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PC조립, 난생 처음 해보는 메인보드 교체

 이런건 컴박사들이나 하는건줄 알았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도 보고, 휴식도 취하고, 블로깅도 하고, 뉴스도 보는등 하루 왼종일 컴퓨터만 끼고 살아왔지만 정작 프로그램 깔고 지우는 소프트웨어쪽만 다뤄봤지 하드웨어를 손댈 생각은 못했었다. 간단한 고장이라도 "안되겠다 이거, 사람 불러야돼~" 하고 말았었지. 사실 학교 다닐때는 컴퓨터 잘 다루는 친구 녀석이, 직장 생활 하면서는 선후배, 동기들이 알아서 해결해 준 적이 많았기에 본체 뚜껑을 열어본 기억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2년밖에 안된 녀석이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이젠 도움을 줄 사람도 없다. 게다가 여긴 AS를 부를수도 없는 망망대해, 섬이다... ㅡㅡ;  할수없이 직접 컴퓨터 뚜껑을 따기로 했다.

 

증상은 이렇다. 잘 돌아가던 녀석이 갑자기 화면이 멈춰버리면서 마우스도, 키보드도 안먹는 거다. 마치 얼음 놀이하듯 화면이 굳어버린다. 재부팅도 안되니 그냥 하드파킹 할수밖에. 그리고 다시 켜도 또 일정시간 지나면 화면이 굳어버리는 현상이 계속해서 생겼다. 잘 모르긴 해도 그래도 컴퓨터와 함께 한 세월이 있는지라 어줍잖게 진단해보니 그래픽 문제다. 이럴땐 그래픽 카드를 교체하면 되는데 옥션에서 산 조립PC인지라 그래픽 카드가 없는 일체형 메인보드다. 그럼 이제 통째로 메인보드를 교체하는 수 밖에 없다. 컴퓨터가 원인불명의 말썽을 부릴때 초보자가 할수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은 본체를 열고 각종 케이블을 뽑았다 다시 꽂기, 메모리 빼서 지우개로 닦고 다시 꽂아넣기를 모두 해봤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기에 에이, 그냥 새로 하나 사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경매장, 지시장을 돌아다니며 손품을 팔아본 결과 게임도 안하고 인터넷만 하는 가정용 조립PC는 20만원까지 견적이 나왔다. 그런데 싼맛에 조립PC를 사서 쓰다보니 확실히 브랜드 PC보다 잔고장도 많고, 수명도 짧다는걸 느꼈다. 사무실에서 쓰는 회사 PC는 LG였는데 6년째 쓰고있음에도 별 문제 없이 잘 돌아가거든. 근데 개인 PC는 2년밖에 안됐는데 말썽인것이 이번에 새로 바꾼다해도 또 한 2년밖에는 못쓸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 결심했어! 이번 기회에 실패하면 버린다 생각하고 메인보드를 바꿔보자!

 

무슨 보드 하나 갈면서 이렇게 요란하냐고 물으시는분 계실게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메인보드를 고체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완전히 분해했다가 재조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드디스크, ODD, 파워팬, CPU, 메모리 전부 뗏다가 바꿔 끼워야 하는데 과연 내가 할수 있을까? 다른건 몰라도 CPU 잘못 연결하면 타버린다던데... 이 복잡한 전선들을 어떻게 제자리에 끼워넣지? 아 몰라,몰라...

 

 

나를 시험에 들게 했던 메인보드다. 마더보드라고도 하는데 컴퓨터의 모든 부품이 장착되는 곳이다. 내 컴퓨터의 메인보드를 바꾸기 위해서는 일단 CPU 사양과 소켓 규격을 알아야 하고, 메모리(램)의 규격 역시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한다. 각 사양별로 호환되는 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메인보드 제조사는 많이 알려진 곳이 ASUS, ASROCK, 기가바이트 등이 있는데 이들 제품중 내 CPU와 램 규격과 호환되는 제품을 검색해서 주문한다. 내 CPU는 듀얼코어 E630, 인텔에서 만든 775 소켓이다. 램은 DDR3-1333. 2~3년전 사양인데도 워낙 신제품 출시 속도가 빠르고 고사양화 되는 컴퓨터 시장이다보니 호환되는 메인보드를 찾기가 어려웠다. 다들 단종됐다는 답변만 해댔는데 한 매장에서 겨우 구할수 있었다. ASROCK사의 G41M-S3.  

 

 

이렇게 생긴 녀석이다. 우리같은 비전문가들에게는 사진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모양새다.. ㅡㅡ; 용어들도 하나같이 외계어이고~ (다행히 들은 풍월은 있어 용어가 어렵지는 않았다만..)

 

 

드디어 컴퓨터님 해부에 들어갔다. 드라이버 하나에 먼지제거 스프레이 하나 준비하고 비장한 각오로 전선부터 하나씩 하나씩 분리하기 시작했다. 램을 제거하고, CPU팬을 떼어내고 마침내 핵심부품 CPU를 뽑아냈다. 케이스에 단단히 고정돼있는 메인보드의 나사를 풀어 들어내고 새 보드를 붙인다. 다음에 CPU를 장착하는데 듣기로는 구리스를 바르고 조심스레 조립해야 한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새 CPU가 아니고 쓰던거라 그런지 이미 구리스도 발라져있고 생각외로 장착이 어렵지 않아 쉽게 고정시켰다. 계속 역순으로 CPU팬을 붙이고, 램을 꽂아 넣고, 하드디스크, DVD드라이브를 SATA케이블과 전원케이블로 연결. 마지막으로 조그마한 스피커, 하드LED등을 연결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 전원을 켰는데.....!

이론 된장! 꿈쩍도 하지 않는다. 켜지기는 커녕 전기 들어가는 소리도 안나고 불 하나 안깜박 거리는거다. 뭔가가 잘못됐다... 그런데 바로 짚히는 구석이 있긴했다. 마지막에 조그만 전선들 연결할때 세개의 전선을 차례대로 연결시켰는데 아무데나 꽂는게 아니었나보다. 그것들도 다들 제자리가 있는듯. 다시 본체를 열고 전선을 뺐다가 매의 눈으로 살펴보니 전선과 메인보드 기판에 각각 아주 작은 글자들이 씌여있는게 아닌가! 조심스레 같은 글자끼리 연결시키고 다시 한번 부팅에 도전! 오~~~~ 불이 들어온다. 컴퓨터가 돌아간다~ 그리고 게임 끝. 퍼펙트다. 정말? 아무 문제없이 다 된거야, 이게?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데 아무 문제없이 컴퓨터가 제 기능을 하고 있었다. 에게...뭐 이래. 왜 이렇게 쉬운거야.

 

그렇다. 결국 결론은 나는 예상외로(?) 훌륭히 메인보드를 교체해 낸 것이다. 사람이 안해본 일을 처음 하기가 어렵지 막상 부딪쳐보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는걸 깨달을 때가 많다. 메인보드 교체에 성공해보니 이젠 컴퓨터 고치는일 뭐라도 할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메인보드 가격 7만5천원으로 컴퓨터 가격 20만원 아꼈다. 이상으로 요란했던 메인보드 교체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