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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소설속으로 빠져들다..[카시오페아 공주]




오늘 올릴 서평은 SBS '두시탈출 컬투쇼' 담당 PD인 이재익 작가가 쓴 [카시오페아 공주]다.
만화스러운 제목과 표지, 그리고 띠지에서 보이는대로 유쾌하고 재밌는 컬투와 함께 사진찍은 이재익 작가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대강 이 책의 성격을 알수 있지 않을까? 라디오 방송중에 재밌기로 소문난 방송, 나도 가끔씩 운전할때 시간이 맞으면 듣게되는데 정말 배꼽 빠지는 방송이다. 재밌고 유쾌한 소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정의를 내려놨다. 관건은 방송 PD라는데 글쓰는 재주는 어떨것이며 유치하지 않고 소설을 재밌게 풀어나갈수 있을것인지..가 관심사였다.

그런데 또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은 전혀 유쾌하지도, 유치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소설 전반에 걸친 분위기는 암울하고 우울했으며 가끔씩 미소를 짓게하는 장면이 있었으나 5개의 단편을 각기 읽고나면 잠시 책에서 눈을떼고 가만히 생각하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유치하냐고? 전혀~ 불과 며칠전 영화작가라는 분이 쓴, 유쾌한 내용을 기대하고 읽었던 책 한권이 유치빤쓰~로 끝난적이 있었기에 방송PD가 쓴 이 소설도 불안했었지만 읽어보니 이재익 PD는 전문 소설가의 작품이었다.





역시...1997년 월간 [문학사상] 소설 부분으로 등단했단다...방송국 라디오PD가 아닌 작가 출신이었다. '질주질주질주' 외에도 '200X 살인사건', '노란 잠수함', '미스터 문라이트'등 4권의 소설을 펴냈고, 이번 '카시오페아 공주'는 그의 다섯번째 작품이다. 그간 '두시탈출 컬투쇼'와 컬투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PD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그렇듯- 모르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은 계기로 이재익PD라는 실력있는 작가에 대해 알게돼 큰 소득이다.

소설 이야기를 해보자. 카시오페아 공주, 섬집 아기, 레몬, 좋은 사람, 중독자의 키스 이렇게 다섯편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대표작이자 표지삽화로 쓰인 '카시오페아 공주'는 자기가 카시오페아 별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황당무계한 설정이지만 작품속에서 '황당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이고 암울한 주인공의 배경이 더 부각될뿐.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살짝 비밀을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어떨까? 복수와 화해를 소재로 풍부한 상상력으로 똘똘뭉친 수작이다.


 

 다음작품 '섬집 아기'다.
"내가 진짜 무서운 얘기 해줄까?" 라는 작품
설명이 왠지 기분나쁜 인형그림 위에 적혀있다. 그리고 예감했던대로 이 단편은 공포소설이다. 읽고나서, 아니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전편 '카시오페아 공주'도 깔깔거리고 읽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이 섬집아기는 완전 후덜
거리게 만드는 공포소설이라...
책을 읽으면서 자꾸 뒤돌아보고, 주위를 돌아
보게 되더라는...
 

 다음작품은 '레몬'이다.
'1999년 7월의 사랑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3년사귄 여친이 있는 남주인공과 10년째라는 남친이 있는 여주인공이 '쏘울메이트'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마치 현실속의 일상처럼 잔잔하게 펼쳐진다.
사랑이야기 임에도 설레거나 가슴 두근거리게 풀어내지 않고 너무나 평범한 일상처럼 암울하게 쓰여졌다. 바로 소설가 이재익만의 특징이 아닐까?
 

 세번째 작품은 '좋은 사람'이다.
제목과 다르게 '핏빛으로 물든 소개팅의 기억'이란 설명이 또다시 음울한 분위기를 내비치는데...
이 작품은 '하드고어' 공포스릴러 작품이다.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에서나 볼수 있을법한
연쇄살인마를 통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사람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준다.  "좋은사람'있으니까 한번 만나볼래?", "그 사람 어때?" "좋은사람이야~"라는 일상에서의 흔한 대화. 좋은 사람...
 

 마지막 작품은 '중독자의 키스'다.
영화에 중독된 여주인공, 죽음에 집착하는 남자친구, 그리고 '훔쳐보기'에 중독된 이름모를 '그림자' 세 사람의 이야기가 역시 자주 등장하는 빗속에서처럼 암울하며 잔잔하게 펼쳐진다.



단편이라 그런지 군더더기 없이 빠른 전개로 펼쳐지는 스토리가 숨쉴틈 없이 몰아치지만
모든 작품들이 쉬이 넘어가는것 없이 한번쯤 나 자신과, 우리 현실과, 이 이야기의 끝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특히 공포소설인 '섬집아기'는 작가가 아이디어가 떠오른지 이틀만에 완성시킨 작품이란다. 그만큼 몰입해서 밤낮으로 작품을 써내려갔다는 얘기. 또한 하드고어 스릴러라 평했던 네번째 작품 '좋은사람'은 작가가 유영철,정남규 사건등을 모티브로 삼아 작년여름 장편으로 쓴 소설인데 단편으로 편집해 내놓았다고 한다.

자~ 단편소설 다섯편을 모두 읽었다.
어떤가? 밤중에 책을 읽다 뒤를 돌아보며 소름이 돋는 공포이야기, 손발이 잘려나가며 핏빛으로 물든 하드고어 잔혹물...이런 단편들과 처음 책 표지에 있던 신비스러운 소녀의 삽화가 매치되는가? 판타지, 멜로, 호러, 미스테리, 로맨스가 결합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소설집!
띠지 뒷면에 이런 홍보문구가 적혀있다.

"2010년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 한 작가가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썼다는게 놀랍다. 그리고 부럽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얼핏 유쾌하면서 일면 유치함을 생각하고 책을 펼쳐들었던 독자들을 사정없이 뒷통수 치는 이재익 소설의 매력 속으로 빠져보자. 올가을 강추하는 소설이다.

 

카시오페아 공주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이재익
출판 : 황소북스 201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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