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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SK텔레콤 고객센터 '이래도 되는거니?'

(SK T-타워, 27층부터 33층까지 꺾인 모양의 세계최초 굴곡형

커튼월 공법이 적용된 빌딩이란다. 한마디로 최첨단 스마~트 빌딩이다)

 

갤럭시S를 장만하고, 번호이동한 탓에 KT에서 SK텔레콤으로 갈아타게 되었다.

어느 고객센터나 마찬가지지만 오늘 겪은 일이 하도 황당해서 글을 남긴다.

카드사나 이동통신사등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곳에 민원이 있어 전화를 하게되면 항상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불편함이 있다.

 

첫째는 과잉존칭 사용이다.

고객을 받들고자 존칭을 쓴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하지만 존칭만 쓴다고 고객을 받드는게 아니라

고객 민원의 요지를 잘 파악하고 해결하러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때 바로 고객이 존중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꼬박꼬박 존칭을 쓰면서도 건성으로 응대하고, '규정이 이러해서~', '저희 방침이 저러해서~'

원칙적인 답변만 늘어놓는다. 분명 자신들이 잘못했음에도 규정상 어쩔수없다라는 말을 들을때

그처럼 화가날 때도 없다.

 

그나마 존칭을 사용하는 것도 어법에 맞게만 사용한다면 다행이다. 이건 무슨 초등교육도 안받은

것처럼 상대방은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존칭이고, 심지어 사물에게도 존칭을 쓴다.

이건 참 문제다. 예를 들어 이렇다.

지난주 신청한 민원이 주를 넘겨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다시 항의를 하는데

 "죄송합니다, 고객님. 원래 처리됐어야 하는데 저희 본사가 이전을 하셔서 담당업무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무슨 본사가 이전을 하셨다니..그게 문법에 맞는 말이라고 하는건지..

 

"저희 담당자가 처리를 해주셔야 하는데 그게 안돼서 요청하신 서류가 아직 처리되지 않으셨습니다"

 

이쯤되면 코미디다.

전혀 상황에 맞지않는 존칭을 써대는건 내 경험상 한두곳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상담원들의

공통적인 실수다. 이는 상담원을 교육하는 부서의 잘못이겠지만 안그래도 불편함 때문에 고객

센터에 전화하는 고객들에게 또한번 불쾌감을 주는 응대태도다.

 

두번째는, 이사람 말다르고 저사람 말다른 경우다.

똑같은 상황을 설명해도 지난번 통화했던 상담원은 가능하다고 했던 부분이 오늘 전화받은

상담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안된단다.

그런경우를 여러번 경험했었기에 나는 고객센터와 통화하면 꼭 누군지 이름을 물어봐서 수첩에

상담내용과 함께 적어놓는다. 그래야 다음번 말이 바뀌면 몇월 며칠에 누구 상담원과 이런내용

으로 통화했다고 따지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더라. 그렇지 않고 그냥 예전엔 이렇게

얘기하던데요~ 하면 그런적 없다고, 누구랑 통화했냐고 적반하장으로 따지고 드니 속터지고

환장하고 팔짝 뛸 일이지..

 

번호이동으로 SK텔레콤의 멤버쉽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t-world 에 접속해는데 어라? 내 이름으로

기존에 다른 번호로 멤버쉽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고 있다는거다. 그래서 발급이 안된다고..

나는 지금껏 KT 멤버쉽카드를 써왔다. 상담원 A에게 "그럴리 없다, 그럼 어느 번호에서 내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느냐"고 물으니 그건 개인보호 차원에서 알려줄 수 없고, 요령껏 내가 주위친구, 가족,

친지들에게 일일이 확인해서 번호를 알아오라고 한다.

