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을 맞아 가족모임을 전북 진안에서 가졌다. 해년마다 어머니 생신때 출가한 여섯 형제자매들이 모여 여행을 가곤 했는데 올해는 마땅한 숙소를 잡지못해 전북 진안에 있는 큰누나네 별장(?), 농장(?)에서 모이기로 했다. 컨테이너 하나 달랑있는~
누나와 매형은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 땅을 사고 컨테이너를 운반해서 방을 만들어놨다. 그리고 앞마당에 조그마한 밭을 일구고 주말마다 이곳에서 농사를 진다. 뭐 주말농장 규모다. 전에도 몇번 이곳에 가족들이 모여 고기도 구워먹고 캠핑을 한적이 있어 올해도 이곳에서 모이기로 했다.
요즘 티비를 보다보면 가끔 진안군 지역광고가 나오기도 하더라. 아토피 없는 마을~ 친환경 무공해를 주제로. 어느 지역을 가나 대표적으로 험한 고장이 있기 마련인데 호남지방을 대표하는 첩첩산중은 예전부터 무진장이라고 불리는 무주, 진안, 장수군 지역이다. 그중에 한곳인 진안, 얼마나 개발과 발전이 더뎠으면 그덕에 오늘날 대표적인 무공해, 친환경 고장이라고 홍보를 할수 있을까~ 그런 곳에서도 산중턱에 자리한 별장겸 농장에서 한참 저녁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조카 한 녀석이 도마뱀이 있다고 외치는 것이다! 그러고는 겁도 없이 잡아왔다!
애들만 신기해한게 아니다. 나도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게다가 징그럽고 무서워서 잡아볼 엄두도 못냈다. 그런데 개구쟁이 조카 녀석은 덥썩 손으로 잡아들기도 하고, 갖고 다니며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저 호기심 가득한 주원이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주하는 잡아보겠다고 벌써 한손이 올라가 있다.. ㅡㅡ;
잡아볼래? 하고 오빠가 다가서자 눈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던 주원이는 달아나 버리고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 못하는 작은놈 주하는 그래! 하면서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아빠~~ 하면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다가오더라. 난 최대한 티 안내고 못들은척 멀리 멀어졌다. 나도 무섭단 말이야 ㅡㅡ;
모르긴해도 정말 오염없는 곳에서만 살것같은 도마뱀. 정말 진안이 친환경 고장이 맞구나~
한번 모이면 여섯남매들의 배우자까지 어른이 열둘에 애들이 열셋인 대가족 무리중 한명에게 잡혔으니 저 도마뱀도 어지간이 정신 사나웠을게다. 이손에서 저손으로 옮겨가다 저도 살겠다고 바로 꼬리자르고 도망가기 신공을 직접 눈앞에서 선보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에서만 보던 도마뱀을 직접 본것도 놀라운데 거기다 꼬리를 스스로 자르고 도망가는 모습까지 봤으니 사방에서 와~ 하는 애들 감탄사가 날아든다. 잘린 꼬리는 한참동안 움직인다. 신기했다.. ㅡㅡ;
책에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제대로 자연관찰 공부한 날이었다. 유치원생인 주하에게나, 초등학생인 주원이에게나. 그리고 마흔줄에 들어선 나에게도...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성 대원사의 티벳박물관 (30) | 2012.08.13 |
---|---|
이제껏 가본중 최고의 계곡, 광양의 옥룡계곡 (52) | 2012.08.08 |
싱크대에 잘 정돈된 이것의 정체는? (45) | 2012.07.18 |
열분에게 초대장 배포합니다(마감합니다) (130) | 2012.07.14 |
너의 이름은 지금부터 쫄쫄이니라~ (28) | 2012.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