까...
보아 당사자야 하고싶은 일을 하는거니까 얼마든지 이해할수 있었지만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나이의 어린딸을 가수의 길로 내맡긴 부모들에 대해서는 도통 이해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로 비쳐졌다.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그렇게 연습하고도 데뷔조차 못하고
사라지는 연습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그런데 바로 내가 비웃고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보아엄마라는 사람이 본인의 교육관을 가지고 자서전을
펴냈다. 보아엄마의 인생과 교육이야기 [황금율]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내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첫째, 보아의 인기를 등에업고 판매량을 늘려보려는 엄마의 소영웅심리나 출판사의 약은수가 보이지
않는점에 놀라게 됐다. 책 전반에 걸쳐 정작 보아의 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책을 쓴 보아엄마
성영자씨의 어린시절부터 인생관, 교육관이 주를 이룬다. 그것도 보아를 통해서가 아니고 오히려
큰아들이자 피아니스트인 계명대학교 교수 권순훤의 이름이 더 자주 나온다.
이 책은 보아라는 검증된 상품을 등에업고 나온 책이 아니었던 것이다...
둘째,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딸을 확률도 희박한 가수로 키우고자 기획사에 내맡긴 생각없는 부모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릴때부터 싫다는거 억지로 시키지않고 본인이 하고싶고, 잘하는걸 더 잘하게끔
지원하는 철저한 성영자씨의 교육관에서 나온 결정이었던 것이다.
둘째아들이자 뮤직비디오 감독인 권순욱의 말에 따르면 어릴때 공부와 담을 쌓고 만화와 게임, 춤에
빠져 살았지만 한번도 엄마로부터 공부하란 얘기를 들어본적이 없다고 한다.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공부해야만 진짜 공부라는 어머니의 교육철학이라고...그래서 큰아들은 피아노를 좋아해
피아니스트가 됐고, 둘째아들은 만화를 그리고 춤을 추다 삼수끝에 미술학과에 진학해 지금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막내딸은 춤추고 노래하는걸 좋아하다 지금의 월드스타가 됐다.
어느 누구하나 하기 싫은, 적성에도 맞지않은 일을 하고 있는 자식들이 없으며 부모의 욕심에 자녀들을
끼어 맞추는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기에 좋아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더 잘할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교육관과 인생관을 갖게 된 계기를 성영자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서울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남양주의 목장을 돌보던 남편을 따라 집을 나서려다가 다섯살된
딸아이를 집에 두고 가는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않아 같이 가자고 하였다. 그런데 오빠들과 놀고
있을테니 엄마 아빠만 다녀오라는 것이었다. 그날따라 선뜻 마음이 내키지않아 가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차에 태워 목장으로 갔다. 완강하게 거부하며 울고 있는 딸아이를 보니 차라리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게 해줄걸 괜히 데려왔나 싶은 후회가 들기도 하였다....(중략)....그만 기둥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 찰나 기둥밑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딸아이가 그 기둥에 이마를 부딪치며 쓰러졌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떻게 할수도 없었다. 그저 충격으로 온몸이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딸아이가 죽었구나...오지 않겠다고 완강히 버티던 아이를 억지로 끌고와서 결국 이런 큰일이 벌어
지고 말았구나...(중략)...그날 이마를 17바늘이나 꿰맸다. 이 일을 겪고나서 나는 참 많이 회개하고
반성했다. 상대가 싫다고 하는 일을 억지로 하면 반드시 탈이나고 만다는 진리를, 자기의 아집이나
고집으로 상대의 뜻을 꺾는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는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비록 어린
아이의 말일지라도 귀담아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깨닫고 또 깨달았다.


큰아들 권순훤이 초등학교 시절 하루는 엄마에게 "엄마! 왜 엄마는 나한테 공부하라는 말을 안해?"라고
물어봤단다. 자기 친구 엄마들은 다 공부하라고 난리라는 것이다. 시간맞춰 깨워서 문제집을 풀어야
밥을 주고, 학교갔다 오면 또 검사하고, 학원가라고 등 떠밀고 하는데 엄마는 자식을 그렇게 관리해 주지
않느냐고 투정을 부렸다는 것이다. "엄마는 너희들을 자유롭게 키우는 것이 소망이란다. 네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공부하고, 놀고 싶은 마음이 들때는 놀면돼. 제일 중요한 것은 뭐든지 스스로 하고싶어 하는
너의 마음과 능동적인 삶의 자세야."

성영자씨가 자녀교육을 할때 하기싫어하는것을 억지로 시키지 않고, 부모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이 하고싶어 하는 일을 독려하고 뒷바라지 함으로서 처음에는 무책임한것 같지만
결국에는 세자녀 모두를 성공하게 키워온 교육철학이다.
그러고보니 처음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갖었던 부정적인 선입견을 그대로 표현해줬던 김춘호씨의
추천사 뒷부분을 이어 소개해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그런 마음은 흔적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굴곡 많은 삶을 살아온 한 여성으로서, 세 아이를 키우면서 숱하게 많은 교육적 문제와 맞닥뜨려
슬기롭게 헤쳐 온 엄마의 입장으로서, 이웃과 함께 하며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참 신앙인의 모습
으로서 한 인간의 진솔한 이야기에 그저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후략)

내가 이 책을 읽기전 마음과 읽고난 후의 소감이 김춘호씨가 쓴 추천사와 일치한다.
우리아이가 갖고싶어하는 것은 뭐든지 다 해주고싶고, 좋은것만 주고 싶고, 최고의 교육을 해주고싶고,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기위해 남들과 경쟁하기 위해 앞서가기만을 바라는 이 시대의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오늘날의 보아는 괜히 있는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