나는 다시 "5~6년전 SK텔레콤의 멤버쉽카드를 쓰긴 했지만 누구명의로 된 카드였는지 기억

할수 없다. 그 멤버쉽카드가 아직까지 살아있다 하더라도 휴면상태일테니 해지해주고 신규발급

해달라" 라고 요청했고, 상담원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본인 확인없이 해지할수 없으니 명의자를

알아와서 다시 연락해달라" 라고 한다. 나는 "내가 확인할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통신사 측에서

확인해 주면 되지않느냐" 했고, 역시 상담원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확인해 줄수 없다" 한다.

무슨 방법이든 찾아봐달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규정상 맞는 말인것 같긴한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번호로 내가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했는지

모르겠는거다. 그런데 내가 알아내지 못하면 카드를 발급받을수 없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무조건 안된다가 아니라 다소 번거롭더라도 해결할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고 이번엔 상담원 B가 응대했다.

 

내 얘기를 듣고 난 후 B는 자기들도 무슨번호로 가입이 됐는지 확인할 수 없으나, 대리점에 직접

방문하면 내이름으로 발급된 멤버쉽카드 명의자를 찾을수 있다면서 대리점 방문을 권유한다.

"대리점에서 역시 개인정보 보호라고 안 알려주면 어떡하느냐"고 묻자, "그럴수도 있지만 내부

규정상 대리점 직접 방문해서 본인확인이 되면 전화번호를 알려줄수 있으므로 만일 대리점

직원이 안알려주면 그곳에서 상담원B에게 전화를 주면 자기가 대리점 직원과 통화해서 처리

하겠다고 방법을 제시해줬다. 휴~ 번거롭긴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건 아니었구나..

 

그러다가..

저번에 문득 본 책상속에 안쓰는 카드뭉치가 있었던걸 기억해내고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는데

리더스클럽 카드가 나오는거다. 바로 그 카드였다.

 

 

바로 이 카드가 5~6년 동안이나 책상속에서 굴러다니는 동안 계속 살아있었던 모양이다. 

마침 상담원B에게서 전화가 와 카드를 발견한 사실을 얘기했더니 "고객님, 카드번호를 불러주시면

해지요청 할 수 있습니다. 해지후 신규발급 받으시면 되겠네요"한다. 덧붙여 "조금전에 통화할때

혹시 카드번호 알고있는지 물어보지 않아서 시간이 더걸렸네요. 그때 물어보기만 했어도 금방 처리

했을텐데요"하길래 나는 "지금이라도 이렇게 처리 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대리점에 가는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상담원 B는 해지가 완료되면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하고 끊었다.

 

조금있자 이번에는 처음 통화했던 상담원 A한테서 전화가 온다.

"고객님, 무슨 방법이 있는가하고 내부적으로 찾아봤지만 저희가 해드릴수 있는게 없네요.

고객님께서 가족, 친지, 친구들에게 일일이 확인해서 고객님 이름으로 발급된 카드 명의자와

전화번호를 알아오셔야만 해지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얘기하길래 상담원 B와 했던 얘기를

해주고 카드번호를 알게되어 해지할수 있다더라~ 했다. 그런데 이건 또 왠걸?

"고객님, 카드번호를 알고 있다해도 저희가 명의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드릴수는 없습니다.

고객님이 알아오셔야 해지가 가능합니다" 이러는거다. 그래서 무슨소리냐, 카드번호 알면

해지할수 있다고 상담원B가 말했고 지금 해지절차가 진행중이다~ 그리고 카드번호를 몰라도

대리점에 방문하면 그곳에서 본인확인하고 명의자와 번호를 알려준다고 하더라~

침을 튀며 열변을 토했지만 묵묵히 듣고있던 상담원A는 결정타를 날린다.

"고객님, 대리점에 직접 가셔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명의자 본인 외에 타인에게 명의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드릴수는 없으십니다" --> 또 이상한 문법이 등장하고..

"또한 상담원B가 잘못 알고 고객님께 말씀하신 모양인데 멤버쉽카드번호를 알아도 해지하실수는

없습니다" --> 안그래도 열받는데 이런 상황에 맞지않는 존칭이 신경쓰인다..

