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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우리가족 2012년 크리스마스


도대체 이거시 무엇이냐... 산타 할머니가 큰딸 주원이를 위해 놓고간 선물이다. 

정체불명 인형의 내력을 알아보자. 

24일밤, 크리스마스 깜짝 이벤트로 아빠가 기습방문을 했다. 어린이날이고, 크리스마스고, 격주마다 정해진 휴무일이 아니면 쉬는날이 없는지라 이번 크리스마스날도 가족 모두 아빠가 집에올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터이다. 마침 24일 업무차 목포에 출장갈 일이 있어 일이 끝나고 아무말도 없이 광주 집에 들렀다. 아빠 왔다고 반가워서 안자려 하는 아이들에게 산타가 집에 왔다가 아이들이 안자고 있으면 그냥 돌아간다~는 틀에박힌 허풍을 떨어대며 아홉시에 잠자리에 눕혔다. 그런데 주원이 침대 발치에 편지가 붙어있다?



응? 뭐지?



초등학교 1학년이라 이제 학교에서 머리 큰 애들이 "산타는 없다!"고 잘난 척 할 시기임에도 너무나 철썩같이 산타의 존재를 믿고있는 주원이가, 진짜 산타라 할지라도 부담스러워할 선물을 청탁하고 있다. 요정이라니... 비밀친구라니... 것두 살아있는! 내눈에만 보이는!!! 헉

그래서 늦은밤, 엄마의 숙제가 시작됐다 ㅡㅡ;  오랫만에 집에 온 남편은 뒷전이고, 딸아이의 해맑은, 너무나 천진난만해서 부담스러운, 비밀친구, 요정만들기에 돌입한 것이다. 주원올림까지만 해도 어찌 그러려니~ 하겠는데 마지막 한 구절 '난 당신을 믿어요'... 헉! 안만들어줄수가 없게 됐다. 한 삼십여분만에 뚝딱 만들었는데, 오~~~~ 놀랍다. 그럴듯하다. 무엇보다 얼마나 작은지 저 사탕 하나만 한데도 손, 발, 몸통, 머리 없는게 없이 다 있다. 재료도 집에 있는거 여기저기서 주워모아서 말이다. 내 아내에게 이런 솜씨가 있었다뉘! 팅커벨 같다 ^^



우리가 미리 준비해둔 선물은 물론 따로 있었다. 두 공주님만 키우다보니 항상 선물은 인형, 아니면 소꿉놀이다. 이번엔 코스트포유에서 준비한 원목 화장대세트! 아내는 딸들이 이런걸 좋아한다고 우기지만 내보기엔 딸들보다 아내가 더 좋아서 사는게 틀림없다. 레고도 그렇고, 올망졸망, 아기자기한것들을 좋아하는 쌈닭이라... 박스채 포장해서 애들이 잠든 사이 공부방 책상에 올려놨다.



다시 저녁시간으로 돌아와서~ 아빠가 준비해온 아이스크림 케익으로 조촐하게 크리스마스 이브를 자축해본다.




일단 가족수대로 촛불을 켜고, 그냥 불어 끄자니 밋밋해서 고요한 바~암, 거룩한 바~암을 부르고, 뒤이어 캐롤 한곡을 더 부른다음에 촛불끄기~ 즐거워하는 아내와 두 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젯밤 잠못자고 일한다음 하루종일 운전하며 다니느라 쌓였던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다. 여수에서 순천, 순천에서 화순, 화순에서 광주, 광주에서 목포, 다시 목포에서 광주로 올라오는데 운전만 어림잡아 여섯시간 한것 같다. 이날밤 새벽 네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선잠을 잔후 다음날 새벽 여수로 돌아왔다. 나 한명 좀 고생해서 그냥 365일중 평범한 하루로 끝났을 크리스마스가 그나마 온가족이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수 있었으니 뿌듯하다. 



이렇게 어느덧 한해가 저물고 있다. 우리는 한살 더 늙어가고 있고, 또 아이들은 저렇게 커가고 있고... 보고만 있어도 아름다운 이 트리처럼 우리 아이들이 커갈땐 행복한 나라, 행복한 사회가 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