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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깜짝놀란 원빈의 변신, 영화 [아저씨]


아가씨와 아저씨.
결혼 안했을 법한 젊은 여성을 통칭하는 아가씨와
결혼 했을법한 나이든 남성을 통칭하는 아저씨는 발음도, 어감도 친근한
순우리말임에도 불구하고, 유흥업소 접대여성들을 통칭하는 말로 아가씨가 사용되면서
아저씨들은 아저씨라고 불리는데 거부감이 없음에도 아가씨들은 아가씨라고 불리우는걸
기분 나빠하는 세태가 되버렸다.
그래서일까? '아가씨'라는 영화보다도 '아저씨'라는 영화가 먼저 제작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써놓고도 너무 황당한 멘트다 ㅡㅡ;)


아니, 아저씨는 거부감이 없기도 하거니와 오히려 더 친근한 느낌을 준다.
아저씨..옆집 아저씨..자상하고 친근한...




항상 곱상한 얼굴로 보호의식을 일깨워주고, 여성들로 하여금 모성애를 자극해
인기가도를 달리던 원빈이 드디어 '이맘때쯤 되면 나도 연기변신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고 마음 독하게 먹은 모양이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액션연기를, 그것도 꽤 기대이상으로 멋지게 해냈다.
영화 초반부는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설정과, 소품과, 분위기로
레옹을 흉내내더니, 중후반부에 가서는 말쑥하게 차려입고 정통 무술을
펼쳐대는 모습이 흡사 이소룡을 보는것 같았다. 깜놀~


원빈의 몸이 이렇게 좋았던가?
원빈이 이런 액션을 소화해 낼 연기력을 갖췄던가?
내 기억엔 단독 주연을 맡는것도 이번이 처음인것 같은데, 전혀 위축되지 않고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었다.
물론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원빈의 모습이 얼굴로 보나, 몸매로 보나,
아무리봐도 그냥 옆집아저씨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인데,
만일 원빈이 아니라 최민식이나 송강호나 설경구 같은,
누가봐도 정말 아저씨같은 배우들이 급변신해서 악당들을 물리치는
연기였다면 좀더 '아저씨'란 제목에 동화되며 공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원빈이 멋진 연기를 펼치긴했지만 제목 '아저씨'에 맞는
캐릭터는 조금 아니다~싶다.

그간 원빈의 작품들을 살펴보자.





원빈의 데뷰작이나 다름없는 2001년의 '킬러들의 수다'에서는
신현준, 정재영, 신하균과 함께 공동주연을 맡았었고, 킬러와는 안어울리는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막내킬러 역할이었다.
사실 나도 이 영화를 봤지만 신현준 말고는 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원빈이 나왔었던가..싶었는데 저렇게 포스터와 출연진 이름에 박혀있는걸 보면
출연했었던 모양이다.(원빈 팬들이 보면 이런 무식한~하며 성토하겠지만,
어쩌랴...난 정말 '그냥 아저씨'다. 기억력도 가물가물한..배우들 이름도 잘 모르는..)


그러다 비로소 원빈이란 이름을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작 '태극기 휘날리며'가
2004년에 개봉한다.





여기서는 장동건과 호흡을 맞췄고 나름 열연했었지만, 역시 원빈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아니라 여리고, 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동생'이었다.

역시 2004년에 개봉했던 '우리형'은 어떤가?
난 사실 '우리형'은 보질 못해 단언할순 없지만 영화정보를 보니 신하균의 골칫거리
 싸움꾼 동생으로 출연했다 한다.





2009년 개봉한 '마더'는 어떠한가.







포스터에서 보듯 엄마뒤에 숨어있던 나약하고 모자란 모습의 연기. 그게 지금까지 그가 우리에게
보여줬던 '영화배우 원빈'의 모습이었고, 한계였다.
그랬던 그가 오늘날 레옹과 이소룡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요즘 유행하는 '쵸콜릿 복근'으로 무장한채 냉혈한 살인병기로
잔인하게 칼과 총으로 악당들을 난도질하는..언뜻언뜻 나오는 너무도 잔인한 장면에
몸서리가 쳐지더라...
이 영화를 계기로 원빈도 확실한 연기변신에 성공한듯 싶다.


이 영화가 대단한건 단순히 원빈의 연기변신 뿐만이 아니다.
원빈에 가려 다소 덜 부각됐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약밀매와 장기매매, 인신매매,
아동을 범죄의 수단으로 삼는 행태, 국회의원과 범죄조직들의 커넥션,
동남아시아 조직폭력배들과 한국내 조직들간의 연대, 사제 총기류의 유통등등, 이 사회의
추악한 모든 모습들이 영화의 배경이 되고, 언급이 되고있다.
특히 인신매매를 통한 장기매매 대목에선 신하균, 배두나가 주연한 2002년작
'복수는 나의것'이 연상되기도 하고, 원빈이 이웃과 소통없이 숨어살며
선인장을 키우는 장면, 초등학생 소녀 소미와 아저씨의 친근한 관계에서는 영락없는
 마틸다와 레옹이 생각난다.


추석연휴전 뉴스를 보니 '아저씨'가 556만으로 546만의 '의형제'를 제치고
2010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랭크됐다고 한다.  외화까지 포함하면 584만의
'인셉션'에 이어 2위라고.
남들 다 '아저씨'를 볼때 남도의 외딴섬에 쳐박혀 인터넷엔 안올라오나~를
중얼거리다가 드디어 추석연휴기간에 극장에서 보게됐다. 다행히 아직까지
간판을 안내리고 상영하고 있긴 하더라. 근데 관객수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러고보니 '의형제'도 못봤다.


내가 본 '아저씨'를 한줄평으로 표현하자면
원빈의 연기변신과, 한국영화 액션의 진일보, 그리고 잔인함까지...2010년 최고의 '깜놀영화'
라고 말하고 싶다. 이정범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