 

나 ---> "왜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상담원 B는 된다하고 당신은 안된다 하느냐"

A  ---> "규정상 안되는건 안되는거다. B가 잘몰라서 했던 말이다. 어찌됐건 안된다"

나 ---> "자꾸 안된다고만 하지말고 할수있는 방법을 제시해달라"

A  ---> "죄송하지만 해줄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니가 재주껏 누구전화였는지 찾아내라"

 

옥신각신 하다가 상담원 A가 제시한 해결방법은, 멤버쉽카드 번호를 아니 명의자가 누군지 알수는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나에게 알려줄순 없으니 본인이 명의자와 통화를 해서 멤버쉽카드

해지 동의를 받겠단다. 나로서는 손해볼일 없으니 그래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 내가 발급받았던

그 전화번호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나 보네요?"라고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하자 돌아오는 A의 대답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명의자를 알려드릴수 없습니다, 고객님"

"아니 내가 명의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는게 아니잖아요. 그 명의자가 아직까지 그 번호를 쓰고있었단

얘기냐고 물어보는거지"

"고객님, 그 정보는 제가 알려드릴수 없읍니다. 블라블라~"

참으로 직업정신 투철한 새내기 상담원이다. 도무지 융통성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고, 오로지

규정대로..(어찌보면 회사에선 칭찬받을수 있을지 모르지만 고객들에겐 영~)

 

잠시후에 상담원 A가 명의자와 통화했고, 멤버쉽카드 해지에 동의했다며 이제 신규발급이 가능

하다고 연락이 왔다. 다시한번 은근슬쩍 물어봤다. "그 명의자가 제 가족이던가요?" 돌아온 대답은?

 

"고객님, 명의자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알려드릴수 없습니다"

"안 알려주셔도 됩니다. 해지됐으니 다행이네요. 끊습니다"

 

이렇게 사건이 해결만 됐고 뒷이야기가 없었다면 내가 오늘 이 장문의 포스트를 작성하지도

않았을게다.

모든게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을때 쯤...핸드폰이 울리고 상냥하고 나를 도와주려 애쓰던

상담원 B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객님, 멤버쉽카드 번호를 알면 바로 해지가 가능하다고 아까 말씀 드렸었는데요, 오늘 방금전

회사 규정이 바껴서 바로 해지가 안되고 내일 해지가 된다고 하네요. 죄송합니다~" 이러는거다.

"무슨 말씀이세요? 방금 5분전에 상담원 A하고 통화했는데 해지가 끝났다고 하던데"

"아, 그러시던가요?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하더니 확인해보니 해지가

돼있단다. 그럼 왜 전화한거냐?

"상담원 B께서 저를 도와주시려고 한건 고마운데 상담원 A와 B가 서로 다른 얘길하니 누구 말이

맞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회사 고객센터에서 상담원마다 일처리를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라고 불만을 얘기하자 "상담원 A가 입사한지 얼마 되지않아 잘 몰라서 그런거다. 카드번호만

알아도 해지가 가능하다. 물론 명의자와 통화해서 의사를 확인하고 해지 하는것도 맞는 방법이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고 한다.

 

사실 상담원 B에게는 하등의 불만도 없다. 처음부터 어떻게든 내 사정을 알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줬으니 오히려 내가 고마울 따름이지. 다만 이처럼 두사람의 상담원이 각기 다른

말을하고,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주장하니 일이 잘 풀렸기에 다행이지 안풀렸다면 아마 나는

화가 폭발하고 말았을게다.

아~ 열받아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바로 지금 핸드폰에 문자가 와서 보니

"오빠, 오늘밤 수진이와 화끈한 밤 어떠세요?"라는 문자다. 060-XXX-XXXX 에서 온.

좀전에 060광고문자 수취거부 부가서비스 가입을 막 끝낸상태인데...