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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세입자의 인터폰 수리요구, 고쳐주는게 맞나?

제목대로다.

신혼초 향후 집값이 오를거라는 기대로 가진돈도 없으면서 무리하게 대출받아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건설회사 특성상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4년동안 이사만 세번을 다녀 지금은

전남 여수에 살고있는 탓에 내집이라고 장만한 새집에선 한번도 살아보지 못하고

전세만 내줬고 반대로 나는 계속 남의 집에 전세로만 살고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불행이고 국가적으로는 바람직하게도 지방의 집값은 분양받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차라리 예금이자가 훨~ 나았지.

하지만 뭐, 집값이 안오르면 내가 살면 된다고 생각했었고 계획대로라면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내년에 우리집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어제 세입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보통 집주인과 세입자는 집을 내줄때나, 이사올때, 계약기간이 만료됐을때를 제외하곤

그리 통화할 일이 없지 않은가. 좋을 일은 아닐테고...약간의 긴장감으로 전화를 받았다.

 

"며칠전부터 거실의 인터폰에 잡음이 심해 사용할수가 없네요"

 

"네? 인터폰이 고장이라구요? 아직 3년밖에 안된 새집인데 벌써 고장날리가 없을텐데..."

 

말꼬리를 흐리며 대답하는 사이 내머리속은 복잡하게 돌아갔다.

<뭐야, 이거. 인터폰 고쳐달라는 거야? 설마...>

 

"지금 A/S를 불렀는데 전화상으로 견적이 12만원 나온답니다. 고쳐주셔야 겠는데요?"

 

맞다.. 세입자 얘기는 자신들이 특별히 파손시키거나 별다른 충격을 준적도 없는데

갑자기 인터폰이 고장이 났고, 이런 부분은 집주인이 고쳐주는게 당연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내 생각은 달랐다.

집이 낡아 노후화로 인한 배선, 배관 문제라든지, 보일러, 상하수도 이런 수리는

집주인이 해주는게 맞겠지만 분양받은지 3년밖에 안된 새집에서 그것도 이제 이사온

사람들도 아니고 2년째 아무 이상없이 살아왔으면 자신들이 고쳐 살아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1년 6개월전 지금의 세입자가 이사올때 함께 집안 점검도 다 했었고, 이상이 없는걸

서로가 확인했는데 지금에 와서 고장난 인터폰까지 집주인이 고쳐줘야 하는걸까?

 

하지만 끝내 세입자는 인터폰의 수명이 다했던지, 제품이 처음부터 불량이었던지 하는

이유이지 본인들의 잘못은 없단다. 그러면서

"한번 알아보세요. 원래 집주인이 고쳐주는게 맞습니다" 이런다.

전등을 교체하는등 소모품은 세입자가 하겠지만 집안의 통신시설인데 당연히 집주인이

고쳐야 되는거 아니냐고...

나는 세입자측이 본인들 과실이 없다고 하지만 그건 나로서는 알수 없는 일이고

잘 사용하던 제품이 고장났다면 살고 있는 사람이 고쳐쓰는게 맞지 않느냐고...

결국 옥신각신 하다가 A/S기사를 불러 고장의 원인을 먼저 파악한후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단호했던 내 생각이 시간이 흐르면서 누그러뜨려지기 시작했다.

<세입자가 강경하게 주장하던데, 원래 이런건 집주인이 해주는게 맞는건가?> 하면서..

A/S기사 얘기로는 워낙에 복잡한 제품이고 홈네트워크 초기 제품이라 적정수명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최근 장마철 낙뢰나 습기로 인해 유사한 고장이 종종 나타나고 있단다.

고장원인이 파손이나 충격은 아니란 얘긴데 그럼 제품의 불량 아니냐고 했더니

3년이 지나서 제품 보증기간이 아니라 유상으로 수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일단 안쓰는 부분 전선을 뽑아놔서 당장 사용하는데는 별 무리없게 조치했다고 했다.

 

그렇다...분양받은 우리집은 그냥 인터폰이 아니라 그 유명한 '홈네트워크'시스템에 기반한

'월패드'(이름도 거창하다)란 종류이다.

 

 

(뭐 대충 이런거? 우리집 사진은 아니다...난 사실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교체하자면 150만원이요, 수리하면 12만원이란거다.

암튼 임시방편으로 조치를 해놔 다행히 세입자의 전화가 다시 오지는 않았다.

 

전문적인 법률을 따져보지 않아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난 반반이다.

집주인이 고쳐줘야 하는건지, 세입자가 고쳐서 쓰는게 맞는지...

 

4년전 집 분양받을때, 1년반전 지금의 세입자 이사올때, 내 집이라곤 하나 나도 두번밖에

들어가 보지 못한집인데. 거금 12만원을 들여 내가 고쳐줘야 한다는게 조금 부당한 면도 있고,

한편으론 또 고쳐주는게 맞는것 같기도 하고.. @.@

이럴땐 어떻게 하는게 옳은 방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