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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나는 '아빠소'다

내 닉네임은 아빠소다.

 

사람은 사주팔자를 타고 난다고도 하고, 자기 띠에 맞게 살아간다고도 한다.

그런 믿음 때문인지 호랑이띠나 용띠 여자는 드세다고 하고,

원숭이띠인 사람은 손재주가 좋다하고,

소띠는 부지런하다고들 하지않는가.

 

나는 천상 소띠가 맞나보다.

부모님 슬하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을 타향으로 진학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할때까지 말그대로 부모님 속 한번 썩힌적 없이

착한아들로 살아왔으니까.

나 자신의 편함, 욕심, 이득보다 부모님, 가족,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고

항상 양보하고 인내하는 마음으로 살아온것 같다.

 

그 성격은 결혼을 하고서도 마찬가지.

용띠 아내를 만나 기 한번 못펴보고, 항상 눈치보며 납작 엎드려 살고있다.

부부싸움을 할라치면 분명 누구 하나 잘못한 사람이 있을텐데 백이면 백,

모두 내 잘못이란다.

맘먹고 싸워도 한번도 이겨본적도 없다.

서로 너죽고 나죽자고 싸워도 실제로 누구 하나 죽지 않는 이상

어느 한쪽이 물러서야 할텐데 아내는 절대 물러서지 않고 죽기살기로 달려든다.

 결국 꼬리를 내리고 사태를 수습하는 쪽은 항상 나.

 

신혼초의 기선잡기는 애초에 실패로 끝났고,

이제는 가정파탄만은 막아야 겠다는 일념으로

집안에서 큰소리 내지않고, 집안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서 하고,

혹여 아내 기분이 좋지않나 눈치를 살피며 그렇게 살고있다.

두 딸 꼬꼬와 꿀꿀이가 태어나면서 드센 세 여자와 순한 한남자의 한 가족이 이렇게 시작됐다.

 

천성이 순한 소. 고된 농사일을 하면서도 성깔 한번 내지않고 묵묵히 일만 하는 소.

마치 내 모습을 보는것 같아 아내 몰래 시작한 블로그에서 내 닉네임은 '아빠소'가 됐다.

 

 

 

ps. 여보 미안해.

     시간이 흐른 나중에라도 이 글을 보게 될텐데, 이 글을 보면서 씩씩대는 당신의 모습이

     눈에 선해. 조금 비약하고 당신을 드~세게 표현했지만, 닉네임을 소개하는 공감테마에

     채택되려면 이렇게 강렬해야 되는거 이해하지? 나 당신 사랑하잖아~

     행여 이 글가지고 트집잡기 없기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